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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여성들 미국행 선호 늘어


김영권 기자와 함께 정 씨 가족의 얘기와 더불어 태국 내 탈북자 관련 소식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아버지인 아브라함 씨가 상당히 기뻐했다죠?

답) 그렇습니다. 탈북자 아브라함 씨는 3년 전 미국에 입국한 뒤 북한에 있는 아내와 아들을 지난 해 먼저 데려 왔고요. 1년 만에 다시 두 딸과 미국에서 상봉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아브라함 씨는 딸들이 중학교에 들어갈 때쯤 북한을 떠났기 때문에 거의 7년 만에 다시 보는 것이라며 무척 감격해 했습니다.

문) 그런데 왜 가족들이 함께 들어오지 못하고 따로 입국한 거죠?

답) 경비 때문입니다. 중개인들에 따르면 북한에서 주민 1명을 중국의 내륙으로 이동시키는데 미화로 1천 5백-2천 달러 이상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내륙에서 동남아시아로 가는데 다시 비슷한 경비가 들기 때문에 가족들을 한번에 모두 데려오기가 힘들다는 거죠.

문) 그럼 북한에서 태국까지 이동시키는 데 적어도 3천 달러 정도가 필요하다는 얘기인데, 정말 상당한 액수네요.

답) 그렇습니다. 그러다보니 가족을 한꺼번에 탈출시키지 못하고 2009년 아내와 아들 먼저, 그리고 두 딸은 1년 뒤에 탈출을 시킨 것이죠. 아브라함 씨는 다행히 6.25 전쟁 때 월남한 가까운 친척이 미국에 살고 있어서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또 출석하는 교회에서도 자녀들의 탈출 경비 일부를 지원해줬다고 합니다.

문) 그런데 미국에 친가족이 있으면 대기 기간이 단축된다고 들었는데, 정 씨 자매는 1년 이상 대기를 했네요.

답) 신체검사에 이상이 나타나서 재검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다행히 별 이상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몇 달을 더 기다려야 했다는 거죠. 보통 가족이 먼저 미국에 정착했을 경우 신원조회 기간이 단축되기 때문에 대기 기간이 짧아집니다. 정 씨 가족처럼 동생이나 오빠를 데려온 탈북자들에 따르면 대기기간이 평균 6개월에서 8개월 정도였습니다.

문) 앞서 태국에서 미국행을 기다리는 탈북자가 30명에 달한다고 정 씨 자매가 말했는데요. 현재 어떤 상황이랍니까?

답) 방콕에 있는 이민국 수용소에 20여명이 있고, 외부의 보호시설에는 10여명이 대기하고 있다고 정 씨 자매는 말했습니다.

문) 왜 장소가 이렇게 각기 다른 것이죠?

답) 인권이나 선교 단체와 연결된 운 좋은 탈북자들은 단체들이 마련한 아파트 등 보호시설에 머물며 미국행 절차를 밟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탈북자들은 대개 태국 경찰에 체포돼 이민국 수용소에 수감된 뒤 미국행을 신청하고 있습니다. 정 씨 자매는 다행히 대북 인권단체 LiNK의 지원을 받았는데 그 곳에서 함께 미국행을 대기하던 탈북자들이 10명에 달했다는 겁니다.

문) 정 씨 자매는 수용소 밖에 머물렀는데 어떻게 수용소 안의 탈북자 규모를 잘 알 수 있었죠?

답) 태국 내 탈북자들은 미국이나 한국 등 제3국으로 떠날 때 법에 따라 적어도 30일을 이민국 수용소에서 보내야 합니다. 태국 당국이 탈북자들을 불법입국자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법 집행 차원에서 이런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보호시설에 기거하던 정 씨 자매도 미국행 출국 날짜가 정해지자 이민국 수용소에 들어갔고 그 곳에서 미국행을 대기 중인 탈북자들을 만난 것이죠.

문) 그런데 미국행을 대기하는 탈북자들이 과거보다 많아진 것 같습니다. 30명 이라면.

답) 그렇습니다. 미 의회 산하 회계감사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자가 미국에 가려면 평균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합니다. 이 때문에 탈북자들은 대개 미국 보다 한 두 달 정도면 갈 수 있는 한국행을 선택해왔습니다.

문) 그런데 이렇게 규모가 많아진 이유가 뭔가요?

답) 정 씨 자매와 지난 해 입국한 탈북자들에 따르면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 째는 탈북자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차별 때문이란 주장입니다. 한국에 먼저 정착한 탈북자 가족이나 친구들이, 한국 내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탈북자는 조선족 보다도 대우를 받지 못한다며 미국행을 권유한다는 겁니다. 미국에서는 탈북자를 북한인이 아닌 아시아인으로 여기기 때문에 같은 민족에게서 당하는 상처보다는 낫다는 겁니다.

문) 정착 지원금보다 마음이 편한 곳을 택하겠다는 의미로 들리는군요.

답) 네, 미국은 탈북자들에 대한 지원 혜택이 거의 없지만 주위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거죠. 게다가 태국에 대기 중인 탈북자 대부분이 여성들인데 이 중 많은 분들이 중국에 인신매매로 팔려가 강제로 결혼한 전례가 있는 여성들입니다. 한국은 지역사회가 좁고 유교적이기 때문에 그런 과거를 수치로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에서는 과거를 얘기할 필요도 없고 자유로울 수 있어서 미국행을 택한다는 겁니다. 게다가 일부 여성이 지난 해 신청 6개월 만에 미국으로 떠난 소식이 알려지면서 미국행을 선호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미국에 정착한 탈북 여성들 가운데 백인이나 다른 인종 출신 미국인과 결혼한 여성이 적어도 4명이 됩니다.

문) 그런데 일부 탈북자들의 지적처럼 한국사회에 탈북자들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나요?

답)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국사회에 차별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런 차별이 상대적인데다 이를 극복하고 만족스럽게 한국인으로 사는 탈북자들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한국에는 탈북자들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고 취업을 알선하며 젊은이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하는 지원단체들도 적지 않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제 3국 내 탈북자들이 소문 보다 사실 여부를 좀 더 꼼꼼하게 살핀 뒤 자신의 계획에 맞는 목적지를 결정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진행자) 정 씨 자매의 소원이 공부를 맘 껏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꼭 바람처럼 됐으면 좋겠네요. 올해 처음으로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의 배경과 태국 내 탈북자들의 상황에 관해 들어봤습니다. 김영권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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