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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한에 ‘내정소통’ 강화 제안 의미 / 전문가 분석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에게 내정을 포함한 상호 의사 소통을 강화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의 북-중 관계 전문가들은 중국이 동북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북한에 대한 직접 개입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두 나라 간 내정과 외교의 중대 문제에 대해 의사 소통을 강화하자는 이른바 ‘전략적 소통 강화’를 제안했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7일 양국 정상 간 발언을 소개하면서 후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전략적 소통 강화를 포함한 5가지 분야의 협력을 제안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이 이처럼 내정을 포함해서 긴밀한 의사 소통을 강조한 것은 오랜 북-중 관계 전통에서 전례가 없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또 중국의 외교 기조인 ‘내정불간섭’ 원칙에도 벗어나는 것이어서 그 의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대부분 중국이 북한에 대한 직접 개입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그동안 남북한 사이에서 조화와 균형 외교를 펼쳤던 중국이 최근 남북관계 악화 등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지금 남북관계가 상당히 악화됐고 이런 선상에서 지금의 상황에서는 남북간 균형외교보다는 오히려 북한에 개입해서 북한의 안정화에 더욱 초점을 맞추는 그런 외교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와 함께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중국에 사전예고 없이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를 단행한데다 현재 원인규명 작업 중인 천안함 침몰 사건 등 동북아 평화에 위협이 될만한 사건이 터지면서 중국이 북한에 대해 쌓였던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박병광 박사입니다.

“사전에 서로 소통하는 전통이 있었어요, 북-중 간에는. 이게 갈수록 약해지고 있으니까 그걸 상기시키면서 우회적인 불만이랄까 중국의 의사를 강조한 것이죠.”

후 주석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한 북한의 앞으로의 대응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자리에서 후 주석의 제안에 대해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밝혔지만 진의는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다는 관측들이 많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난 해결을 위해 북한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일정 정도 심화되는 것을 감수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유엔으로부터 대북 제재를 받고 또 남측으로부터 모든 남북관계가 상당히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결국 기댈 곳은 중국 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은 중국에 기대면서 중국이 그냥 투자를 하겠어요, 유, 무상 다 한다면 북한도 나름대로 줘야 하기 때문에 그런 선상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반면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박병광 박사는 김 위원장이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힌 것은 외교적 수사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후 주석과의 대화 흐름을 볼 때 ‘전적인 동감’에 대한 보충설명 없이 바로 자신들이 원하는 대북 경제투자로 화제를 바꾼 데서 중국과 강조점에서 차이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그걸 전적으로 공감했다면 그 부분에 대한 뒷얘기가 나와야 하는 데 그게 아니고 다른 얘기를 했잖아요 김정일은, 대북 경제투자를 환영하고 신압록강대교 건설이 북-중 우의에 기여하고 이런 두 가지 얘기를 했잖아요 그 대목에서. 그러니까 이것은 결국 너는 네 얘기하고 나는 내 얘기한다는 얘기죠.”

이같은 이견에도 대부분 전문가들은 후 주석의 이번 제안이 남북관계 악화에 따라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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