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건국 250주년 관련 소식 전해 드리는 '역사 속 아메리카 250', 오늘은 이조은 기자와 함께합니다.
기자: 미국의 랜드마크를 소개해 드리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구에 있는 별 모양의 요새 '포트 맥헨리(Fort McHenry)'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미국 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The Star-Spangled Banner)'가 태어난 바로 그곳인데요. 마침 이달 11일부터 사흘간 이곳에서 볼티모어에서 가장 오래된 기념일 행사가 열립니다.
진행자: 국가가 이 요새에서 만들어졌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1814년 9월의 일입니다. 당시 미국은 영국과 이른바 1812년 전쟁을 치르고 있었는데요. 그해 8월 영국군이 워싱턴에 들어와 연방의사당과 대통령 관저를 불태웠습니다. 지금의 백악관이죠. 다음 차례는 볼티모어라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볼티모어는 당시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였고, 깊은 항구와 조선소를 갖춘 요충지였습니다.
진행자: 그 길목을 지킨 것이 이 요새였고요.
기자: 1814년 9월 13일 새벽, 영국 함대가 포격을 시작했습니다. 25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로켓과 폭탄이 밤새 쏟아졌는데요. 요새를 지키던 조지 아미스테드 소령과 병력 1천 명은 응사했지만, 대포의 사거리가 영국 함선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저 버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행자: 그 광경을 지켜본 사람이 있었죠.
기자: 프랜시스 스콧 키라는 변호사입니다. 워싱턴 조지타운에서 활동하던 사람인데요. 영국군에 붙잡힌 지인을 풀어 달라고 협상하러 갔다가, 요새에서 약 13킬로미터(8마일쯤) 떨어진 배 위에서 밤새 포격을 지켜보게 됐습니다. 요새가 함락됐는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채로 날이 밝기를 기다린 겁니다.
진행자: 그리고 아침에 깃발을 본 거군요.
기자: 네, 새벽빛 속에 미국 깃발이 요새 위에 여전히 걸려 있는 것을 봤다고 합니다. 요새가 함락되지 않았다는 뜻이었죠. 키는 그 자리에서 시를 적어 내려갔는데요. '포트 맥헨리의 방어'라는 제목이었는데요. 이 시가 곧 당시 유행하던 노래의 곡조에 붙여져 널리 퍼졌고, 100년도 더 지난 1931년 미국의 공식 국가로 지정됐습니다. 국가 가사에 나오는 '로켓의 붉은 섬광'과 '우리 깃발이 그대로 있었다'는 구절이 바로 그날 밤과 그 아침의 이야기입니다.
진행자: 그 깃발이 아주 컸다고요?
기자: 가로 42피트, 세로 30피트입니다. 미터로 하면 약 13미터에 9미터, 웬만한 집 한 채 크기입니다. 요새 지휘관 아미스테드 소령이 주문할 때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영국군이 멀리서도 보는 데 아무 어려움이 없을 만큼 큰 깃발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진행자: 누가 만들었습니까?
기자: 볼티모어의 깃발 제작자 메리 피커스길이라는 여성입니다. 남편을 여의고 배를 위한 깃발을 만들어 생계를 꾸리던 사람인데요. 혼자 만든 것이 아닙니다. 딸 캐롤라인과 조카 두 명, 그리고 그레이스 위셔라는 흑인 계약 하녀 소녀가 함께 바느질했습니다. 깃발이 너무 커서 집 안에서는 펼칠 수조차 없어, 밤이면 근처 양조장 바닥을 빌려 작업했습니다. 6주가 걸렸습니다. 당시 별과 줄무늬가 각각 15개였는데, 그때 미국의 주가 15개였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그 큰 깃발이 포격 내내 걸려 있었던 겁니까?
기자: 여기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습니다. 그날은 비바람이 심했습니다. 그래서 포격이 이어지는 25시간 동안 요새에 걸려 있던 것은 그 큰 깃발이 아니라, 함께 만든 작은 폭풍용 깃발이었습니다. 큰 깃발은 비가 그친 14일 아침에 올라갔습니다. 그러니까 키가 새벽빛 속에 본 것은 밤새 버틴 작은 깃발이 아니라, 승리를 알리며 새로 올라간 큰 깃발이었던 셈입니다.
진행자: 그 깃발이 지금도 남아 있죠?
기자: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국립미국사박물관에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원래보다 작습니다. 전투 이후 이 깃발은 아미스테드 가문이 집안의 가보로 간직했는데요. 당시 관행에 따라 참전용사나 귀한 손님에게 깃발 조각을 잘라 기념품으로 나눠 줬습니다. 그래서 가로 13미터였던 것이 10미터로 줄었고, 별 하나도 잘려 나가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릅니다. 1907년 스미스소니언에 맡겨졌다가 1912년 정식으로 기증됐고, 1998년부터 10년 가까이 대대적인 보존 작업을 거쳤습니다.
진행자: 맥헨리 요새 자체는 지금 어떤 모습입니까?
기자: 다섯 개의 꼭짓점을 가진 별 모양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스타 포트'로 불리는데요. 미국에서 유일하게 '국립기념물이자 역사 성지(National Monument and Historic Shrine)'라는 이름을 가진 곳입니다. 지난해에 역사 성지로 지정된 지 100년을 맞았고요. 매일 아침 국립공원관리청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방문객과 함께 15개의 별과 줄무늬가 있는 그때 그 깃발의 복제품을 게양합니다. 날씨에 따라 큰 깃발과 폭풍용 깃발 중 하나를 올리는데, 1814년의 방식 그대로입니다.
진행자: 이달에 열리는 행사가 그 기념일 행사군요.
기자: 네, '디펜더스 데이(Defenders' Day)', 우리말로 하면 '방어자의 날'입니다. 볼티모어 방어 성공을 기념해 1815년부터 이어져 온, 볼티모어에서 가장 오래된 기념일입니다. 올해는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데요. 국립공원관리청은 올해 행사에서는 1814년만이 아니라 더 긴 시간을 다룬다고 밝혔습니다. 이 자리에는 1776년 독립전쟁 당시 '포트 웻스톤'이라는 이름의 방어시설이 있었고, 이후 1802년부터 1945년까지 여러 세대가 이곳을 지켰습니다. 건국 250주년을 맞아 그 전체를 함께 조명하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어떤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습니까?
기자: 방문객이 직접 깃발 게양을 돕는 순서가 있고, 18세기와 19세기 복장을 한 역사 재현 단체의 시연이 이어집니다. 북과 피리 연주, 머스킷과 대포 발사 시연도 있습니다. 볼티모어 시내 패터슨 공원에서도 함께 행사가 열리는데, 이곳은 당시 볼티모어를 지키던 또 다른 방어선이 있던 자리입니다.
진행자: 밤새 포격을 견딘 요새에서 미국의 국가가 태어났다는 이야기, 볼티모어 포트 맥헨리, 이조은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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