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건국 250주년 관련 소식을 전해 드리는 ‘역사 속 아메리카 250’, 김미옥 기자와 함께합니다.
기자: 미국은 지금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고 있는데요, 시간을 150년 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1876년, 당시 미국 건국 100주년을 기념해 미국의 현재와 미래를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대규모 행사가 열렸습니다.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1876 센테니얼 박람회(Centennial Exposition)’인데요, 오늘은 센테니얼 박람회에서 선보인 미국 역사 속 혁신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만국박람회는 세계 여러 나라가 최신 기술과 산업을 한 자리에 선보이는 자리인데요, 1876년이면 전화가 막 등장하고, 전기를 이용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서 사람들의 생활이 크게 달라지기 시작하던 때죠?
기자: 그렇습니다. 1876년 센테니얼 박람회는 미국 건국 100주년을 기념해 37개국이 참가한, 미국에서 열린 최초의 공식 만국박람회였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산업과 기술, 제품이 한자리에 모였는데요. 특히 건국 100주년을 맞은 미국에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이룬 산업 발전과 새로운 발명품을 세계에 보여주는 무대가 됐습니다. 전화와 타자기, 발전기와 거대한 증기기관, 기계식 계산기까지, 미국에서 개발된 여러 혁신 기술도 이 국제 무대를 통해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진행자: 미국 건국 100주년을 기념하는 센테니얼 박람회가 미국의 혁신을 세계에 선보이는 무대가 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센테니얼 박람회는 1876년 5월 10일부터 11월 10일까지 6개월 동안 필라델피아 페어마운트 파크에서 열렸는데요, 박람회장에는 200개가 넘는 건물이 들어섰고, 약 1천만 명의 관람객이 찾았습니다. 당시 미국 인구가 약 4천600만 명이었으니까요, 미국인 5명 가운데 1명꼴에 해당하는 엄청난 인파가 모였습니다. 세계 각국이 선보인 당시의 최신 기계와 기술, 새로운 제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 150년 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미국의 혁신 기술, 어떤 것들이 소개됐습니까?
기자: 혁신적 기술 중심에 ‘머시너리 홀(Machinery Hall)’ 즉, 기계관이 있었습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미국의 기술자 조지 콜리스(George Corliss)가 만든 거대한 ‘콜리스 증기기관(Corliss Steam Engine)’이었는데요, 지름이 약 9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플라이휠의 무게만 56톤에 달했습니다. 이 증기기관 하나가 벨트와 회전축을 통해 기계관에 전시된 수백 대의 기계에 동력을 공급했는데요, 개막일에는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과 브라질의 페드루 2세 황제가 함께 엔진을 가동했습니다. 당시 미국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던 산업과 기계 기술의 힘을 보여주는 박람회의 상징과도 같은 전시물이었습니다.
진행자: 거대한 증기기관처럼 눈에 띄는 전시물은 아니었지만, 통신의 역사를 획기적으로 바꾼 전화기도 이 박람회에서 선보였죠?
기자: 그렇습니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Alexander Graham Bell)의 전화기도 이 박람회에서 공개됐습니다. 벨은 1876년 3월 전화 특허를 받고, 6월 25일 박람회에서 전화기를 시연했는데요, 브라질의 페드루 2세 황제와 영국의 과학자 윌리엄 톰슨 등이 직접 전화기를 통해 전달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당시 장거리 통신은 글자를 전달하는 전신이 중심이었는데요, 사람의 목소리를 전선을 통해 멀리 전달할 수 있다는 새로운 통신의 가능성을 보여준 거죠. 당시 박람회에서 시연된 벨의 실험용 전화기 가운데 하나는 지금도 스미스소니언 국립미국사박물관에 소장돼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날 컴퓨터 키보드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타자기도 당시 박람회에서 눈길을 끌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숄스 앤 글리든 타자기(Sholes & Glidden Type Writer)’, 흔히 초기 레밍턴 타자기로 불리는 기계인데요, 1876년 만국박람회에서 당시로서는 새로운 글쓰기 기계인 타자기를 선보였습니다.
진행자: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타자기나 키보드와는 모습이 많이 달랐죠?
기자: 네, 레밍턴은 당시 재봉틀을 만들던 회사였는데요, 그래서 초기 타자기는 재봉틀과 비슷한 받침대 위에 놓였고, 발로 밟는 페달도 달려 있었고, 검은색 몸체에는 꽃무늬 장식까지 있었습니다. 기능도 지금과는 달랐는데요, 하지만 15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 있는 것도 있는데요, 바로 키보드 왼쪽 상단의 배열, ‘Q-W-E-R-T-Y’ 즉, ‘쿼티(QWERTY)’ 배열입니다. 초기 레밍턴 타자기에 사용됐던 이 배열은 이후 타자기에 널리 사용됐고, 오늘날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영문 키보드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150년 전 박람회에 등장한 타자기의 원리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에도 남아 있는 셈이네요.
기자:그렇습니다. 타자기가 보급되면서 19세기 말 미국의 사무실 풍경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손으로 쓰던 각종 문서를 타자기로 작성하기 시작했고, 타이피스트, 즉 타자원이라는 새로운 직업도 생겨났는데요, 특히 여성들이 타자기를 다루는 일을 통해 사무실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여성들의 사회 진출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진행자: 또 어떤 새로운 기술이 있었습니까?
기자: 우리가 사용하는 계산기의 초기 형태도 등장했습니다. 발명가 조지 버나드 그랜트(George Bernard Grant)가 만든 기계식 계산기로, 전기 없이 톱니바퀴 같은 기계치를 이용해 숫자를 계산했습니다. 또 미국 발명가 윌리엄 월리스(William Wallace)가 만든 발전기도 전시됐는데요, 백열전구가 나오기 전 사용되던 전기 조명인 아크등(Arc lamp) 11개를 밝힐 수 있었습니다. 또 박람회장에는 세계 최초의 증기 동력 모노레일이 운행돼 관람객들이 직접 타볼 수도 있었고요, 이런 기술과 함께 하인즈 케첩(Heinz Ketchup)과 미국의 전통 탄산음료 하이어스 루트비어(Hires Root Beer) 같은 식품도 박람회에서 소개됐습니다.
진행자: 증기기관에서 전화와 타자기와 모노레일까지, 미국의 새로운 발명품이 한자리에 모였던 건국 100주년 기념, 1876년 필라델피아 센테니얼 박람회 이야기, 김미옥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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