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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마라톤의 산 증인 손기정 씨 타계-주간 스포츠 하이라이트 - 2002-11-19


한국 시간으로 지난 15일 새벽 0시 40분.

인간의 한계로는 돌파할 수 없다던 2시간 30분의 벽을 깨면서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을 제패했던 손기정 씨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난 몇 년간 노환에 따른 신부전증과 폐렴으로 고생해 온 손기정씨는 지난 9월부터는 병원에 있는 날이 더 많을 정도로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었습니다.

올해 아흔 살인 손기정 씨는 노환인 폐렴 증세가 악화돼 갑자기 의식을 잃은 채 13일 병원에 실려왔지만 끝내 정신을 회복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이날 중환자실의 당직을 맡았던 의사는 자정을 넘어가면서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중간 중간 한 번씩 상태가 악화됐다가 회복됐다가 하셨는데 자정을 넘으면서 한 번 악화된 상태가 회복이 안 되신거죠..."

1912년 8월29일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출생한 손기정씨가 본격적으로 마라톤에 전념한 것은 양정고보에 입학한 직후였습니다. 당시에 2 시간30분은 인간의 한계로는 극복할 수 없는 마의 벽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손기정 씨는 1933년 서울에서 수원을 왕복하는 조선신궁 대회에서 2시간29분34초로 우승하고 36년까지 이 대회를 3연패했습니다.

또한 34년 전조선 풀 마라톤에서는 2시간24분51초의 비공인 세계신기록을 작성했고 35년 제1회 조선육상경기연맹 마라톤에서는 2시간 26분14초로 우승했습니다.

35년 일본에서 열린 베를린 올림픽 최종예선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손기정 씨는 마침내 이듬해인 1936년 8월 9일 베를린 올림픽에서 세계를 제패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마라톤에 남승룡씨와 함께 출전한 손기정씨는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비스마르크 언덕을 넘어 하펜강을 돌아오는 42.195㎞의 코스에서 세계 정상의 마라토너 56명과 함께 레이스를 벌여 2시간29분19초의 당시 세계 최고기록으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손기정 씨는 일제 식민지 하에서 일본 대표로 출전해 일본에 금메달을 안겨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손기정 씨는 지난 1994년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 당시의 심정을 이렇게 밝혔습니다.

"내 나라없는 설움을 더 절실히 느끼게 됐다, 왜, 뛰긴 내가 뛰어서 이겼는데 올라가는 국기와 국가는 전혀 다른 것이 올라가 가지고는....."

세계 신기록으로 올림픽을 제패한지 11년이 지난 지난 1947년, 손기정 씨는 다시 한 번 세계 마라톤 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는 한국 마라톤 대표팀의 감독을 맡아 보스턴 마라톤대회 우승으로 이끌어 낸 것입니다.

당시 24살이었던 서윤복 선수는 2시간25분39초의 세계 최고기록을 작성함으로써, 손기정 씨는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도 세계 최고기록을 세운 진기록을 남겼습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1950년에도 감독을 맡아 보스턴 대회에 참가한 손기정 씨는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을 앞세워 1위부터 3위를 휩쓸며 한국 마라톤을 전 세계에 알리는 커다란 업적을 남겼습니다.

그 후 손기정 씨는 지도자 생활을 접은 뒤 대한육상연맹 회장, 제5회 방콕 아시안게임 선수단장등을 역임하며 활발한 스포츠 활동을 계속하면서, 모든 한국 체육인들의 정신적 지주로 활약했습니다.

지난 17일 열린 고인의 영결식에서 이연택 대한체육회장은 조사를 통해 근대사의 영욕을 온 몸으로 부딪히면서 오로지 민족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한국 체육발전을 위해 달려오신 선생의 숭고한 뜻은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라고 고인을 추모했습니다.

"우리 체육계의 대들보며 정신적 지주로서 보여주신 귀감은 후배들이 한국 체육을 스포츠 강국으로 올라서게 한 든든한 뿌리와 원동력이 됐습니다."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 최종 성화주자로 나서기도 했던 손기정씨는 지난 몇 년간 노환에 따른 신부전증과 폐렴으로 고생했고, 지난 9월부터는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여러 차례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했던 손기정 씨는 지난 13일 폐렴으로 인한 호흡 장애로 갑자기 위독해져 병원에 입원했으며, 한때 병세가 호전되기도 했으나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손기정 씨의 아들인 손정인씨는 한시도 마라톤과 육상을 떠나 본 적이 없는 아버지를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 어디까지나 우리나라 마라톤이 잘 되나가기를 바라는 그 마음 하나로 인생을 마무리하지 않으셨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민족의 좌절과 영광이 교차했던 20세기 한국 체육계의 정신적 지주로 활약하다 향년90세를 일기로 타계한 손기정 씨는 대전 국립묘지 국가 유공자 묘역에 안장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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