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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사건 다시 보기]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 (2)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소 정성윤 교수 " 지난 10년 동안 공개된 자료로 보면, 푸에블로호가 나포됐다는 소식은 당일 자정께 린든 존슨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그리고 이 소식을 들은 존슨 대통령을 비롯한 백악관 관계자들은 무척 당황했고 그리고 격앙돼 있었다."

(해설) 안녕하십니까, '다큐멘터리 – 사건 다시 보기'의 김정우입니다. 방금 들으신 일민국제관계연구소 정성윤 교수의 말처럼, 푸에블로호가 동해상에서 나포됐다는 소식은 워싱턴 현지 시각으로 1월 23일, 자정 무렵에 전해집니다. 하지만, 당시 푸에블로호가 왜 나포됐는지, 그리고 미군은 끌려가던 푸에블로호를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이에 대해 알고 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한국 사정에 밝았던 윌리엄 포, 주한 미국 대사도 푸에블로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보가 부족하고 이에 대한 상황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긴급 전문을 보내왔습니다. 이어 모두가 잠들어 있을 시간, 백악관을 깨우는 전화 벨소리가 다급하게 울립니다.

(존슨) 네. 린든 존슨입니다.

(맥나마라) 대통령 각하, 국방장관 맥나마랍니다.

(존슨) 맥나마라 장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요?

(맥나마라) 대통령 각하….솔직히 말씀드리면….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보좌관들과 얘기를 했지만, 일단 외교안보 정책 보좌관들을 소집해서, 이 문제를 논의해야할 것 같습니다.

(존슨)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겠소, 일단 정오 무렵에 모두 모이기로 합시다!

(해설) 1968년 1월 24일 점심 무렵, 존슨 대통령과 외교안보정책 보좌관들이 백악관에 모입니다. 린든 존슨 대통령, 딘 러스크 국무장관, 휠러 합참의장, 헬름즈 중앙정보국 국장, 그리고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 등이 모인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미국의 최신예 첩보함이 북한 해군에게 납치된 사건을 두고 상황 파악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 회의에서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이 먼저 말문을 엽니다.

(맥나마라) 우리는 경솔하게 캄보디아를 침범했고, 얼마 전에는 수소폭탄이 실린 폭격기가 추락했습니다. 이제는 정보수집함이 북한에게 나포당했군요……

(존슨) 맥나마라 장관, 도대체 푸에블로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요?

(맥나마라) 대통령 각하, 푸에블로호가 나포 당시에, 북한 영토로부터 24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었다는 점 말고는, 아직까지 어떤 정보도 보고된 바가 없습니다. 부처 함장이 구조와 공군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푸에블로호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국방부는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해설) 아무런 정보도 보고된 바가 없다! 바로 이것이 푸에블로호가 나포된 후 처음으로 열린 백악관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을 당혹하게 만든 점이었습니다. 특히 당시 백악관 회의에서는 푸에블로호가 나포된 주된 이유 중에 하나인 영해 침범 문제에 대해서도, 보좌관들 사이에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영해 침범문제와 관련해 당시 백악관의 상황을 일민국제관계연구소 정성윤 교수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정성윤 교수 " 나포 당시 푸에블로호가 어디 있었는지 그리고 푸에블로호가 북한 영해를 침범했는지 여부는 백악관 내 어느 누구도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해설) 반면 합참의장 휠러 장군은 푸에블로호가 나포될 당시, 북한 해변으로 부터 40킬로미터 밖에 위치해 있었고, 이는 북한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섬에서도 26 킬로미터 밖에 위치한 지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휠러 장군은 푸에블로호는 당시로는 최첨단 항법 장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푸에블로호가 북한 영해를 단 1마일 즉 1.6킬로미터도 침범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정확한 정보없이 보좌간들 간에 설왕설래가 벌어지는 동안 존슨 대통령의 머리 속에는 북한이 왜 이런 일을 벌였는 지에 대한 생각이 머릿 속을 채우고 있었을 것입니다. 북한이 푸에블로호를 나포한 이유에 대해 존슨 대통령과 백악관은 처음에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정성윤 교수의 말입니다.

정성윤 교수 " 존슨 대통령과 워싱턴의 정책 결정자들은 베트남 전쟁의 상황과 푸에블로호 납치 사건들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봤다. 이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은 소련을 비롯한 국제 공산주의 세력들의 음모라고 존슨 대통령은 생각했다."

(존슨) 이 사건은 분명히 소련이 사주한 짓이 틀림이 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북한이 어떻게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겠는가! 러스크 국무장관, 그런데 이 나포건을 협의할 외교채널은 있는 겁니까? 이 문제를 유엔 안보리로 가져가야 하는 거요?

(러스크) 물론 유엔 안보리로 가져갈 수도 있겠지만, 일단 곧 열릴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할 것으로 봅니다. 군사정전위에서 논의되는 것을 보고 대응방안을 결정해야할 것 같습니다.

(존슨) 좀 있으면 북한이 도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게 되겠지. 좋소 일단, '푸에블로호 자문 그룹'을 만들겠소. 이곳에서 좀더 많은 대응방안들을 연구해 봅시다. 군을 동원해 응징을 하던지 아님 다른 수단이 있는지 연구해 보자 이 말이요!

(해설) 푸에블로호가 나포된 지 하루 뒤, 처음에는 정보가 없어 당황해 하던 백악관은 시간이 지나면서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합니다. 방금 들으셨다시피, 미국 정부는 딘 러스크 국무장관이 기자회견을 열어 푸에블로호를 나포한 북한의 행동을 용납할 없다고 비난하면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섭니다. 특히 미국은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를 포함한 구축함 5척, 그리고 B52 전략폭격기 26대를 포함해 공군기 347대를 북한에 근접 배치하면서 무력 시위에 나섭니다.

(해설) 미국이 동해상에서 무력시위를 벌임으로써,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은 미국과 북한의 본격적인 대치국면으로 접어들게 되는데요, 다큐멘터리 – 사건 다시보기, 다음 주 이 시간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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