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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즈워스 특사, 김대중 전 한국 대통령과 통화


최근 한국을 방문했던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가 미국으로 돌아오기에 앞서 모두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미국이 인내심을 갖고 북한 문제에 대처할 것을 조언했다고 하는데요. 통화 내용과 의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김근삼 기자입니다.

한국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표로 있는 ‘김대중 평화센터’는 10일 김 전 대통령과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보즈워스 특사는 10일 미국으로의 출국을 앞두고 김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대북정책에 대한 조언을 들었습니다.

‘평화센터’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의 최고 외교 목표는 여전히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며, 미국이 인내심과 지혜를 갖고 현명하게 대처하면 클린턴 행정부 때와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보즈워스 특사는 북한의 움직임에 과잉반응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달 20일 한국을 방문했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서울을 출발해 중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김 전 대통령과 10분 간 전화로 대화를 나눈 바 있습니다.

이렇게 미국의 고위 외교 관리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잇따라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 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과 관련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워싱턴 소재 국제관계센터의 존 페퍼 국장은 한국의 전임 대통령이며 노벨평화상 수상자에 대한 예우라는 측면에서, 두 사람의 전화통화는 적절하다고 말했습니다.

페퍼 국장은 전화통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정치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우선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견해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페퍼 국장은 또 한국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고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여론을 의식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외교정책분석연구소의 제임스 쇼프 연구원도
클린턴 장관과 보즈워스 특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통화를 한 것은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강경, 유화 양측의 의견을 모두 들을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훌륭한 외교적 수사였다고 분석했습니다.

쇼프 연구원은 전화통화는 조지 부시 행정부 초기 당시 미 행정부의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대우와 차이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전임 부시 행정부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쇼프 연구원은 또 오바마 행정부는 햇볕정책을 펼쳤던 김 전 대통령의 의견을 청취함으로써 북한 측이 오바마 행정부를 어떻게 평가할지에도 신경을 썼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보수 성향 연구기관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클린턴 장관과 보즈워스 특사의 한국 방문은 미국의 입장을 전하는 동시에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통화가 이뤄진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두 사람 모두 이번 아시아 순방 중에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분명한 조건을 제시했다면서, 따라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는 차별화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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