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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집권 10년...평가 엇갈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최근 집권 10년째를 맞았습니다. 차베스 대통령은 최근 열린 기념식에서 스스로 국민의 삶을 크게 향상시켰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차베스 대통령의 지난 공적에 대해서는 베네수엘라 안팎에서 비난과 찬사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김근삼 기자와 함께 차베스 정부의 10년을 되짚어보겠습니다.

문: 베네수엘라에 우고 차베스 정부가 들어선 지 어느 새 10년이 됐군요?

답: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1998년 12월 치러진 선거에서 50%가 넘는 지지율로 당선됐고, 이듬해 2월2일에 취임했으니까요, 지난 2일로 집권 10년째를 맞았습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열렸는데요,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 등 인근 국가 지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문: 그런데, 차베스 정부의 지난 10년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리는 것 같습니다. 빈곤층을 대변하는 혁명적인 지도자라는 평가도 있지만, 대중에 영합하는 정책만 펼치면서 장기집권을 노린다는 주장도 있지 않습니까?

답: 물론 한 나라의 지도자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게 마련이겠지만, 말씀대로 차베스 대통령의 경우는 더욱 심한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그동안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무대에서도 보여준 과격하고 돌출적인 행동 때문에 더욱 그런 평가를 받는 것 같은데요. 우선 긍정적인 부분부터 살펴볼까요?

문: 그러죠.

답: 차베스 대통령의 정치 경력을 잠깐 살펴보면, 집권 7년 전인 1992년에 당시 군인 신분으로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2년 간 감옥생활을 했습니다. 차베스는 석방된 뒤 부패와 경제난에 맞서 사회주의 개혁을 요구하면서 정치인으로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는데요,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에도 '볼리바리안 미션' 이라는 이름으로 개혁적인 정책을 폈습니다. 특히 유권자의 다수인 빈곤층의 삶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문: 그런 측면에서는 여러 가지 성과를 거두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베네수엘라의 극빈자 비율은 지난 10년 간 20.3%에서 9.5%로 크게 줄었습니다. 실업률도 16.6%에서 7.1%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요. 특히 경제 외에도 사회교육과 보건복지 분야에서 큰 진전을 거둔 것으로 평가 받는데요. 대학 진학률과 성인 문맹률도 크게 개선됐습니다. 이 때문에 빈곤층을 대변하는 개혁적 지도자라는 평가가 있는 것입니다.

문: 베네수엘라 식 사회주의 개혁 노력이 가시적인 진전을 가져왔다는 얘기인데, 하지만 부정적인 평가도 만만치 않은 것 같은데요?

답: 가장 많은 지적은 정치적인 인기를 위해 무리하게 사회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사회복지 정책을 실시하기 위한 예산을 석유 수출로 충당하다 보니, 석유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졌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5위의 석유 수출국인데요, 차베스 대통령 집권 전에 전체 수출의 63%를 차지하던 석유의 비중은 지난 해 93%까지 늘어났습니다.

문: 전체 수출의 93%를 석유가 차지한다니, 그런 지적이 나올 만 하겠군요?

답: 특히 차베스 대통령이 석유 수출로 벌어들인 예산을 갖고 인기에 도움이 되는 정책에만 급급하면서, 장기집권을 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의회의 활동을 중지시키는 등 여러 차례의 비상조치를 통해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면서, 권력을 지나치게 자신의 중심으로 집중시켰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문: 국제무대에서도 여러 차례 돌출 행동을 했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유엔에서 미국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악마'로 지칭하지 않았습니까?

답: 차베스 대통령은 외교적으로 중남미에서 사회주의적, 경제적 결속을 추진했는데요. 이런 과정에서 미국을 최대의 적으로 꼽았습니다. 특히 차베스 대통령은 2002년 반사회주의 쿠데타로 나흘 간 실각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미국이 쿠데타를 지원했다는 게 차베스 대통령의 주장입니다. 차베스 대통령은 미국의 외교정책을 '신제국주의'로 비난하면서 미국의 이라크 전쟁과 대 이란 정책, 자유무역 추진 등에 대해 사사건건 반기를 들었습니다. 유럽 지역 미사일 방어체계를 두고 미국과 러시아 간에 긴장이 고조됐을 때, 차베스 대통령은 자국에서 러시아 해군과 합동 군사훈련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문: 미국과는 악연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차베스 집권 10년을 맞아 국민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답: 관측통들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내에서도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물론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2002년 쿠데타로 실각했다가 나흘 만에 재집권했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 대통령입니다. 여전히 빈곤층을 중심으로 지지기반을 유지하고 있고요. 하지만 지난 해 석유 가격 하락과 함께 인기가 줄어든 것도 사실인데요. 차베스 대통령의 임기는 2012년으로 끝납니다. 그런데 이달 말 대통령 임기 폐지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열리거든요. 이 투표 결과가 앞으로 차베스 대통령의 정치생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텐데요, 현재까지는 쉽게 결과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집권 10주년을 맞은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공적에 대한 엇갈린 평가를, 김근삼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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