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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 미 국무부 공연


이 곳 워싱턴의 미국 국무부 청사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행사가 열렸습니다. 지난 2001년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피아니스트 김철웅 씨의 독주회가 그것인데요, 김철웅 씨는 6일 폴라 도브리안스키 차관 등 국무부 당국자들과 인권단체 관계자 등 1백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연주회에서 북한의 연주곡 '환희의 노래'와 직접 편곡한 '아리랑'을 연주했습니다. 김 씨는 이 자리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6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있는 국무부 청사에서는 뜻 깊은 아리랑 선율이 울려퍼졌습니다. 북한을 탈출한 피아니스트 김철웅 씨가 남북 통일의 염원을 담아 연주한 '아리랑 소나타' 였습니다.

김철웅 씨는 평양에서 당 간부의 자제로 태어나 8살 때부터 평양음악무용대학에서 피아노 교육을 받은 음악 영재였습니다. 하지만 예술의 자유를 찾아 북한을 탈출했고, 지난 2003년2월 한국에 정착했습니다.

이런 김철웅 씨가 6일 북한 출신 예술가로는 처음으로 미국 국무부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김철웅 씨는 이날 북한 곡 '환희의 노래'와 쇼팽의 '녹턴'을 연주했습니다. 북한 출신 연주가가 미국 국무부에서 북한 노래를 선보이는 뜻 깊은 자리가 마련된 것입니다.

김철웅 씨는 이런 기회를 갖게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피아노를 배울 때 워싱턴에서 연주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무엇을 고집하고 한 길을 가다보면 끝이 온다고 했는데, 저한테는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김철웅 씨는 자신이 직접 편곡한 아리랑을 연주하기에 앞서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과 남북 통일을 향한 바람도 밝혔습니다.

"이 곡은 북한 인권을 개선해보고, 또 노래로서 인권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저의 염원도 깃들어 있습니다. 인권은 데모나 캠페인으로만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화와 음악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김철웅 씨의 국무부 공연은 미국 최초의 외교관, 벤저민 프랭클린을 기념해서 만들어진 '벤저민 프랭클린 룸'에서 열렸습니다. 공연장에는 미국 국무부의 고위 외교관과 인권 운동가 등 1백 여명이 참석해서, 한 곡 한 곡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피아니스트 김철웅 씨


국무부의 민주국제 문제 담당 폴라 도브리안스키 차관은 김철웅 씨를 뜨겁게 환영했습니다.

도브리안스키 차관은 "표현의 자유를 찾아 자유의 세계에 온 김철웅 씨를 환영한다"면서 "김철웅 씨가 미국 국무부 뿐만 아니라, 평양에서도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도브리안스키 차관은 또 "열악한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미국은 계속 굳건한 노력을 펼칠 것"이라면서,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세계 무대로 나오는 데 있어서, 인권은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이 날 공연에는 국무부 인권노동 담당 데이비드 크레이머 차관보와, 동아시아태평양국의 알렉산더 아비주 부차관보도 참석했습니다.

김철웅 씨는 이날 공연이 끝난 뒤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기회를 통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한 마디로 벅차다고 해야할지, 아직 실감은 잘 안납니다. 참가자들의 열기가 저한테 연결되서 연주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기회를 통해 북한 인권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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