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최근 평안북도 동창리의 미사일 기지에서 장거리 미사일용 로켓엔진을 시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시험은 단순한 엔진의 성능을 넘어 미사일 시스템의 여러 장치들을 시험하는 것일 수 있다고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시험은 정치적 의미를 둘 사안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새로 건설 중인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장거리 미사일 기지에서 지난5~6월께 대포동 2호로 추정되는 미사일의 엔진 연소시험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대포동2호는 사정거리 약 4천 25 킬로미터의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미국의 서해안까지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엔진 연소시험은 미사일 로켓엔진을 수평으로 눕힌 뒤 연료를 주입해 실제로 가동해 보는 것으로, 미사일 개발에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군사 전문가인 워싱턴 소재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박사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미사일 엔진시험 만으로 북한의 미사일 개발 수준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오핸런 박사는 다단계 미사일이 성공적으로 발사되려면 여러 가지 측면이 고려돼야 한다면서, 엔진은 통상 미사일 개발의 아주 초기단계에 해당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미사일의 나머지 요소들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면 마지막 단계에 근접한 것일 수도 있다며, 북한이 이미 오랫동안 대포동 미사일을 개발해 온 사실을 지적했습니다.군사정보 전문업체인 제인스 인포메이션 그룹(Jane's Information Group)의 수석 안보분석가인 조세프 버뮤데즈 씨도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시험은 엔진의 성능 외에도 미사일 시스템의 다른 장치들을 시험하는 것일 수 있다며, 북한의 미사일 개발 단계가 상당히 앞서고 있을 수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즉 엔진이 연소, 점화될 때 생기는 강력한 진동이 미사일의 기체를 통해 전달되면서 탄두나 유도장치, 그리고 탑재물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엔진시험을 통해 미사일 시스템의 모든 장치들이 강력한 진동과 열을 견딜 수 있는지를 측정할 수 있다고 버뮤데즈 씨는 말했습니다.북한은 지난 2006년 대포동 2호 미사일을 포함한 여러 대의 미사일을 시험발사했지만, 대포동 2호 미사일의 경우 발사 직후 40초만에 인근 바다에 떨어져 실패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 엔진시험을 실시한 평안북도 동창리의 새 장거리 미사일 발사기지를 약8년 전부터 건설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보 당국은 현재 이 기지의 공정률이 80%에 달해 내년 여름이면 완공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동창리 기지는 함경북도 화대군의 무수단리에 있는 미사일 발사기지보다 규모가5배 가량 크고, 이동식 발사대와 미사일을 지지할 수 있는 10층 높이의 타워가 갖춰져 있는 등 기능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조세프 버뮤데즈 씨는 북한이 새 기지를 중국과 북한 국경에서50 킬로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서해안의 구릉지역인 동창리에 건설한 것은 미국과 한국의 공중 정찰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버뮤데즈 씨는 국가 간 정보는 위성사진 뿐만 아니라, 공중 정찰로 수집된 정보와 사진, 또 해상정찰 활동을 통해 수집된다며, 동창리 기지는 서해의 아주 북단에 위치해 있어 미국과 한국 정부의 정보수집에 큰 도전이 된다고 말했습니다.한편,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 엔진시험이 정치적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오핸런 박사는 테러지원국 해제와 북 핵 검증을 둘러싼 합의 등을 둘러싸고 북 핵 협상이 중요한 기로에 놓여있기는 하지만, 미사일 엔진시험은 과거 일본 상공으로의 3단계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북한의 행동과 비교할 때 그다지 도발적인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버뮤데즈 씨도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나라라면 엔진시험을 실시하게 마련이라며, 이번 시험도 북한이 지난 10년 이상 행해온 정상적인 시험 프로그램의 일부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