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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코리아’ 덴마크 감독 “혜선의 여정, 우리 모두의 이야기…앞으로 나아갈 힘 되길”


‘하나 코리아’ 덴마크 감독 “혜선의 여정, 우리 모두의 이야기…앞으로 나아갈 힘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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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여성의 한국 정착기를 그린 영화 ‘하나 코리아’가 미국에서는 지난 24일 ‘LA 한국 영화제’에서 상영됐습니다. 드라마 ‘파친코’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김민하 씨가 주인공을 맡은 이 영화는 앞서 한국과 덴마크에서 먼저 선을 보였는데요. 자유를 찾아 한국에 도착한 탈북 여성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국에서의 삶에 적응해 가는 탈북 여성의 여정이 담겼습니다. 덴마크와 한국 공동제작으로 완성된 ‘하나 코리아’의 프레데릭 쇨베르 감독을 안소영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탈북 여성의 한국 정착기를 그린 영화 ‘하나 코리아’가 미국에서는 지난 24일 ‘LA 한국 영화제’에서 상영됐습니다. 드라마 ‘파친코’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김민하 씨가 주인공을 맡은 이 영화는 앞서 한국과 덴마크에서 먼저 선을 보였는데요. 자유를 찾아 한국에 도착한 탈북 여성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국에서의 삶에 적응해 가는 탈북 여성의 여정이 담겼습니다. 덴마크와 한국 공동제작으로 완성된 ‘하나 코리아’의 프레데릭 쇨베르 감독을 안소영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AHN) 먼저 영화 ‘하나 코리아’를 간단히 소개해 주시죠. 어떤 영화입니까?

쇨베르 감독) 안녕하세요, ‘하나 코리아’ 감독 프레데릭 쇨베르입니다. ‘하나 코리아’는 행복과 자유를 찾기 위해 엄청난 위험을 감수한 젊은 북한 여성 혜선의 이야기입니다. 혜선은 북한에 가족을 남겨두고 한국으로 탈출하죠. 영화는 혜선이 한국에 도착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시작합니다. 탈북민으로 한국에 도착해 정착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요. 영화는 그 첫 순간부터 혜선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과정, 그리고 그 새로운 삶에서 마주하는 여러 어려움과 도전을 따라갑니다.

AHN) 덴마크 영화감독에게 북한, 특히 탈북 여성들의 삶은 상당히 낯선 소재였을 것 같습니다. 처음 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고, 왜 탈북 여성을 주인공으로 장편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까?

쇨베르 감독) 사실 제 관심은 한국에서 시작됐습니다. 이 영화는 북한 출신 여성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배경은 한국입니다. 이번 영화의 모든 것이 시작된 건 16년 전인 2010년입니다. 서울의 한 영화제에 초청받아 한국을 방문했어요. 도착한 후에 시차 때문에 정신이 없는 상태로 한 식당에 들어갔는데 우연히 한국인 남성 두 명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두 분은 그날 어떤 전쟁 관련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들은 제게 한반도 분단에 대해 자신들이 느끼는 감정을 아주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그중 한 분이 제게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하나 코리아(Hana Korea), 원 코리아(One Korea)이다.”였는데, 그 말이 제 안에 어떤 씨앗을 심었던 것 같아요. 저는 동서로 세계가 나뉘어 있고 유럽에 철의 장막이 존재했던 시대를 기억할 만큼 나이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장면을 본 것도 기억하고요. 냉전이 끝나는 것을 봤는데 아직 한국에서는 냉전이 끝나지 않은 것이죠. 그래서 저는 나라가 둘로 나뉘어 있다는 것이 개인에게, 또 정신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자료를 조사하다가 북한이탈주민의 한국 사회 정착을 지원하는 하나원에 관한 기사를 접했습니다. 탈북민들이 하나원에서 겪는 변화의 과정에 큰 관심을 갖게 됐고요. 하나원에서는 민주주의와 역사, 인권을 배우지만,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방법, 현대 소비사회에서 소비자로 살아가는 방법 같은 것도 배웁니다. 저는 그런 변화의 과정이 너무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국에 와서 하나원에 관한 라디오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죠. 그 과정에서 많은 탈북민을 인터뷰했고요. 그때 영화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된 겁니다. 북한 자체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한국에서 탈북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시작됐습니다.

AHN) 영화를 준비하면서 많은 탈북 여성을 만났다고 하셨어요. 주인공 혜선은 이런 탈북 여성들의 경험이 합쳐진 인물이고요. 혜선이라는 인물을 만드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특정 인물이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쇨베르 감독) 2019년부터 한국인 프로듀서와 함께 작업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이 영화의 두 프로듀서가 된 사라 스톡만과 오희정 프로듀서입니다. 우리는 자료 조사를 시작하고 탈북민들을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어느 날 희정 씨가 제게 연락해서 “특별한 사람을 만났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많은 사람을 인터뷰했지만 유독 눈에 띄는 여성이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한국으로 갔고, ‘효린’이라는 여성을 만났습니다. 정말 처음부터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습니다. 자신의 경험에 대해 굉장히 솔직하고 개방적이었습니다. 저는 많은 탈북민을 인터뷰했는데, 자신이 겪은 일 가운데는 금기시되거나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경험도 많기 때문에 대체로 이야기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효린 씨는 완전히 달랐어요.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거의 모두 솔직하게 이야기해 줬죠. 첫 만남에서 제게 이런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프레데릭, 우리 북한 사람들이 어떤 일을 겪는지 영화로 만들어주세요. 우리의 이야기를 보여주세요. 우리가 실제로 어떤 일을 겪는지 세상 사람들이 알아야 합니다.”라고 했죠. 그 만남은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어요. 그전까지는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었다면, 효린 씨를 만난 뒤에 영화의 실제 인물이 생긴 겁니다. 효린 씨와 관계를 쌓고 그의 경험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함께 이야기를 발전시킬 수 있게 됐어요. 효린 씨를 계속 인터뷰했고, 한국에서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효린 씨는 영어를 하지 못하고 저도 한국어를 충분히 하지 못하기 때문에 번역 앱을 이용해 대화하기도 했죠. 그렇게 인터뷰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관계를 쌓았고,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이해하게 됐어요. 그리고 그것을 시나리오 작업에 반영했고요. 각본은 봉준호 감독의 통역으로 유명해진 셰론 최 씨와 함께 썼습니다. 셰론은 매우 재능 있는 프로듀서이기도 해요. 우리는 효린 씨의 실제 경험을 일종의 토대이자 캔버스로 삼아 예술적인 상상력을 더했고, 그녀의 삶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효린 씨와의 만남은 이 영화에 절대적으로 중요했습니다.

AHN) 영화는 혜선을 단순히 불쌍한 사람이나 역경을 이겨낸 영웅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때로는 이기적이기도 하고 갈등하기도 하죠. 또 관객이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을 하는데요. 왜 이렇게 복잡한 여성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습니까? 관객들이 혜선에게서 무엇을 보기를 바랐나요?

쇨베르 감독) 저는 기본적으로 복잡한 인물과 복잡한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우리 인간 자체가 복잡하기 때문이죠. 인간은 오로지 선하기만 하거나 악하기만 한 존재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혜선을 ‘북한 사람’에 대한 어떤 진부한 이미지나 고정관념으로 그리는 대신에 그 자체로 한 사람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혜선의 좋은 면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면에도 관심이 있었어요. 복합적이면서도 관객의 마음을 끄는 인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두 가지를 모두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관객들에게서 자주 듣는 반응이 있습니다. 혜선이 고정관념 속 인물이 아니라 실제 사람처럼 느껴진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에게도 다른 방식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AHN) 혜선은 자유에 대한 큰 희망을 품고 한국에 오지만, 한국에서도 여전히 자신이 이방인이라고 느낍니다. 혜선이 진정으로 찾고 있던 건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것을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습니까?

쇨베르 감독) 혜선이 북한을 떠난 가장 큰 이유는 어머니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더 나은 삶을 원했기 때문에 떠난 것이기도 하죠. 혜선은 더 나은 삶을 찾고, 또 한국에서 그런 삶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물론 가족을 두고 떠났다는 죄책감과 의문도 끊임없이 혜선을 괴롭히죠. 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 의무와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고 싶어 하는 그 사이에서 계속 갈등합니다. 그러면서도 결국 혜선이 찾고 있는 것은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삶에 스스로 영향을 주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능력과 가능성을 찾는 것이죠. 동시에 삶의 의미도 찾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재체제에서 억압받는 시민으로서가 아니라,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려는 것입니다.

안소영) 조금전 영화 제목 ‘하나 코리아’에 대해서도 잠깐 이야기는 하셨지만,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하나 코리아’ 하면 탈북민들이 정착 교육을 받는 ‘하나원’을 떠올리게도 하고, ‘하나의 한국’, 즉 ‘원 코리아’라는 의미로도 들립니다. 그런데 영화가 보여주는 현실은 훨씬 복잡하거든요. 감독님에게 ‘하나 코리아’라는 제목은 어떤 의미입니까?

쇨베르 감독) 저는 이 제목을 하나의 은유로 봅니다. 관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었으면 해요. 영화감독으로서 제가 던지는 모든 질문에 반드시 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하나 코리아’에는 혜선이 자기 자신과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혜선 안에는 북한과 한국이 모두 존재하죠. 가족을 구하기 위해 떠났지만, 어쩌면 자기 자신을 구하기 위해 떠난 것이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이런 감정들이 결국 하나로 모여서 혜선이 온전한 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그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고향을 떠나는 것, 특히 혜선과 같은 방식으로 고향을 떠나는 것은 영화에서 말하듯 마음속에 큰 구멍을 남깁니다. 인생의 절반을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나라에서 살았고, 이제 완전히 새로운 삶을 만들어야 한다면 어떻게 자기 자신과 하나가 될 수 있을까요? 저는 바로 이 지점에서 ‘하나 코리아’가 단순히 한국에 관한 영화를 넘어선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와 미래, 그리고 자신이 짊어지고 온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자기 자신과 하나가 될 수 있는가를 다루는 ‘보편적인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대부분 한국에서 벌어지고 한국 사회를 많이 보여주지만, 혜선은 영화 내내 자신의 안에 북한을 지니고 살아갑니다. 우리가 그리고 싶었던 것은 결국 혜선이 분열된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온전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었어요. 그리고 그것은 분단된 한국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안소영) 최근 영화가 덴마크에서도 개봉했습니다.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한국 관객과 덴마크 관객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쇨베르 감독) 다행히 한국과 덴마크 모두에서 아주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두 나라는 굉장히 다르지만, 흥미롭게도 관객들이 반응하는 지점은 상당히 비슷한 것 같습니다. 영화를 만들면서 저희가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 있는데요. 한국 관객들에게는 익숙한 주제이지만 덴마크 관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관객들이 이야기에 몰입하면서도 흥미를 느끼게 하려면 어느 정도까지 정보를 제공해야 할까를 고민했습니다. 다행히 관객뿐 아니라 기자와 평론가들의 반응도 두 나라에서 상당히 비슷했습니다. 이 영화를 상당히 시적인 분위기를 가진 작품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고, 새로운 삶에서 자신의 길을 찾으려는 한 젊은 여성을 현실에 가깝게 그려낸 작품으로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한국과 덴마크 모두에서 그런 부분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습니다.

안소영) 마지막으로 관객들이 영화를 본 뒤 혜선을 단순히 ‘탈북 여성’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기억하기를 바라십니까?

쇨베르 감독) 그건 저희에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는 처음부터 관객이 혜선을 불쌍하게 여기도록 만드는 영화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저희에게 혜선은 영감을 주는 인물이죠. 혜선의 회복력과 강인함, 의심과 두려움, 그리고 자신의 잘못까지도 극복하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능력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상영했을 때, 영화에 영감을 준 실제 인물 효린 씨가 시사회에 왔었어요.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고, 상영 후에는 저를 꼭 안아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영화가 제가 계속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줍니다.”라고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겸허해지면서 동시에 자부심도 느꼈습니다. 저는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그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도 계속 행복과 자유를 추구하고 또 동시에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게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성취라고 생각합니다. 관객들이 그런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혜선은 역경을 이겨내는 사람이고,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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