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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러 대외정보국장 방북 공개…“적대세력 정탐 모략 대처 협력”


세르게이 나리슈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이 지난 2018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자료사진)
세르게이 나리슈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이 지난 2018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은 러시아 정보기관 수장이 최근 평양을 방문해 이른바 적대세력의 책동에 맞선 양국 협력 강화를 논의한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앞둔 사전 점검 등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이 지난 25일부터 사흘간 평양을 방문했다고 28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나리시킨 국장은 리창대 북한 국가보위상과 회담을 가졌고 대외정보국 대표단과 국가보위성 간부들 간 실무회담도 이뤄졌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회담들에서는 한반도 러시아를 둘러싼 현재의 국제 그리고 지역 정세들에 대한 견해가 상호 통보되고 적대세력들의 가증되는 정탐 모략 책동에 대처해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실무적 문제들이 폭넓고 진지하게 토의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종 동지적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회담들에서는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완전한 견해 일치를 보았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대통령 직속 해외첩보기관인 대외정보국은 국내 정보를 담당하는 연방보안국(FSB)과 함께 러시아의 양대 정보기관으로, 미국의 중앙정보국(CIA)과 유사한 기능을 합니다.

대외정보국 수장의 북한 방문은 2011년 미하일 프랏코프 국장의 방북이 공개된 이후 13년 만입니다.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양국 밀착이 군사 외교 경제 등에 그치지 않고 서방에 맞선 정보 분야 협력으로까지 전면적으로 이뤄지는 양상입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양측의 회담에서 ‘적대세력들의 가증되는 정탐 모략 책동’에 맞선 협력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고 밝힌 점으로 미뤄 북한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지역에서의 미한일 정찰 강화, 미사일 발사 정보 공유 등에 대응한 행보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한미일 북한 미사일 실시간 정보 공유, 그리고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정찰활동 이런 것에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북러 간 군사 안보 분야 정보 협력이 본격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장면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앞선 사전 점검이 이번 대외정보국장 방북의 목적이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러시아 정보수장이 직접 북한을 찾은 것은 푸틴 방북과 관련된 사전 행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일본과의 정상회담 관련 물밑접촉이 무산된 북한은 북러 정상회담 수요가 한층 커진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5연임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의 5월 방중설과 맞물려 푸틴 대통령이 중국과 북한을 연이어 방문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19일 푸틴 대통령이 5월 중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입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푸틴 방북과 관련된 사전 보안 점검, 안전 점검 차원 여기에 더 주목이 되는 거죠. 5월에 중국 가는 거죠. 5월이면 시기적으로 (방북 사전 점검 차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거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러시아 정보수장이 체제 결속과 주민, 탈북민, 해외노동자 통제를 담당하고 있는 북한의 국가보위성 수장을 만난 것은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 문제와 관련한 현안들을 논의하기 위해서였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조 박사는 전쟁 중인 러시아에 북한의 대규모 노동자 파견이 임박했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가운데 해외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잇단 소요 사태 등으로 북러 정보 당국의 협력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해외 북한 노동자들의 폭동 내지는 소요 사태 이런 게 지금 이어지고 있거든요. 그렇게 보면 북러가 지금 대외정보국과 국가보위성이 협력을 한다면 지금 그 문제가 유력하고요.”

일본 ‘산케이’신문은 25일 아프리카 콩고공화국에서 건설 현장에 파견된 북한인 노동자 수십 명이 2월로 예정됐던 귀국이 연장된 데 반발하며 폭동을 일으켰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도 콩고에서 발생한 집단행동에 대해선 확인하지 않았지만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열악한 생활 여건에 기인한 각종 사건, 사고가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보여 관련 동향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보 당국 수장의 외국 방문이 통상 비공개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북한이 이번에 대내외 관영매체에 나리시킨 국장의 방북을 공개한 것은 북러 간 협력이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인태 박사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가 과거 냉전시대 옛 소련과의 관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식으로 선전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박사] “선전 측면도 좀 더 강조를 해서 김정은 업적차원에서, 그리고 최근 강조하고 있는 반제 반미 연대 이 부분에 러시아도 같은 편이다 이걸 강조를 많이 하거든요. 오히려 중국은 뒤로 처지는 상황이니까 그래서 북한의 프로파간다 이 부분도 좀 더 연계시켜서 평가해 볼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윤정호 대외경제상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정부 경제대표단이 지난 26일 평양을 출발해 러시아로 향했다고 27일 보도했습니다.

윤 대외경제상은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북러 무역, 경제 및 과학기술 협조위원회 공동위원장급 실무회담에 참석해 러시아 측 위원장인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과 경제협력 방안과 이행 상황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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