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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한 내 ‘반체제 정당 조직 적발’? 


새벽 안개에 덮인 북한 평양. (자료사진)
새벽 안개에 덮인 북한 평양. (자료사진)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 내에서 반체제 ‘자유민주주의’ 정당 조직을 만들려던 움직임이 적발됐습니다. 이는 북한 최초의 자생적 반체제 사건으로 볼 수있는데요, 그 배경과 의미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한 중학교 교사가 ‘자유민주주의’ 정당을 만들려고 했다가 적발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소인 ‘샌드연구소’(South And North Development)는 최근 북한 보안 당국이 만든 내부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영상을 보면 지방의 한 중학교 교원이었던 ‘신00’ 씨가 한국 방송과 녹화물을 청취하다가 북한 체제에 반감을 갖고 10여명과 함께 반체제 정당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공개된 북한 영상의 일부입니다.

[녹취:북한 영상] “이른바 자유민주주의체제에 의한 새로운 당을 창건하고 새정부를 세운다고 하면서 불순녹화물을 시청하는 과정에 알게 된 불순분자들과 국가전복 음모를 꾸미면서 미쳐 날뛰다가 인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습니다.”

영상을 보면 손으로 적은 당 강령과 조직 원칙의 일부가 나옵니다.

당 강령에는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체제에 의한 새로운 당을 건설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식인과 농민을 대표한다’고 돼 있습니다.

또 조직 원칙 1조는 ‘자유를 갈망하는 그 누구도 가입할 수 있다’이며 제2조는 ‘새로 조직되는 당에는 상하차별이 없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 영상은 북한에서 간부 등을 대상으로 제작돼 2021-2022년 활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이는 북한에서 자생적 민주주의 정당이 결성됐다가 처벌을 받은 최초의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북한에서 자생적이고 조직적인 정당, 강령과 지침까지 확인된 것은 최초이기 때문이 의미가 크다고 볼 수있죠.”

북한은 대외적으로 ‘조선민주당’이나 ‘천도교청우당’과 같은 소수 정당이 있다고 선전하지만, 노동당을 제외하곤 모두 관변 단체에 불과합니다.

주목되는 것은 반체제 정당을 만들려던 10여명의 북한 주민들이 한국의 방송과 녹화물을 청취하다가 이같은 생각을 갖게 됐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그동안 사회에 널리 퍼진 남한의 노래와 드라마, 문화, 종교, 자본주의적 생활방식 확산에 골머리를 앓아왔습니다.

이런 점은 북한이 제정한 사회통제법률을 봐도 알 수있습니다. 북한은 2020년 12월에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한데 이어 2021년 9월에는 ‘청년교양보장법’ 그리고 지난해 2월에는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제정했습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매우 가혹한 처벌조항을 담고 있습니다. 이 법 제27조는 “남조선 영화나 녹화물, 도서, 노래, 그림, 사진을 보았을 경우 5년부터 15년까지의 노동교화형(징역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집단적으로 남조선 영화나 녹화물, 편집물, 도서를 시청, 열람하도록 조직하였거나 조장한 경우에는 사형”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노래와 드라마는 북한 사회에 계속 확산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최근 영국 BBC 방송은 평양의 16살 소년들이 한국 드라마를 시청했다는 이유로 2022년에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는 영상을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평양 삼마고급중학교 학생인 리모 군과 문모 군이 손목에 수갑을 찬 채 죄수복을 입고 끌려 나와 노동교화형을 선고받는 모습이 나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 영상에 대해 “우리는 단순히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시청했다는 이유로 이 아이들에게 가해진 처벌의 가혹성과 기간에 대한 소식들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We are deeply concerned by reports of the severity and length of the punishment applied to these children for simply watching a television program.

북한에서 자생적으로 반체제 정당이 결성된 것은 그만큼 북한 주민들의 삶이 어려워졌다는 신호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올 해는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된지 12년째가 되는 해입니다.

김 위원장은 집권초 ‘인민의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부귀영화를 누리게 하겠다’고 공언해 주민들은 상당한 기대를 걸었습니다.

그러나 그같은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김 위원장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자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에 고강도 대북 제재를 가했습니다.

엎친데 덥친 격으로 2020년 1월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하자 북한 당국은 북중 국경을 봉쇄했습니다. 그 결과 북한은 외화난과 물가 상승 그리고 코로나 등 삼중고를 겪었습니다.

특히 물가 오름세가 주민들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5년 전인 2019년 북한의 쌀값은 kg당 5천원, 그리고 옥수수(강냉이)는 1천원선이었습니다.그러나 지난해 여름 쌀 가격은 6천원대로 그리고 옥수수(강냉이)는 3천원대로 치솟았습니다. 북한 노동자가 한달 월급 3천원을 받아도 쌀을 1kg도 살 수 없는 겁니다.

그 결과 북한에는 굶어죽는 아사자가 발생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1-7월 기간 중 245명의 아사자가 발생했습니다

평안남도 평성에 살다가 2011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조충희 씨는 극심한 경제난으로 인해 주민들이 노동당에 등을 돌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민 조충희씨]”노동당 앞에서나 충성하는 척하고 실제 많은 사람들의 진심은 노동당에서 떠났다고 말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과거 함경북도 함흥에서 살다가 2001년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민 박광일 씨는 자유민주주의 정당을 만들려던 사람이 중학교 교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도 중학교 교원이 되려면 4년제 사범대학을 졸업해야 합니다. 그런데 고등교육을 받고 교원이 된 사람이 자유민주주의 정당을 만들려 했다는 것은 지식인들도 노동당과 세습체제에 반감을 갖고 있다는 얘기라고 박광일 씨는 지적했습니다.

[녹취:탈북민 박광일 씨] ”북한 인텔리들이 정부에 대한 반감이 심하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을 바라보면서, 북한 체제로서는 희망이 없다.”

박광일 씨는 민주주의 정당을 만들려했던 신모 씨가 장마당 세대에 속하는 20-30대의 젊은 교사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나이가 40 이상이 되면 처자식이 딸려서 반체제 운동을 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녹취: 탈북민 박광일 씨]”정당 강령을 써서 가방에 넣고 다녔다면 20대 중반에서 30대초반쯤 되지 않을까, 한창 혈기왕성할 때…”

실제로 1980-90년대에 태어나 청소년 시절에 ‘고난의 행군’을 겪은 장마당 세대는 부모 세대와는 상당히 다른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어린시절 장마당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은 노동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보다 돈벌이와 잘사는 한국 사회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장마당 세대는 부모 세대와 상당히 다른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다며 북한 정권이 젊은 세대를 수용해야지 탄압과 단속만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Market generation coming up and harder and harder for North Korea to deal with, ideological repression..”

현재 북한 정권은 내부적으로 심각한 난관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모든 가용 자원을 투입한 나머지 경제난은 심해지고 주민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장마당 세대와 지식인들은 김정은 수령 독재에 반감을 드러내며 반체제 운동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내부의 정치적, 경제적 난관을 극복할 수있을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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