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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푸틴 대통령, 최선희 북한 외무상 만나…방북 협의 가능성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최선희(오른쪽) 북한 외무상이 16일 크렘린궁에서 회동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최선희(오른쪽) 북한 외무상이 16일 크렘린궁에서 회동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러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만났습니다. 양국 밀착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 외무상은 러시아 측과 푸틴 대통령의 방북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 모스크바 대통령궁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만났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크렘린궁은 홈페이지를 통해 최 외무상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앞서 진행한 외무장관 회담 결과를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습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과 최선희 외무상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작년 9월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달성한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시작된 적극적인 활동의 예상 결과를 요약하는 기회를 가졌다”고 말했습니다.

최 외무상은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 문제를 협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의제에 포함돼 있다”며 “푸틴 대통령은 양측의 상호 합의에 따라 편리한 시기에 방북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러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수락한 바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러북 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의 방북 요청을 푸틴 대통령이 수락했다고 밝혔지만 당시엔 답방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북한의 무기 지원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러시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양국의 실익을 넘어 미국 등 적대국가들에 보내는 상징적 메시지 차원에서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북한의 기본전략은 러시아와 두 개의 점에서 일치합니다. 즉 국방력 강화라는 부분에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신냉전 외교에 탄력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러시아 카드가 매우 효과적인 전략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고요. 또 러시아로선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북한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 커지게 되거든요. 이 상징성을 강화하는 카드가 푸틴의 방북이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주력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KN-23까지 러시아에 넘긴 사실이 드러난 것은 러북 간 협력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진행 중임을 시사한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러시아 대통령 선거가 있는 3월 이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지난해 말 한 해 결산을 하면서 러북 정상회담을 큰 성과로 내세웠다며 푸틴 방북이 성사되면 북한은 이를 김 위원장의 치적으로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내부 결속에 활용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이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새 미 행정부를 염두에 두고 한반도를 분쟁 위험 지역으로 부각시키는 도발에 나서는 한편 중러와의 연대를 지속적으로 과시함으로써 국제사회 제재를 무력화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석좌연구위원] “북한 입장에선 대남 대미 공세를 하더라도 나를 튼튼하게 뒷받침해주는 중국과 러시아가 있다는 것을 계속적으로 과시해야 될 것 같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한미일 결속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한미일을 위협할 수 있는 또는 도발적 행동을 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고 이런 것들이 국제정치적으로 안정되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계속 과시할 것 같습니다.”

최선희 외무상은 푸틴 대통령을 예방하기에 앞서 16일 낮엔 라브로프 장관과 회담을 갖고 지난해 9월 러북 정상회담 협의 이행 상황과 한반도 문제 등을 논의했습니다.

최 외무상은 회담에서 러북 정상 간 합의가 진전된 것을 환영하면서 “2024년에는 모스크바와 더 많은 고위급 외교 접촉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북한의 지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리는 유엔에서 언제나 북한을 지지하며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우리의 특수군사작전과 관련된 문제를 포함해 러시아를 지지하는 입장을 보여준 것에 매우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두 외무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무기 거래 등 군사 협력과 경제 협력 등 폭넓은 문제들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회담엔 북한의 재래식 포탄 생산을 책임지는 군수공업부장 출신 조춘룡 노동당 비서가 배석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반미 공동전선 차원에서 덜 적극적인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 추진 등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 보다 집중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북한과 러시아의 전략무기 기술 협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북한은 해군과 공군, 방공 분야 등 당장 시급한 재래식 전력 보강에 러시아의 협력을 끌어내는데 더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이뤄지면 북한의 전쟁 무기 지원의 대가라는 국제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산 무기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확인되는 상황이니까, 여기에 푸틴 방북이 이뤄지고 북러 밀착이 더 강화되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순간 기존의 국제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그런 불량국가 이미지가 훨씬 강화될 가능성이 크고 그 결과 오히려 북한 입장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이른바 발전권과 생존권 보장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북한에 대한 견제가 강해지고 제재는 더 강화될 가능성이 있는 거죠.”

최선희 외무상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지난해 10월 북한을 찾은 라브로프 장관의 초청에 따른 답방 형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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