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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후티 반군 미사일 파편에 ‘한글’…하마스 로켓엔 ‘비저-7류’ 새겨져


지난해 10월 31일 예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했다가 요격된 순항미사일의 엔진 덮개로 추정되는 물체에 손으로 적은 듯한 '1025나'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지난해 10월 31일 예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했다가 요격된 순항미사일의 엔진 덮개로 추정되는 물체에 손으로 적은 듯한 '1025나'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최근 예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순항 미사일 파편에서 한글 표기가 발견됐습니다. 이와 함께, 하마스가 사용한 북한제 무기에도 한글이 새겨져 있어 북한이 중동 테러 단체에 무기를 지원한 정황이 더욱 짙어지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해 10월 31일 예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했다 요격된 미사일에서 한글 표기가 발견됐습니다.

VOA가 4일 외교 소식통을 통해 입수한 사진에는 미사일 엔진 덮개로 추정되는 철제 물체 위에 손으로 적은 듯한 ‘1025나’라는 글씨가 선명합니다. 외형상 유성 펜으로 적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예멘 후티 반군이 발사한 이 순항미사일은 예멘에서 약 1천500km 떨어진 요르단 남부 마안 지역에서 요르단 공군에 의해 요격됐습니다.

이후 미사일 본체와 엔진, 엔진 덮개 등이 분리된 형태로 마안 지역의 한 사막에서 발견됐는데, 이중 엔진 덮개에서 한글로 추정되는 글자가 식별된 것입니다.

외교 소식통은 특히 ‘나’ 표기는 이란어나 아랍어 문자에 유사한 철자가 없어 한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이 미사일에 장착된 엔진은 과거 북한의 기술 지원으로 이란이 개발한 터보 제트엔진 ‘톨루(Tolou)-10’과 동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이란에 제공한 엔진 부품이 후티 반군 측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2019년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할 당시 사용한 순항미사일에 탑재된 톨루-10 엔진. 한글이 적힌 엔진 덮개 파편과 모양이 동일하다. 출처=2020년 유엔안보리 보고서
2019년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할 당시 사용한 순항미사일에 탑재된 톨루-10 엔진. 한글이 적힌 엔진 덮개 파편과 모양이 동일하다. 출처=2020년 유엔안보리 보고서

북한 미사일이 예멘 후티 반군에 흘러 들어갔다는 지적은 과거에도 제기된 적이 있습니다.

예멘에 대한 제재를 감시하는 유엔 안보리 산하 2140 예멘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지난 2017년 보고서를 통해 북한제 화성 5호 미사일의 복제본인 스커드 B 미사일 최소 90기가 예멘에 공급됐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예멘 후티 반군이 북한의 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늘린 정황도 포착했으며, 2015년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군사기지로 발사한 20여 발의 미사일도 북한제 스커드 미사일의 개량형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유엔 에멘제재위원회가 지난 2018년 보고서에서 공개한 예멘 후티반군의 단거리탄도미사일 탄두부. 위원회는 이 미사일이 북한 '화성-6' 미사일의 개량형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유엔 에멘제재위원회가 지난 2018년 보고서에서 공개한 예멘 후티반군의 단거리탄도미사일 탄두부. 위원회는 이 미사일이 북한 '화성-6' 미사일의 개량형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이후 후티 반군이 사용한 미사일에서 북한의 ‘흔적’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마스가 사용한 북한제 무기에서도 한글 표기가 새로 발견됐습니다.

VOA가 4일 입수한 사진에는 북한의 대인살상용 유탄발사기인 F-7의 신관에 ‘비저-7류’, ‘시8-80-53’과 같은 한글 표기가 찍혀있습니다.

하마스가 사용한 북한제 무기인 대인살상용 유탄발사기인 F-7 신관에 ‘비저-7류’, ‘시8-80-53’과 같은 한글 표기가 찍혀있다.
하마스가 사용한 북한제 무기인 대인살상용 유탄발사기인 F-7 신관에 ‘비저-7류’, ‘시8-80-53’과 같은 한글 표기가 찍혀있다.

신관은 포탄을 폭발시키는 일종의 기폭 장치로 통상 포탄 안쪽에 자리합니다.

이처럼 신관을 촬영한 사진에서 한글 표기가 발견되면서 하마스가 북한 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F-7과 같은 인명 살상용 유탄발사기를 만드는 나라는 북한이 유일합니다.

앞서 VOA는 이스라엘 현장 취재를 통해 하마스가 F-7의 추진체 부분을 분리해 대전차 로켓 탄두에 장착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포탄 부분이 F-7보다 길고 큰 하마스의 대전차 로켓은 전차와 차량 등 대형 물체 공격 용도로 사용되는데, 이에 따라 하마스가 북한제 부품을 이용해 살상력이 훨씬 큰 신무기를 만들어낸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VOA 함지하 기자가 북한 F-7 추진체가 장착된 하마스의 대전차 로켓을 들고 있다.
VOA 함지하 기자가 북한 F-7 추진체가 장착된 하마스의 대전차 로켓을 들고 있다.

특히 F-7뿐 아니라 이제는 F-7의 로켓 추진체를 단 대전차 로켓까지 북한 무기로 분류할 수 있게 되면서, 이스라엘 군 당국은 하마스가 사용했거나 현재 사용 중인 북한 무기를 1만여 개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하마스가 사용한 북한 무기가 전장에서 발견되고, 이번에 한글 표기까지 확인됐지만 북한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지난 10월 유엔총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련 회의에서 “일부 서방 국가들이 중동 위기를 우리와 억지로 연결하려는 대북 비방 책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며 관련 주장을 일축한 바 있습니다.

[녹취: 김성 대사] ““What cannot be overlooked with that some Western countries are resorting to smear campaign against DPRK to forcibly link the Middle East crisis to us. Some mass media belonging to US administration are spreading groundless and false rumor that North Korea’s weapon seems to be used for attack on Israel.”

특히 하마스가 북한제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를 인터뷰한 VOA를 겨냥해 “미국 행정부 소속 어떤 매체가 북한의 무기가 이스라엘 공격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근거 없고 거짓인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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