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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어머니대회’서 저출산 문제 언급…전문가 “통치 차원 잠재적 위협 인식”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평양에서 진행된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에서 박수하고 있다.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평양에서 진행된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에서 박수하고 있다.

북한이 11년 만에 전국어머니대회를 개최해 가정 단위에서의 사상 무장을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저출산 문제를 언급해, 통치 차원의 잠재적 위협 요인으로 보고 있다는 관측을 낳았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3일부터 이틀간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가 열렸다고 전했습니다.

또 5일엔 김 위원장이 선정한 선물을 대회 참가자들에게 전달하는 행사를 가졌습니다.

김 위원장은 대회 첫 날 개회사에서 “지금 사회적으로 어머니들의 힘이 요구되는 일들이 많다"며 "자녀들을 훌륭히 키워 혁명의 대를 이어 나가는 문제도 그렇고 최근 늘어나고 있는 비사회주의적인 문제들을 일소하고 가정의 화목과 사회의 단합을 도모하는 문제” 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공산주의적 미덕과 미풍이 지배적 풍조로 되게 하는 문제 그리고 출생률 감소를 막고 어린이 보육 교양을 잘하는 문제”도 있다고 꼽았습니다.

4일 폐막연설에도 나선 김 위원장은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어머니라면 자식들을 혁명투쟁과 사회주의 건설의 실천 속에서 의식적으로 단련시켜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특히 “어머니가 공산주의자로 되지 않고서는 아들딸들을 공산주의자로 키울 수 없으며 가정을 혁명화할 수 없다”고 체제 결속을 위한 어머니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1961년 11월 제1차 어머니대회를 시작으로 1998년 2차, 2005년 3차, 2012년 4차 대회를 치렀고 이번 5차 대회는 11년 만에 열린 겁니다.

4차 대회 때 기념촬영에 그쳤던 김 위원장이 이번에 이틀 연속 참가해 개회사와 폐막연설을 한 것은 이례적인 행보입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가정에서부터 체제 유지를 위한 기강을 잡는 한편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해 여성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이번 행사를 개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 내부의,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이른바 비사회주의 반사회주의 사상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이달 말로 예고된 제8기 제9차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앞두고 내부 결속과 사회 통제 분위기를 다잡으려는 의도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앞두고 결속이나 사회적 통제를 가정 단위로 끌어내려서 최대한 사회적 내부 단속을 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김 위원장이 ‘어머니’라는 상징성을 동원해 자신의 애민 지도자상을 강화하는 한편 자라나는 세대의 사상 이완을 막기 위해 어머니들의 사상 무장을 강조한 대회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이번 대회는 수령 우상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2020년부터 주력하고 있는 사회주의 전체주의 체제 강화 차원에서 북한이라는 ‘사회주의 대가정’의 정점에 김 위원장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행사였다는 게 김 박사의 분석입니다.

[녹취: 김인태 박사] “수령 우상화의 대표적인 계기가 이번 어머니대회가 됐습니다. 전체주의 북한 사회구조의 정점에 김정은을 수령 어버이로 받들어 모신다는 이게 이번 어머니대회의 키워드입니다.”

이와 함께 한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직접 ‘출생률 감소’를 언급한 대목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출생률 감소’를 언급한 것은 이번 어머니대회가 처음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이 발언에 대해 “북한에서 저출산 현상이 진행 중임을 암시한다”며 특히 “김 위원장이 공식 석상에서 언급한 것은 이 문제를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탈북민 출신의 여성 경제학자인 김영희 하나재단 대외협력실장은 북한 여성들의 저출산 문제는 만성적 경제난과 맞물린 해묵은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김 실장은 특히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이 문제가 부각됐고 북한 당국이 아이를 3명 이상 낳는 여성에게 ‘모성영웅’ 칭호를 부여하는 출산 장려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영희 실장] “결혼을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죠, 돈이 없으니까. 결혼해서 애 하나 낳으면 세 명이 어떻게 먹고 살거냐, 이러니까 결혼을 못하죠. 그 다음에 결혼해봐야 옛날처럼 무상치료 무상교육이 그대로 이뤄지진 않죠. 그러니 김정은으로서도 여기저기서 지금 노동력이 소요되고 이런 상황인데 군대 보내려고 해도 아마 사람이 없을 걸요, 이제부터는.”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북한 합계출산율은 2014년 1.885명에서 올해 1.790명으로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홍민 박사는 북한 출산율은 통상 출산율이 높은 개발도상국들과 달리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돼 노동력 감소로 이어질 경우 북한 경제 미래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홍 박사는 또 출생률 감소는 미한일 등 주변국들과의 대립 격화로 북한의 안보환경이 나빠지는 가운데 사병 징집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김 위원장에게 이 문제가 통치 차원의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북한이 핵 미사일 고도화를 하고 있지만 또 한편에선 그것에 따르는 외부 위협 요인이 상당히 높아졌거든요. 주변국들의 경계와 제재들이 굉장히 강화됐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이 인구 부분이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고 그래서 아마 그런 위협 인식을 상당히 갖고 발언을 한 것으로 보여지고. “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대회가 북한 내 어머니와 여성 역할을 강조해 김 위원장의 딸 ‘주애’를 띄우려는 의도도 있다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 “그 부분도 유의해서 보고 있다”면서도 “이번에 나온 메시지로 그렇게까지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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