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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건 전 대사] “중국 강압에 맞선 한영 협력 중요...해양 공동순찰, 북한 비용 높여”


지난 22일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22일 런던 총리관저에서 회담했다.
지난 22일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22일 런던 총리관저에서 회담했다.

한국과 영국이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맞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라스테어 모건 전 북한 주재 영국 대사가 평가했습니다. 2015년부터 4년동안 주북 대사를 지낸 모건 전 대사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양국 정상이 서명한 ‘다우닝가 합의’는 타이완 해협 문제에서 두 나라가 힘을 합치는 좋은 예라고도 말했습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 조정관으로 활동한 모건 전 대사는 한영 두 나라의 해양 공동순찰이 북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모건 전 대사를 조은정 기자가 화상으로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 모건 전 대사] “중국 강압에 맞선 한영 협력 중요...해양 공동순찰, 북한 비용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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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모건 대사님, 윤석열 대통령과 리시 수낵 총리가 ‘다우닝가 합의’를 체결하고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했습니다. 모건 대사님은 무역과 통상 분야 경험이 많으신데요. 이번 ‘다우닝가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경제적 측면은 무엇인가요?

모건 대사) ‘다우닝가 합의’의 경제적 측면을 보면 국제 규범, 국제 거버넌스, 세계무역기구(WTO)에 대한 공약을 놀랍도록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경제 안보 보호의 필요성이 언급됐습니다. 한영 양자 차원에서는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한 후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을 갱신하고 강화하겠다는 결정이 중요합니다. 디지털 무역, 경제 안보, 공급망 안보, 에너지와 같은 문제를 새롭게 다루게 되죠. 또 ‘다우닝가 합의’ 이외에도 양국이 외국인 직접투자에 더욱 긴밀히 협력하기로 한 것은 양국 관계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이 영국에 대해 210억 파운드, 약 262억 달러 투자하기로 발표한 것은 중요한 진전입니다. 물론 투자의 성격과 기간을 매우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기자) 모건 대사님 ‘다우닝가 합의’는 청정 에너지, 탄소 중립 목표, 기후 변화 등 미래 지향적인 협력 분야도 담고 있는데요. 이 분야들에서 한국과 영국의 협력은 얼마나 중요합니까?

모건 대사) 인공지능과 같은 최첨단 분야와 과학기술 분야와 더불어 기자가 언급한 분야들도 매우 중요합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세계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로 억제하는데 필요한 변화를 지금 당장 도입해야 합니다. 영국과 한국에는 해상 풍력발전, 청정수소 등의 분야에 뛰어난 전문성을 갖춘 과학자, 기업들이 있기에 함께 협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35년까지 디젤과 가솔린 차량을 판매하지 않고 전기 자동차를 팔 법적 요건들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막대한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입니다. 반면 이 분야에서는 환경은 물론 상업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도 있습니다.

기자) 중국이 경제적 강압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국과 한국이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할까요?

모건 대사) 중국은 한영 양국의 중요한 무역 파트너이며 양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지속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중국은 경제력을 사용하는데 있어 단호하고 강압적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국 경제에 상당히 심각한 영향을 준 조치를 중국이 취한 것을 봤습니다. 중국이 호주, 리투아니아와 맺은 관계에서도 그런 경우를 봤죠. 제가 앞서 국제 규범, 국제 거버넌스, 세계무역기구(WTO)를 강조했는데요. 이러한 규범을 지켜야 한다고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때 대체 시장을 찾든, 경제적 압력에 함께 대응하든, 국가들이 가능한 한 서로를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타이완과 남중국해를 언급해 중국이 불쾌감을 나타냈는데요. 한국이 중국의 강압적 행동에 대해 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보십니까? 한국과 영국이 함께 힘을 합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모건 대사) 저는 윤 대통령의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뷰를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여러 맥락에서 중국을 언급했는데요. 그는 중국, 러시아, 북한의 이익을 구분했습니다. 또한 전 세계와 동아시아에서 평화와 번영, 가치를 증진하는 데 있어 중국의 중요한 역할을 언급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남중국해와 타이완 해협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확실히 합리적인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우닝가 합의’에도 타이완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상황의 심각성이 반영됐습니다. 영국은 타이완 해협에 대한 언급에 매우 신중을 기해 왔습니다. 하지만 평화와 안보, 안정이 깨질 경우 국제사회의 안보와 번영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납니다. ‘다우닝가 합의’는 이 문제에서 영국과 한국이 힘을 합치는 좋은 예이며, 유엔 등에서도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기자)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조정관으로 활동하셨는데요. 한국이 영국과 해양 공동순찰 활동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기존의 북한 제재 회피에 대한 해양순찰과 어떻게 다른가요?

모건 대사) 북한의 불법 선박 간 환적을 감시하기 위해 많은 국가들이 선박과 항공기 등을 적극적으로 배치해왔습니다. 영국도 그런 국가 중 하나이죠. 영국은 일본, 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과 함께 유엔 집행조정실(Enforcement Coordination Cell)의 활동에 적극 참여해왔습니다. 이번 합의의 의의는 영국과 한국이 이 문제에 양자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변화를 일으키고 성과를 내기 위해 감시 활동에 참여하는 국가들 간 조율이 중요합니다. 또한 그 조율은 단순히 현장에서 무엇을 포착하는 지를 넘어서 선박 이동 등에 대한 정보를 함께 공유하는 것입니다. 효과의 측면에서, 북한의 해상에서의 제재 회피 활동을 모두 근절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속적, 정기적, 조직적으로 감시 활동을 펼치는 것은 북한의 의욕을 꺾고, 불법 활동을 저지하며, 비용을 높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속해야 할 중요한 활동입니다. 그리고 유엔 안보리가 합의한 국제법을 모든 회원국이 준수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기자) 영국은 한국, 북한과 대사급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데요. 양국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있습니까?

모건 대사) 관계가 얼마나 좋은가를 생각할 때 영국이 두 나라와 맺고 있는 관계의 성격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국은 북한과 한국 모두와 대사급 외교 관계를 맺고 있죠. 평양 주재 영국 대사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북한이 국경을 통제하면서 2020년 5월에 일시적으로 폐쇄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현재 주북 대사가 지금 평양에서 어떤 입장을 밝힐 기회는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외교 관계는 유지되고 있고 북한은 런던에 대사관을 운용하고 있죠. 저는 평양에서 대사라는 제 직책에 따라 외교적으로 발언해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대형 도발이 이어진) 2016년과 2017년 당시 영국 정부와 유엔 안보리의 우려를 제가 대변하지 못한 게 아닙니다. 북한 당국자들과의 확대 회의와 일대일 회의에서 제기했고,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북한은 제가 그런 말을 할 것을 예상했죠. 북한은 저와 같은 외교관이 북한의 인권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불법 탄도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에 대해 발언하는 것보다요.

기자) 북한이 대사님의 인권 관련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한 사례가 있을까요?

모건 대사) 영국 외무부는 매년 ‘인권과 민주주의’ 연례 보고서를 발표하는데, 이 보고서에는 주제별 영역뿐 아니라 개별 국가를 우려 국가로 지정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한 번은 보고서가 발간 됐을 때 제가 영국 외무부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 영상 인터뷰를 했고, 영국 외무부는 그것을 다른 자료들과 함께 공개했습니다. 아마도 VOA에서 그것을 한국으로 번역해서 방송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북한 당국자들이 이를 알게 됐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이 저를 불러 ‘대사로서의 직책과 모순된다(incompatible)고 하더군요. 저는 그들의 우려를 런던으로 전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시를 영국으로부터 받지 북한으로부터 받지는 않죠.

영국을 방문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21일 왕실 환영 행사에서 찰스 국왕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영국을 방문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21일 왕실 환영 행사에서 찰스 국왕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기자) 윤 대통령은 찰스 3세 국왕이 지난 5월 대관식 후 초청한 첫 번째 국빈인데요. 이번 초청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모건 대사) 국빈방문은 항상 중요합니다. 양측 모두 국빈방문을 계획하는데 많은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초청 결정은 가볍게 내려지지 않습니다. 찰스 3세 국왕 대관식 이후 첫 국빈방문이라는 점에서 더 중요하죠. 물론 주최자가 그의 어머니가 아닌 찰스 국왕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습니다. 찰스 국왕은 연설에서 양국 합의에서 다루고 있는 환경과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발언했지만, 자신이 1948년에 태어났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발전상은 한 사람의 일생, 즉 그의 일생 동안 목격된 변화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국이 건국된 지 3개월 뒤에 태어났죠. 찰스 국왕은 그 부분을 인상 깊게 얘기했고, 저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서 특히 영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많은 영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손흥민 선수를 언급했습니다. 또 한국의 블랙핑크가 대영제국훈장을 받았죠. 영국에서 한국 소프트파워의 힘은 어느 정도입니까?

모건 대사) 특히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 영향력이 엄청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분명히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러한 소프트파워를 어떻게 윤 대통령이 언급한 민주주의, 자유, 인권 등의 가치와 연계할 수 있을까요? 기자가 언급한 두 가지 예가 모두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블랙핑크가 찰스 국왕으로부터 훈장을 받은 것은 2021년 영국이 의장국을 수임한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홍보 대사 역할을 했기 때문이죠. 좋은 목적을 위해 영향력과 소프트파워를 사용한 것이죠. 그리고 손흥민 선수는 스포츠계의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냈는데, 안타깝게도 스포츠 관중들 사이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 팀의 주장으로서 지도력도 보여줬죠. 소프트파워가 단순이 제품이나 기술을 홍보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하 가치를 증진하는데 도움이 되는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알라스테어 모건 전 북한주재 영국 대사로부터 ‘다우닝가 합의’의 의의와 영국이 남북한과 맺고 있는 외교 관계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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