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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중 위스키 와인 수입액 사상 최대


중국 단둥 세관 직원이 북한으로 향하는 화물 서류를 확인하고 있다. (자료사진)
중국 단둥 세관 직원이 북한으로 향하는 화물 서류를 확인하고 있다. (자료사진)

올해 북한의 대중국 위스키와 와인 수입액이 사상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일부 특권층의 사치품 소비를 위해 재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올해 9월까지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위스키는 287만 달러어치, 와인은 231만달러어치에 달합니다. 모두 사상 최대치입니다.

VOA가 1일 중국 해관총서의 북중 무역 세부내역을 분석한 결과, 북한은 올해 3분기까지 중국에서 17만1천 리터의 위스키를 수입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7만 리터, 108만 달러 어치를 수입한 것보다 약 10만 리터, 액수로는 179만 달러 증가한 것입니다.

이는 해관총서와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자료 등 북중 간 위스키 거래 내역을 살펴볼 수 있는 2010년 이후 최다액입니다.

2010년 이후 3분기 누적 북한의 대중 위스키 수입액이 100만 달러를 넘어선 것은 모두 네 차례입니다.

2018년 처음으로 133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2019년 224만 달러까지 급증했다가 북중 국경 봉쇄로 교역이 막혔던 위스키 수입액은 지난해 국경이 다시 열리면서108만 달러까지 늘었고, 올해 200만 달러를 돌파한 것입니다.

위스키를 포함해 코냑, 럼, 보드카, 고량주, 데킬라 등 증류주 수입액은 3분기 누적 528만 달러어치에 달합니다.

이는 기록이 남아있는 2010년 이래 2019년(928만 달러)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입니다.

올해 3분기까지 북한의 대중 와인 수입액도 231만 달러로, 기록이 남아있는 2001년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0만 달러보다 5배 이상 많고, 국경 봉쇄 이전인 2019년 동기간 124만 달러보다도 100만 달러 이상 많습니다.

2010년대 중반부터 북한의 대중 와인 수입액은 해를 거듭할수록 급증했습니다.

2016년 3분기 누적 4만 달러에 그쳤던 와인 수입액은 이듬해 동기간 3배인 12만 달러로 늘었고, 2018년엔 40만 달러까지 증가했습니다.

2019년엔 3분기 누적 124만달러로 처음으로 100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코로나로 2021년엔 거래가 없었지만, 지난해 40만 달러까지 회복했고, 올해 231만 달러까지 폭증한 것입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 한 해 와인 수입액은 300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대북 결의 1718호를 채택해 대량살상무기, 핵, 미사일 등과 관련된 물품과 북한의 사치품의 거래를 금지했습니다. 이어 2016년 채택된 2270호와 2321호를 통해 다시 한 번 대북 사치품 거래 금지 규정을 상기시켰습니다.

지난 2016년 5월 평양 인민문화궁전 앞에 독일산 벤츠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다.
지난 2016년 5월 평양 인민문화궁전 앞에 독일산 벤츠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한국, 일본, 유럽연합(EU)은 대북제재 규정에 적용되는 사치품 목록을 정리해 발표했는데, 여기에 위스키와 와인 등 고급 주류가 포함됐습니다.

한국은 2009년 주류와 화장품, 시계, 악기 등 총 13개 품목을 사치품으로 규정하면서, 주류에 대해선 증류주와 와인이 거래 금지 대상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최대 무역국인 중국은 사치품 목록을 작성하지 않고 있어 중국으로부터 위스키와 와인을 비롯한 고급 주류 등 사치품이 대거 북한에 반입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원회는 이 같은 중국의 대북 주류 수출은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해 왔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주류는 대북 수출 금지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중국은 지난해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지적에 대해 “주류는 대북 수출 금지 품목에 없으며, 결의는 전문가 패널이 사치품의 범위를 해석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앞서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할 때 구체적으로 명시한 사치품이 요트와 고가 차량, 귀금속 등 10여 개에 불과하고, 구체적인 추가 사치품 목록은 각국 자율에 맡겼기 때문입니다.

위스키와 와인 같은 고급 주류가 일부 특권 계층에 흘러들어가는 동안 일반 주민들은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24일 소형 목선을 타고 강원도 속초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귀순한 북한 주민 4명은 한국 정부의 합동정보조사에서 귀순 이유로 식량난을 꼽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영호 한국 통일부장관은 지난달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들 귀순자들의 증언을 인용해 북한 주민들이 식량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국 국가정보원도 지난 5월말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북한 내 아사자 발생이 예년의 3배나 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미 메릴랜드대학 교수
윌리엄 브라운 미 메릴랜드대학 교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메릴랜드대학 교수는 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 재원이 위스키 같은 술에 어리석게 쓰이고 있다”며 “그 돈은 의약품이나 사람들에게 더 유용한 것에 쓰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Money, in other words, government money, this being that spent unwisely on liquor or whiskey.
And it should be spent on medicines or something more useful to the people.”

브라운 교수는 이어 “북한에서도 사람들에게 무엇을 먹고 마시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북한 정권의 (정부 지출) 우선 순위가 아주 엉망이 된 건 분명하다”며 “북한에 식량이 부족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You can't tell even in North Korea, they can't tell everybody what to eat and drink. Yeah, but clearly their priorities forever have been messed up. You know, they there's no reason they should be short of food.”

브라운 교수는 북한의 올해 농사가 특별히 흉작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한 만큼 위스키나 와인 등에 쓸 돈을 부족한 식량 수입에 썼더라면 주민들이 식량난을 겪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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