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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한 점령’ 전군훈련 실시…한국 “대남 공격 노골화 강력 규탄”


31일 한국 서울역 이용객들이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31일 한국 서울역 이용객들이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북한이 미 전략자산 전개를 포함한 미한 연합훈련에 반발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남한 점령’을 표방한 전군훈련을 실시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대남 공격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북한을 강력 규탄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30일 밤 11시40분부터 11시50분까지 북한이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의 탄도미사일 2발은 각각 360여㎞를 비행한 후 동해 상에 탄착했고 미한 정보당국은 탄도미사일의 세부 제원을 정밀분석 중입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지난달 24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이후 37일 만입니다.

북한은 이와 관련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가 한반도에 전개된 데 대응해 전술핵타격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31일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군 총참모부는 B-1B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에 대해 "북한에 대한 핵 선제타격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라며 “이에 대처해 인민군은 30일 밤 ‘대한민국’ 군사깡패들의 중요 지휘거점과 작전비행장들을 초토화하는 전술핵타격훈련을 실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총참모부는 “미사일병들은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북동 방향으로 전술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고 목표섬 상공의 설정고도 400m에서 공중폭발시켜 핵 타격 임무를 정확히 수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미한은 지난 21일부터 을지프리덤실드, UFS 연합연습을 진행 중인 가운데 30일엔 미 B-1B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으로 날아와 서해 상공에서 한국 공군과 주한미군 전투기와 함께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일명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는 핵무기를 탑재하고 있지 않지만 최대 57t의 무장을 장착할 수 있는 전략무기체계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에 쏜 미사일이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북한판 에이태큼스인 KN-24로 보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미 전략자산 전개에 대응해 한국을 핵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위협 도발이라며 비행거리를 볼 때 한국 군 지휘부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실제 비행한 거리를 보면 평양에서 대략 계룡대에 있는 3군 지휘부와 일치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북한은 대한민국의 3군 지휘부를 타격하기 위한 그런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또 UFS 연습에 대응해 남한 점령을 목표로 한 전국지휘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군 총참모부는 미국과 ‘대한민국’ 군부깡패들이 공화국과의 전면전쟁을 가상한 대규모 연합훈련을 벌려놓은 상황에 대응해 29일부터 전군지휘훈련을 조직했다”고 31일 보도했습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총참모부 훈련지휘소를 방문해 전군지휘훈련 진행 정형을 파악했습니다.

매체들은 훈련 목표에 대해 “원쑤들의 무력 침공을 격퇴하고 전면적인 반공격으로 남반부 전 영토를 점령하는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지휘소 훈련인 UFS 미한 연습에 대응해 북한도 전면전을 가상한 지휘소 훈련을 실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이런 형식의 전군지휘훈련을 실시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처음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31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연례적이고 방어적 성격의 미한 연합연습을 구실로 한국에 대한 군사공격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에 대해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은 군사적 위협과 도발에 집착하면 할수록 공고한 미한일의 압도적 대응 역량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자신들의 안보가 더욱 취약해질 뿐이라는 점을 하루빨리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한국을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으로 지칭하면서도 ‘남한 점령’을 훈련 목표로 공식화한 것은 핵 무력에 의한 한반도 통일전략을 버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최근의 특징은 담화, 언술을 통한 도발이 강화되는 그런 측면이 있고요. 또 하나는 방어훈련이 아닌 공격훈련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여지고요. 최근 ‘대한민국’이라는 표현 때문에 2국가 이런 논란이 많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걸 불식시키는, 결국 남한은 통일의 대상이라는 이런 메시지도 동시에 들어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작전 초기에 적의 전쟁 잠재력과 적군의 전쟁지휘 구심점에 심대한 타격을 가하고 지휘통신 수단들을 마비시킬 것을 강조했습니다.

또 적의 군사지휘 거점들과 군항과 작전비행장 등 중요 군사 대상물들, 사회정치, 경제적 혼란 사태를 연발시킬 수 있는 핵심 요소들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타격을 가하는 문제 등을 제기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미뤄 북한은 전쟁 발발 초기 핵 전자기충격파 즉 EMP탄을 사용해 한국의 지휘통신 수단들을 마비시키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박사] “북한은 처음부터 핵무기로 공격하기 보다는 EMP탄으로 한국의 각종 지휘통신 수단을 마비시키는 그런 쪽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만약 한국의 지휘통신 수단들이 EMP탄에 의해서 마비가 된다면 그 다음에 북한은 훨씬 더 자유롭게 그들이 원하는 곳을 공격할 수 있겠죠.”

북한은 지난 2017년 9월 제6차 핵실험을 강행한 후 “수소탄은 거대한 살상파괴력을 발휘할 뿐 아니라 전략적 목적에 따라 고공에서 폭발시켜 광대한 지역에 대한 초강력 EMP 공격까지 가할 수 있는 다기능화된 열핵전투부”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이 전군 지휘훈련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동시에 함으로써 미한에 대한 위협을 증폭시키고자 한다며 미한의 무력침공을 전제로 한 반격훈련임을 내세우면서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UFS 훈련에 대응해서 그만큼 자기들도 주요 지휘관과 참모들이 전쟁수행 절차 훈련을 했다고 주장하는 거거든요. 무력침공에 대응해서 라는 게 있기 때문에 한미 연합군의 침공에 대응한 훈련이라는 성격을 내세워 대내 긴장을 조성하고 결속시키려는 의도의 선전도 있을 것 같아요.”

한편 미한은 후반기 연합연습인 UFS를 31일 종료했습니다.

이번 연습은 21일부터 1부와 2부로 나눠서 진행됐는데 특히 28∼31일 진행한 2부 연습에는 한국의 육군, 해군, 공군과 해병대가 참여해 소대급부터 여단급 부대 훈련까지 진행했고 주한미군과 미 본토 우주군도 참가했습니다.

이번 UFS에서 실시한 연합야외기동훈련 건수도 지난해 UFS와 올 상반기 프리덤실드, 워리어실드 때보다 크게 늘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따른 연합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는 평가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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