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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한, 위성 기술 감추려 ‘자폭’ 가능성…러시아제 로켓 모방”


24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의 2차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보도가 나오고 있다.
24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의 2차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보도가 나오고 있다.

북한이 위성 발사 실패시 미한 당국이 잔해를 수거해 분석할 것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로켓을 폭파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이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에 사용한 발사체가 러시아제 로켓과 매우 유사하다는 지적도 제기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탄도미사일 방어 분야를 연구하는 씨어도어 포스톨 명예교수는 28일 북한의 실패한 최근 위성발사에 대해 “의도적으로 로켓을 폭파시켜 잔해를 잘게 조각냈을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포스톨 교수] “They might cut it into many pieces. And the reason for cutting it into many pieces is they want to deny South Korea as much intelligence about their rocket technology as possible. Now it looks like well we know that South Korea has obtained a large amount of intelligence about North Korea's rocket technology from the remains of the first stage of the satellite launch vehicle the last time they launched it.”

포스톨 교수는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로켓을 여러 조각으로 잘라낼 수 있다”며 “그 이유는 한국이 로켓 기술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얻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지난 5월 1차 정찰위성을 발사했을 당시 바다에 떨어진 1단 잔해에서 한국 당국이 북한의 로켓 기술에 대해 많은 정보를 확보했다면서, 북한이 이를 우려해 고의적으로 폭파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한국 ‘동아일보’는 이날 복수의 한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지난 24일 발사한 정찰위성의 로켓이 낙하하던 중 순식간에 40여 개의 파편으로 분산되는 모습이 한국 군 레이더에 포착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의도적으로 자폭시켰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5월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 5월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도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로켓을 자체적으로 폭파시키는 ‘비행종단시스템’ 자체가 어떤 목적을 갖고 설치되는 것이기 때문에 의도성을 이미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루이스 소장] “Most countries don't do that because you run some risk of an accidental detonation which is what North Korea claims happened at the first stage. Since the self-destruct system itself, which explodes the rocket itself, is installed for a purpose, it already contains intentionality. It's certainly possible that North Korea did that on purpose just because North Korea would be more secretive about this kind of information.”

루이스 소장은 우주발사체의 ‘비행종단시스템’은 비행 중인 발사체에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궤도 이탈이 일어났을 경우 인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안전하게 조기 종료가 가능하도록 고안된 장치지만 대부분 국가에서는 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우발적 실수로 발사체가 폭파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처럼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경우라면 더더욱 사용을 꺼려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비상폭발체계’, 즉 ‘비행종단시스템’을 사용한 것이라면, 실패할 경우 관련 정보를 미한 당국이 수집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치했을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4일 신형 위성 운반 로켓 ‘천리마-1형’의 1단 로켓과 2단 로켓은 모두 정상 비행했지만 3단 비행 중 ‘비상폭발체계’에 오류가 발생해 실패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6월 북한이 발사한 이른바 '우주발사체' 잔해 일부를 서해에서 인양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천마'라는 글자가 보인다. 사진 = 한국 합동참모본부 제공.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6월 북한이 발사한 이른바 '우주발사체' 잔해 일부를 서해에서 인양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천마'라는 글자가 보인다. 사진 = 한국 합동참모본부 제공.

씨어도어 포스톨 교수는 특히 북한의 위성 로켓이 3단 비행, 즉 상당히 높은 고도에서 폭발한 것에 주목하면서, 이것이 미한 당국의 잔해 수거를 방해하기 위해 북한이 고의로 폭파를 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포스톨 교수] “When the cutting takes place the rocket is in a near vacuum. It's at high enough altitude that there's essentially almost no air to modify their motion. But as they start falling to lower altitudes the air the air gets more dense and each piece will fall along a different trajectory depending on its orientation and size. Collecting all these fragments is a real big operation. I think the intention was to create so many fragments of the upper stage that it would been essentially impossible for a missile defense radar to determine which radar signal was from a fragment and which was from an actual warhead.”

“상승 단계의 높은 고도에서 의도적 폭파가 이뤄질 경우 잔해들이 낮은 고도로 낙하하면서 공기의 저항을 받아 각 파편들이 서로 다른 궤적에 따라 떨어지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매우 잘게 파편화된 잔해 조각들은 물에 뜨지 않고 가라 앉을 가능성도 크다며, 이러한 잔해들을 수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의도를 추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높은 고도에서 많은 파편을 발생시켜 레이더 신호가 파편으로부터 나온 것인지 아니면 실제 탄두에서 발생한 것인지 미사일 방어 레이더가 식별하지 못하도록 만들려는 의도로 이 같은 폭파를 실행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이번 위성 발사에 사용한 로켓 추진체가 러시아제 로켓 엔진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도 주목하면서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러시아와 미사일 발사체 관련 기술 협력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1990년대 이라크에 대한 유엔특별위원회(UNSCOM)의 무기사찰관을 역임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독일 국방부 미사일 프로그램 고문을 지낸 로버트 슈무커 박사는 VOA에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에 사용한 1단 로켓 엔진은 ‘RD-250’으로 알려진 러시아 로켓이라는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슈무커 박사] I'm strongly suspicious that the rocket engine used on the first stage is a Russian rocket engine known as the RD-250. It looks like Soviet engine. The RD-250 was intended to be the “workhorse” rocket motor for the generation of Russian heavy left liquid propellant ICBMs that were deployed shortly after 1970. One of the myths that were being spread about the RD-250 is that North Korea was manufacturing these motors. I was the first to point out that the complexity of manufacturing such a rocket motor was so great that the possibility the North Koreans could actually be building their own motors was for all practical purposes zero. It is again being claimed that North Korea is somehow manufacturing its own solid propellant ICBMs. This again, is based on a profound misunderstanding of how complex and time-consuming the development of a new large rocket engine can be. It also ignores the tremendous industrial base that is required to implement such a motor even when the major producers are deeply knowledgeable.

슈무커 박사는 북한이 이번 정찰위성 발사와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사용한 로켓 엔진은 1970년대 이후 러시아의 대형 액체 추진 ICBM의 주력 로켓 엔진으로 제작된 RD-250과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해당 로켓 엔진은 제조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우며 많은 실험과 시간이 필요해 북한이 직접 엔진을 제작했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해당 분야에 깊은 지식을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구현하는 데는 엄청난 산업 기반이 필요하다면서, 어떤 식으로든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해당 로켓 엔진 기술 확보에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제프리 루이스 소장도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정찰위성 엔진은 탄도미사일에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러시아제 RD-250의 디자인을 모방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루이스 소장] “The, the rocket engine in particular because it's the same it's probably the same engine that they use on their missiles. We think the first stage, the so called, is a cluster of so called March 18th revolution engines which is the North Korean name for their copy of the soviet RD 250. It's the same design but they have copied it and made it their own.”

루이스 소장은 북한이 ‘3.18 혁명 엔진’이라고 명명한 로켓 엔진은 소련의 RD-250을 모방한 것으로, 같은 디자인을 그대로 복사해 자신들이 만든 것으로 탈바꿈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사실이 북한과 러시아의 미사일 협력을 확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북한이 러시아의 설계 정보에 접근했으며 이를 미사일 기술 진전에 적극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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