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을지프리덤실드, UFS 미한 연합연습을 앞두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공세적 전쟁 준비’를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전쟁 준비에 나설수록 미국과 한국의 압도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7차 확대회의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9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고 10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한반도 정세를 심도 있게 개괄 분석하고 군대의 전쟁 준비를 공세적으로 더욱 다그치는 것에 대한 강령적 결론을 내렸습니다.
전쟁 준비를 철저히 하기 위한 공세적 방안을 결정했다는 겁니다.
이는 이달 말 진행되는 을지프리덤실드, UFS 미한 연합연습을 앞두고 긴장감을 최대로 끌어올리면서 대응 차원의 도발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김 위원장은 “적의 군사력 사용을 사전에 제압하며 전쟁 발생시 적의 다양한 공격행동을 소멸하기 위한 강한 군대의 준비”를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결정된 군사적 대책에 관한 명령서에 친필 서명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입니다.
[녹취: 홍민 박사] “보통 서명은 중대 무기실험 아니면 작전 이 두 가지입니다. 그래서 이런 승인이 났다는 것은 이미 계획된 특정 작전 방식에 따라서 을지프리덤실드에 대한 대응들이 향후 촘촘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집니다.”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대한민국 지도의 서울 주변과 한국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 부근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발언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당 중앙군사위가 회의에서 “유사시 적을 제압, 소멸하기 위한 강화된 전선작전 집단 편성안과 작전 임무들을 심의했고 전선부대들의 확대 변화된 작전영역과 작전계획에 따르는 중요 군사행동 지침을 시달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군 전방부대의 작전구역과 작전계획, 임무 등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UFS 훈련 같은 경우는 전면전을 가정한 훈련이고 확대회의에서 언급된 내용들도 한반도 전면전을 가정해서 회의가 진행된 겁니다. 전방에 있는 국지도발에 관련된 세부적인 지침을 내렸다기 보다는 전면전에 따른 북한 군 작전계획의 변화를 강조한 것이죠.”
홍민 박사는 북한의 UFS에 대한 도발이 탄도미사일 발사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전방부대에서의 모종의 시위성 행동이나 무인정찰기를 이용한 위협 등 미한 연습의 허점을 노리는 방식을 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회의에서 무기 생산 확대를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타격 수단의 확대 보유와 부대 실전배치 심화를 강조하면서 “군수공업 부문의 모든 공장, 기업소들이 현대화돼가는 군의 작전 수요에 맞게 각종 무장장비들의 대량생산 투쟁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지난달 말 이른바 ‘전승절’을 계기로 러시아 군사대표단과 군사협력사업을 논의하고 군수공장을 연이어 시찰한 뒤 이뤄진 당 차원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김진무 교수는 김 위원장의 무기대량생산 발언은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 위한 명분을 만들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한미연합군과 북한과의 대치는 전략무기에요. 그러니까 그런 차원에서 봤을 땐 이것은 대외적인 메시지일 뿐이지 실질적인 내용은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기 위해서 생산을 하긴 해야 하는데 그 생산을 하기 위한 빌미를 한미 연합의 위협에 두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번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가 “8월 중 곧 있을 미한연합훈련에 대한 북한 나름의 대응”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10일 김 위원장이 지도에서 서울 등을 가리키는 사진과 관련해 “아무래도 위협적인 행동으로 남쪽에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전쟁 준비와 무력 증강에 나설수록 더욱 강력한 미한의 확장억제와 압도적 대응에 직면해 안보가 취약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부족한 재화를 헛된 무력전쟁이나 열병식에 투입할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의 민생을 돌보는 데 쓰라”고 촉구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박수일 대장을 총참모장에서 해임하고 리영길 차수를 후임에 임명했습니다.
리영길은 2019년 총참모장 해임 뒤 복귀하게 된 겁니다.
박수일은 작년 말 당 전원회의에서 사회안전상 임명 6개월 만에 총참모장으로 승진했으나 약 7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특유의 ‘회전문 인사’로 보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김 위원장이 간부의 업무 장악과 수행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신속하게 교체하는 경향을 보여왔다며, 리영길은 과거 오랫동안 총참모장직을 맡았었기 때문에 이 직책을 수행하기에는 현재 가장 적임자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작전 분야 지휘관 교체는 실전 대비한 전쟁억제력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박사] “리영길 교체 말고 밑에 주요 지휘 성원들도 교체를 했습니다. 주로 작전이라든가 총참모부쪽 인사 변경을 하지 않았느냐, 그러면 이건 실전을 대비한 전쟁억제력을 높이겠다는 거거든요.”
`조선중앙통신'은 또 정권 수립 75주년인 9·9절을 맞아 ‘민간무력 열병식’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통일부는 북한이 9·9절 ‘민간무력 열병식’을 예고한 데 대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열병식을 사전 예고한 적이 없었던 데다 1년에 세 차례나 열병식을 개최한 적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올들어 2월8일 건군절 75주년과 지난달 27일 전승절 70주년을 계기로 이미 두 차례 열병식을 가졌습니다.
김인태 박사는 재래식 무기로 무장한 노농적위군과 붉은청년근위대의 열병식이 예상된다며 정권수립일에 걸맞게 김 위원장 우상화와 국가제일주의 강화에 초점을 두면서 대외적으로 정규 무력에 더해진 민간 무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