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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중국 쌀 수입 2019년 대비 5배 늘어...전문가들 “수요 증가 영향”


지난해 9월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논에서 농부들이 쌀을 수확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해 9월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논에서 농부들이 쌀을 수확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의 올해 쌀 수입이 신종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보다 약 5배 늘어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식량난보다는 북한 내 쌀 수요 증가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쌀은 10만t이 넘습니다.

VOA가 중국 세관 자료를 살펴본 결과 북한은 이 기간 중국으로부터 장립종 5만18t과 단립종 5만2천370t 등 모두 10만2천389t을 수입했습니다.

액수로는 4천701만 달러 상당입니다. 북한이 올 1월부터 5개월 간 쌀 수입으로 5천만 달러에 육박하는 금액을 지불한 것입니다.

북한의 쌀 수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인 2019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2019년 1~5월 북한의 대중 쌀 수입량은 올해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1만8천111t이었습니다. 수입액도 약 986만 달러로 올해의 20% 수준이었습니다.

작년과 비교해도 북한의 쌀 수입량이 급증한 사실이 확인됩니다.

2022년 북한의 대중 쌀 수입량은 7만3천966t, 수입액은 3천270만 달러였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쌀 수입 기록은 4개월치만 있는데, 7월 한 달을 제외하면 모두 10~12월로 하반기에 쏠려 있습니다.

북한의 대중 쌀 수입 급증 현상이 지난해 10월 시작해 그 여파가 올해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북한이 갑작스럽게 쌀 수입을 늘린 정확한 배경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가격이 저렴한 다른 곡물보다 유독 쌀 수입을 늘린 사실에 주목하며 식량난보단 늘어난 쌀 수요를 북한 정권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벌어진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메릴랜드대 교수는 2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10만t은 꽤 많은 양이라면서 “북한은 쌀, 즉 식량에 많은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So that to me is a fairly large import, it’s giving pretty high priority to rice, another word is food, which does suggest kind of shortage of food, maybe not a huge one.”

그러면서 “이는 아주 심각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식량난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남포의 협동농장에서 모내기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남포의 협동농장에서 모내기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하지만 브라운 교수는 과거 북한의 ‘고난의 행군’ 땐 수백 만t 단위의 식량이 북한으로 유입됐다며, 당시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식량난을 판별하는 기준 중 하나는 북한의 전체 곡물, 즉 밀가루와 쌀, 수수, 옥수수 등의 수입량을 보는 것이라면서 “만약 쌀을 더 사들이고 밀가루를 적게 수입했다면 (북한이 현재) 그렇게까지 궁핍하지 않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One way to look at it is the total value of the grain imports: wheat and rice and sorghum or corn, all together. So if they're buying more rice and buying less wheat, that might tell you they're not so bad off. If they're really bad off there'd be importing corn probably.”

이어 “극심한 식량난에 처한 것이라면 (가격이 저렴한) 옥수수를 더 수입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의 올해 1~5월 대중 밀가루 수입량은 3만9천598t으로 2019년 같은 기간의 수입량 8만4천555t보다는 약 4만5천t 적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이 제한된 외화 상당액을 쌀 수입에 쓴 사실에 주목하며 “이는 흔치 않은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이 올해 쌀 수입에 투입한 액수인 4천701만 달러는 북한의 대중 전체 수입액 약 7억5천만 달러의 6.2%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2019년엔 북한 전체 대중 수입액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이 1.05%였습니다.

북한 농업전문가인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 동북아 연구원장은 3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내 쌀 수요를 북한 정권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벌어진 현상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북한에서 생산되는 쌀이 충분하게 주민들에게 공급된다면 굳이 수입할 이유가 없을 텐데 북한에서 생산하는 쌀이 수요에 모자란다는 뜻이죠. 그러니까 쌀 공급을 늘리기 위해 수입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특히 지난해부터 주민들의 식량 거래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커졌다며, 북한 당국이 양곡판매소를 통해 주민들에게 쌀 공급을 시작한 것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양곡판매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데 이건 정부가 충분한 양곡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권 원장은 설명했습니다.

권 원장은 북한의 대중 쌀 수입이 수확기인 10월 이전까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지금은 쌀 자체가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라 앞으로도 쌀을 계속해서 수입할 수밖에 없는...과거 같으면 상인들이 시장에 내놓는 것을 목적으로 수입했는데 지금은 정부의 수요...”

한편 북중 무역자료를 통해 확인된 북한의 1kg 당 쌀 수입액은 단립종이 미화 50센트, 한화 약 659원, 장립종은 미화 41센트, 한화 540원이었습니다.

앞서 일본의 북한 전문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이달 23일 북한 내 쌀 1kg 가격을 한화로 약 882원으로 추산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내 유통 중인 쌀값은 한화를 기준으로 원가보다 223~342원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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