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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용병 무장 반란 "모스크바 남쪽 200km 진입"...푸틴-프리고진 간접 협상 "병력 철수 합의"


러시아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 병력이 24일 로스토프 주도 로스토프나노두 시내 러시아군 시설 인근 극장을 접수하고 있다. 
러시아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 병력이 24일 로스토프 주도 로스토프나노두 시내 러시아군 시설 인근 극장을 접수하고 있다. 

러시아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이 정부를 상대로 무장 반란을 일으켰으나, 당일 병력 철수를 지시했습니다.

바그너 그룹 실소유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 창립자는 24일 음성 담화를 통해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향하던 병력에게 기지로 철수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프리고진 창립자는 이어서, 휘하 병력이 지난 24시간 동안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200km 앞까지 진격한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스푸트니크 통신 등 러시아 매체들은 프리고진 창립자 담화 직후 "바그너가 병력 이동 중단과 상황 완화에 대해 (러시아 정부와) 합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 푸틴-프리고진 간접 협상

이같은 발표는 벨라루스 정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프리고진 창립자 측 사이에서 중재한 결과로 보입니다.

벨라루스 대통령실은 이날(24일) 성명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합의 하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 수장 프리고진과 협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바그너 병력의 (모스크바행) 이동을 중단하고 상황 완화 조치를 하라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제안을 프리고진이 받아들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반란) 상황이 마무리 되면 바그너 소속 병력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합의가 논의되고 있다"고 벨라루스 대통령실은 덧붙였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24일) 바그너 무장 반란 사태에 관해 통화하고 '공동 행동'에 합의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 9일 러시아 휴양도시 소치에서 회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 9일 러시아 휴양도시 소치에서 회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 "거짓말로 전쟁 시작"

무장 반란을 일으킨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노두 군사 시설과 도시 주요 지점을 장악한 뒤 모스크바를 향해 북진 중이었습니다.

이들은 전날(23일) 러시아 국방부가 자신들의 후방 캠프를 미사일로 공격했다면서 군 수뇌부의 처벌을 요구하며, 24일 새벽 반란을 일으켜 우크라이나를 벗어나 러시아로 진입했습니다.

프리고진 창립자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비롯한 군 수뇌부를 맹렬하게 비난했습니다.

"이들이 우크라이나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러시아를) 침략할 것이라는 거짓말을 통해 러시아 국민과 푸틴 대통령을 기만하고, 러시아를 전쟁에 끌어들였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습니다.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로 들어간 바그너 그룹 병력은 24일 오전 로스토프 주도 로스토프나노두를 장악했습니다.

이어서 수도 모스크바에서 약 500km 떨어진 보로네시 지역을 거쳐 모스크바 인근까지 진격한 상태입니다.

■ 러시아 당국 '쿠데타' 규정

러시아 정부는 모스크바 전역과 수도권에 대테러 작전 체제를 발령했습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프리고진 창립자와 바그너 그룹 소속 병력이 쿠데타를 공모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바그너 용병들에게 "쿠데타에 동조하지 말고 프리고진을 잡아서 넘기라"고 요구했습니다.

프리고진 창립자는 이에 즉각 반박하며 "우리의 행군은 쿠데타가 아니라 정의의 행진"이라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그러자 푸틴 대통령은 긴급 담화를 통해 이번 사태를 '반역'으로 규정하고 프리고진 체포를 명령하는 한편,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에 맞서, 프리고진 창립자는 푸틴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리고진 창립자는 "대통령이 착각하고 있다"는 온라인 메시지를 내고 "단 한 명도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유럽 주요 매체들은 러시아의 상황의 내전을 방불케하는 쪽으로 치닫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러시아 연방 소속 체첸공화국 병력이 모스크바로 이동한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 바흐무트 전투 주도 세력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 정규군과 함께 우크라이나 침공에 참가한 용병 집단입니다.

특히 지난해 개전 후 가장 격렬한 전투가 장기간 지속된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함락을 주도한 세력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 바그너 소속 병력이 줄잡아 5만 명 가량 투입된 것으로 서방 정보당국은 추산하고 있습니다.

바그너 그룹은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기 위해 러시아 뿐 아니라 북한으로부터도 무기를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월 러시아와 북한에서 찍힌 위성 사진들을 공개했습니다.

이 사진에는 작년 11월 북한에서 러시아로 이동한 컨테이너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백악관은 해당 컨테이너에 무기가 실렸다고 설명했습니다.

■ 끊임 없는 알력

바그너를 이끄는 프리고진 창립자는 전쟁 수행 과정에서 적극적인 발언으로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러시아군 수뇌부가 탄약과 장비를 주지않는다며 '반역자'로 규정하거나,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현 상태에서 '종전 선언'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으며, 월권 논란을 빚어왔습니다.

프리고진 창립자는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이었습니다.

크렘린궁과 주요 당국에 음식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러시아 사회에서 지위를 높였습니다.

이후 자신의 측근을 내세워 바그너 그룹을 운영하면서 직접적인 연결 고리를 부인하다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자신이 실권자임을 인정했습니다.

프리고진 창립자는 정치적 야망을 가진 인물로 이전부터 알려져왔습니다.

러시아 정계에서 엘리트 관료들에 비판적인 '애국 보수' 단체를 결성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세력을 구축해, 내년 러시아 대선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 왔습니다.

그러다 지난 3월에는, 우크라이나를 접수해 우크라이나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돌출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 주요 분쟁 지역 진출

바그너 그룹 소속 병력은 세계 주요 분쟁 지역에 나가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지원해왔습니다.

아울러 '치안 유지' 등 명목으로 아프리카에 진출해 활동해왔습니다

말리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단 등 최소 6개국과 계약을 체결해 용병을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와 관련,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3월 아프리카 순방 길에 바그너와 계약하지 말 것을 역내 국가들에 촉구한 바 있습니다.

바그너 그룹 측이 미국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카리브해 진출을 노렸다는 첩보도 알려졌습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지난 4월 보도를 종합하면, 바그너 그룹 측은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 정부에 치안 유지 계약을 제안한 것으로 앞서 유출된 미 정보기관 자료에 나타났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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