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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북한 '천리마1형' 잔해 인양 일주일째...전문가들 "백두엔진·위성체 기술 알아낼 호기"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지난달 31일 오전 8시 5분쯤 어청도 서방 200여km 해상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식별했다며 공개한 사진.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지난달 31일 오전 8시 5분쯤 어청도 서방 200여km 해상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식별했다며 공개한 사진.

지난달 말 북한이 쏴 서해에 추락한 우주발사체 잔해에 대한 한국 군 당국의 인양 작업이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양에 성공할 경우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최신 미사일 엔진과 위성체 기술을 알아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군 당국은 6일 북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 인양을 위해 서해에서 수중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군 당국은 인양하려는 잔해의 길이가 약 15m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 31일 평안북도 동창리에서 군사정찰위성을 탑재한 운반로켓을 쏘아 올렸지만, 발사체는 1단 추진체 분리 후 2단 점화 실패로 한국의 전라북도 군산 어청도 서쪽 방향 200여km 해상에 추락했습니다.

한국 군은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지 약 1시간 30분 만에 부유물을 발견하고 가라앉지 않도록 조치했으나 이 잔해는 인양 시도 과정에서 이탈해 수심 75m 해저에 가라앉았습니다.

한국 군은 해당 해역에 3천500t급 수상함구조함 통영함(ATS-Ⅱ)과 광양함(ATS-Ⅱ), 3천200t급 잠수함구조함(ASR) 청해진함, 그리고 항공기들을 투입해 인양과 잔해 탐색 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해군의 해난구조전대(SSU) 심해잠수사들도 지난 3일부터 투입돼 원통형 잔해에 고장력 밧줄을 묶고 있지만 강한 조류와 짧은 시정 등 악조건 속에 작업이 순조롭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5m짜리 전봇대만한 잔해를 끌어 올리려면 해저면 펄 속에 박힌 잔해 밑으로 여러 개의 와이어를 넣어 수평을 맞춰야 하는데, 원통형 물체의 표면이 매끄러워 와이어를 고정해줄 곳이 없기 때문에 결박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박사는 조류는 음력으로 매달 보름 가장 세고 그믐에 가장 약해진다며, 다음주가 되면 조류가 약해지면서 인양 조건이 그나마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춘근 박사] “조류가 점점 세져 가지고 그저께가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날이었어요. 그러니까 조류가 가장 센 날이었죠. 그래서 인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거죠. 앞으로 5일 정도 지나면 조류가 약하기 때문에 이 때 건지면 가장 좋을 거에요.”

이 박사는 또 “2단과 3단 추진체인 백두산 엔진의 산화제는 사산화이질소(N204), 그리고 액체연료는 비대칭 디메틸히드라진(UDMX)인데 모두 독성이 센 발암물질이고 이들 물질이 격막으로 분리된 연료통에 들어가 있지만 인양 과정에서 실수로 이들이 합쳐질 경우 폭발 등 격렬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며 인양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앞서 지난 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인양 작업 중인 잔해물에 대해 “발사체 2단 추진체로 본다”며 “3단체와 탑재체는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3단 추진체와 탑재체인 위성은 분리돼 따로 해상에 떨어졌다고 추정한 겁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잔해물 일부가 물위에 뜬 채로 처음 발견됐을 때 드러난 모양은 북한이 공개한 천리마1형 발사 사진과 비교했을 때 2단과 3단의 연결 부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군은 잔해가 인양되면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로 옮겨 정밀조사에 착수할 방침입니다.

앞서 미한 국방장관은 지난 3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가진 회담에서 잔해에 대한 공동조사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신 사무국장은 파손 상태가 양호할 경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에도 쓰는 최신 대형 엔진 기술을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2단부가 확보되는 상황이면 엔진까지 있을 것이다, 1단부가 백두산 계열 엔진 2개를 클러스터링 했다면 2단은 백두산 엔진을 그대로 하나를 사용했을 수 있으니까 그 엔진만 확보된다면 북한의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화성 계열의 탄도미사일 능력을 알 수 있는 거죠.”

발사체 잔해 길이가 15m라면 2단은 물론 3단 추진체와 위성체까지 붙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장영근 미사일센터장입니다.

[녹취: 장영근 센터장] “1단, 2단, 3단,페어링 길이를 예측한 게 29~30m 정도에요. 그러니까 전체 길이가 30m 정도인데 2단만 15m라는 건 말이 안되는 거죠. 2단, 3단, 페어링까지 합해도 내가 계산한 건 17m 정도 돼요.”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위성체까지 수거되면 미한은 북한의 최신 엔진 기술은 물론 위성체 기술까지 파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북한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또 로켓과 위성체에 들어간 대북 수출 금지 부품들의 공급 경로를 추적할 단서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이 조립을 했다면 대부분 수입이 금지된 전략물자, 전략부품을 사용했을 것이고 그 경우 시리얼 넘버가 모두 적혀 있기 때문에 공급망을 알아 낼 수 있어요. 그러면 불법 행위에 관여한 중간 라인들이 알려지게 되는 거고요.”

한국 군은 앞서 지난 2012년 12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 ‘은하3호’를 쏘아 올렸을 당시 17일간 인양작전을 펼쳐 길이 7.6m, 직경 2.4m 크기의 1단 추진체 산화제 통 등 잔해를 수거했고 이를 토대로 외국에서 유입된 부품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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