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뉴스 동서남북] 북한 22년만에 기자동맹대회 연 이유는?


평양의 지하철역에 게시된 '로동신문'을 읽는 시민들. (자료사진)
평양의 지하철역에 게시된 '로동신문'을 읽는 시민들. (자료사진)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최근 북한은 22년만에 ‘기자동맹대회’를 여는 등 선전선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만큼 민심이반이 심각하다는 얘기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는데요. 북한 선전선동의 현주소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은 지난 3일 평양에서 기자와 방송원 등을 모아 ‘조선기자동맹 대회’를 열었습니다.

22년만에 열린 기자동맹 대회에는 북한의 대표적인 언론인인 조선중앙방송의 리춘히 방송원과 노동신문의 동태관 논설위원 등이 참석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당 중앙의 충실한 대변자, 출력 높은 확성기, 잡음 없는 증폭기로서의 영예로운 사명과 임무를 다해나갈 열의에 넘쳐 있었습니다.”

북한이 기자동맹대회를 연 것은 체제결속을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군사적으로 미국, 한국과 대결 구도가 심화되고 경제난과 식량난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민심이반을 막겠다는 겁니다.

서울의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이영종 북한연구센터장입니다.

[녹취:이영종 센터장]”최근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에 올인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됐기 때문에, 대책, 선전선동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도 ‘언론’을 표방하는 매체가 있습니다. 매일 150만부를 발행하는 노동신문 등 3개 중앙지와 11개의 지방지가 있습니다.

또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있으며 TV로는 조선중앙TV와 만수대TV 등이 있습니다. 또 라디오는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외에도 10여개의 지방 방송국과 유선 방송국이 있습니다.

북한의 신문, 방송을 비롯한 모든 매체는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지침과 통제를 받습니다.

선전선동부는 신문과 방송의 기사와 원고는 물론 영화, 출판을 지도하며 검열하고 있습니다.

평양을 오래 관찰해온 이영종 센터장은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선전선동 분야에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이영종 센터장]”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또 김정은도 노동신문의 경우 지면배치 등을 사전에 대장을 통해 검열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문제는 노동당의 당적 지도와 검열로 인해 주민들이 알아야 할 정보와 소식을 모르고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노동신문은 6면으로 되 있는데, 여기에는 아예 사회면이 없습니다. 그래서 노동신문을 보면 화재(불)가 났다는 소식, 범죄가 발생했다는 내용, 교통사고, 식량난과 관련된 기사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평안남도 평성에 살다가 2011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조충희 씨는 주민들이 주로 입소문을 통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짐작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민 조충희씨]”전에는 소문으로 입소문으로 알았구요, 최근에는 휴대폰을 통해 알고 있고, 대형 열차사고가 나서 수십명 수백명이 죽어도 그 지역 사람이 아니면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동당의 당적지도가 황당무계한 보도와 내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김일성 주석이 항일투쟁 시절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고 ‘축지법’을 썼다는 내용입니다.

한국 등 외부에서는 이같은 내용을 한갖 ‘허풍’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북한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 언론은 '축지법'을 여러차례 보도한 것은 물론 교과서에도 이 내용이 실렸습니다. 심지어 북한 당국은 1996년에는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는 제목의 선전가요도 만들었습니다.

2011년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북한 수뇌부도 선전 내용이 지나치다고 본 것같습니다.

노동신문은 2020년 5월 20일 ‘축지법의 비결’이라는 기사에서 “사실 사람이 땅을 주름잡아 다닐 수는 없는 것”이라고 보도 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수십년만에 스스로 축지법을 부정한 겁니다.

북한 당국이 김일성 주석의 축지법은 부정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우상화는 여전합니다.

예를 들어, 북한은 김정은이 3살때 총을 쏘고 자동차를 운전했다고 선전했습니다.

당시 북한에 살았던 조충희 씨는 이런 선전을 듣고 주민들이 “웃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민 조충희씨]”당시 저도 북한에서 전해 들었는데 3살때 차를 몰았다고 해서 그냥 다 웃었어요. 뭐라고 그럴 수도 없고.”

전문가들은 노동당의 선전선동이 현재 커다란 난관에 직면해있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장마당 세대’ 의 등장입니다. 1980-90년대 태어나 청소년 시절 ‘고난의 행군’을 겪은 이들은 북한 당국의 선전선동을 잘 믿지 않습니다.

특히 장마당 세대는 젊은 시절부터 외부 세계 특히 한국의 노래와 드라마를 접한 세대입니다.

함경북도 라진에 살다가 2014년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민 윤설미 씨가 유튜브에서 자신이 북한에 있을 때 본 한국 드라마를 설명하는 장면입니다.

[녹취: 윤설미] ”저는 중학교 때부터 대한민국 드라마를 봤는데, 처음으로 본 것은 ‘가을동화’였습니다. ‘가을동화’ ‘천국의 계단’,’장군의 아들’, ‘올인’, 1990년대 후반에 유명했던 드라마인데...”

북한의 선전선동 내용 중에 중요한 것이 한국(남조선)이 가난하다는 겁니다.

북한의 선전 매체들은 1990년대만 해도 ‘남조선 인민들은 굶주리고 거리에는 거지떼가 우글거린다’고 선전해 왔습니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한국의 노래와 드라마를 접한 북한의 장마당 세대들은 더이상 그런 선전을 믿지 않습니다. 오히려 잘사는 한국을 동경해 벌써 3만명 이상이 탈북해 한국으로 넘어왔습니다.

이런 이유로 북한 당국도 더이상 ‘남조선이 못산다’는 선전을 못하고 있다고 탈북민 조충희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민 조충희씨]”남한의 경제력에 대해서 이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기때문에 거지가 있다, 못산다 이런 얘기를 해봤자 거짓말 한다는게 주민들에게 더 인식이 되니까,그런 소리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거지요.”

노동당은 이미 장마당 세대를 겨냥해 통제와 검열의 칼을 빼들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20년 12월 ‘반동사상 문화배격법’을 만든 데 이어 이듬해인 2021년에는 ‘청년교양보장법’을 제정했습니다.

이 법은 남한의 노래나 텔레비전 드라마를 볼 경우 5-10년의 노동교화형에 처하고, 남한 드라마를 유포시키는 사람은 무기노동이나 사형 등에 처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올 1월에는 ‘평양 문화어보호법’을 만들었습니다.

탈북민과 전문가들은 통제와 검열 위주의 북한 당국의 정책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말합니다.다시 이영종 센터장입니다.

[녹취: 이영종 센터장]” 효과가 없을 것으로 전망합니다.특히 금단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남조선에 대한 호기심과 접근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고, 이는 김정은 체제의 분열,체제이반을 이끌어내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한의 언론 탄압은 세계 최악의 수준입니다.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FS)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언론자유는 180개국 가운데 꼴찌인 180위를 기록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