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유엔 ‘세계 여성의 날’ 맞아 “북한 여성, 성차별 등 인권 상황 심각”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

유엔 인권기구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북한 당국에 심각하고 만성적인 여성 인권 침해를 인정하고 개선 조치를 추진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한국과 캐나다도 북한 여성이 이중 차별을 받고 있다며 여성권 지위가 향상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3월 8일은 유엔이 1977년 제정한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여성의 권리와 지위 향상을 강조하고 여성이 이룬 업적을 인정받는 날이기도 합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6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한 제67차 여성지위위원회(CSW) 축사를 통해 “유엔은 모든 곳에서 여성과 여아들과 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구테흐스 총장] “Women's rights are being abused, threatened and violated around the world… the patriarchy is fighting back. But so are we. And I am here to say loud and clear. The United Nations stands with women and girls everywhere.”

세계 곳곳에서 여성의 권리가 탄압되고, 위협받고, 침해당하고 있고 가부장제가 반격하고 있지만 유엔과 국제사회도 이에 대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엔은 특히 북한 여성의 인권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는 8일 VOA에 보낸 성명에서 “북한 헌법은 여성에게 동등한 권리와 지위를 부여하고 정부는 그들의 관점에서 양성평등이 달성됐다고 밝히고 있지만 북한에서 발생하는 광범위하고 폭넓은 인권 침해는 잘 기록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계 여성의 날은 북한 여성들이 직면한 특별하고 독특한 인권 침해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성명] “The Constitution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 accords equal rights and status to women, and the Government has indicated that, in its view, gender equality has been achieved. However, the widespread and wide-ranging human rights violations occurring in the DPRK is well documented. International Women’s Day offers an opportunity to reflect on the particular and distinctive human rights violations faced by women in the country.”

이어 여성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해야 이런 인권 침해를 해결할 의미 있는 권고가 이뤄질 수 있다며 첫 단계로 “북한은 성차별이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토대로 “의미 있는 개혁을 시행해 법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양성평등을 실현할 의미 있는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는 “북한의 여성 인권 상황은 심각하고 만성적”이라며 특히 구금 시설 내 성폭력 방지, 성별에 따른 건강 서비스, 위생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또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장마당 활동을 통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여성들의 압박이 가중된 점을 지적하며 “북한 정부는 여성의 경제 기여를 인정하고 이런 기여를 보호하고 촉진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성명] “It is time the DPRK acknowledges the contribution of women to the economy and protects and facilitates these contributions…Gender discrimination is not the only lens through which to understand the human rights violations occurring in the DPRK. A range of other factors such as discrimination based on the social categorization system of songbun,”

아울러 “성차별은 북한에서 일어나는 인권 침해를 이해하는 유일한 렌즈가 아니다”라며 고질적인 성분과 농촌 또는 도시 지역 거주, 돈에 대한 접근성 차별 등 다양한 요소가 인권 침해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는 이날 별도로 ‘트위터’를 통해 북한 내 성평등 증진을 위한 5가지 제언을 올렸습니다.

‘차별적 고정관념과 가부장적 태도 철폐’, ‘법과 실제 적용에서 성평등 보장’, ‘고위직 여성 비율 확대’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신화 한국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이신화 한국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이신화 한국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 대사는 이와 관련해 8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면서도 이중 차별을 받는 북한 여성들의 상황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신화 대사] “여성이 그렇게 열심히 일하면서 동시에 가정 폭력이나 성적 착취, 여러 다양한 차별적 하대적 문화 속에서 이중으로 고충을 받는 문제를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국제사회가 힘을 합해 어떻게 그것을 개선할 것인가를 노력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대사는 특히 ‘여성은 꽃’이라고 하는 등 온갖 미사여구를 모두 동원하면서도 여성을 돌보지 않는 북한 정권의 행태에 대해서도 자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신화 대사] “자본주의 사회는 여성 천시가 지배되어 있다고 하고 자신들은 천국에서 살고 있다고 하는데, ‘남녀평등권법령’을 공포한 것이 북한 여성들에게 실질적인 인권이나 삶의 질을 개선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것은 그냥 보여주기식인 것이고 불편한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곳곳에서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서울의 캐나다대사관은 이날 민간단체와 함께 북한 여성 문제를 주제로 행사를 열었습니다.

캐나다대사관은 ‘트위터’를 통해 “북한인권단체 ‘한미래’와 함께 생존자 증언에 기반한 북한 내 젠더기반 폭력 책임규명을 위한 진지하고 강력한 내용의 브리핑을 주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캐나다는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고자 하는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5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스쿨에서는 이날 탈북민 인권 활동가 박지현 씨의 강연이 열렸습니다.

박 씨는 행사 후 VOA에 양성평등도 중요하지만 북한 여성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북한 체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200여 명의 학생들에게 강조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학생들에게 제가 얘기했던 것이 이거예요. 우리가 미디어에서 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 국제사회가 밖의 여성들이 받고 있는 성폭행, 성추행 이런 식으로 북한 여성 인권을 다가간다면 한평생 해도 북한 여성 인권 상황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 안의 제도적 문제, 기본권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박 씨는 또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각종 정치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딸 김주애의 “포동포동한” 모습과 각종 인권 침해를 받으며 허약하게 살아가는 지방 여성들 사이의 괴리 등 성분차별 철폐부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성분 시스템 자체를 없애야 합니다. 그것을 없애야 여성이 공평한 대우를 받을 수 있습니다. 평양과 지방 여성의 차별도 있고. 혜택도 다르고. 어떤 사람과 결혼하느냐에 따라 여성이 받는 혜택도 다르기 때문에 그 문제를 알아야만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공평하게…”

미국에서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대통령의 성명과 다양한 기념행사들이 열렸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여성과 여아는 우리 사회의 모든 측면에서 성공과 발전의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성과 여아들을 위해 기회를 증진하는 것은 모두를 위한 안보, 안정 및 번영을 강화한다”며 “우리는 인구의 절반이 소외된다면 우리 시대의 중대한 글로벌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성명] “Promoting opportunities for women and girls strengthens security, stability, and prosperity for everyone. And we know that we cannot solve any of the great global challenges of our time if half the population is left behind.”

바이든 대통령은 또 전 세계적으로 너무 많은 지역에서 여성과 여아들의 권리가 계속 공격받고 있다며 아프가니스탄과 이란, 러시아의 침공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크라이나 여성 등을 지적했습니다.

이어 “미국은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중요한 일에서 전 세계 여성 및 여아들과 연대하고 있다”며 국내적으로는 지난해 여성폭력방지법(VAWA) 재승인 법안에 서명하며 관련 기금을 사상 최대 액수인 7억 달러로 증액한 점을 강조했습니다.

한편 민간단체인 북한자유연합(NKFC)과 디펜스포럼 등은 탈북 여성 3명을 미국으로 초청해 다음 주 워싱턴의 의회 건물과 뉴욕에서 잇달아 북한 여성 인권 관련 행사를 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