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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한국 강제징용 해법에 일본이 적극 화답할 때...미한일 안보∙경제 협력 심화로 이어져야"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일제 점령기 강제동원 피해 배상 해법을 발표하고 있다.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일제 점령기 강제동원 피해 배상 해법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이 역사 문제 해법을 발표한 데 대해 일본도 수출규제 해제 등으로 적극 화답해야 한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주문했습니다. 이번 조치가 미한일 3국 안보 경제 협력 심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크리스토퍼 존스톤 일본석좌는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발표하고 일본이 이에 호응한 데 대해 “강제징용 분쟁의 사실상의 해결을 의미한다”며 “(한일)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중요한 돌파구”라고 평가했습니다.

[존스톤 석좌] “This is a huge breakthrough, one that signals a new era in the relationship. In the face of war in Europe, Chinese coercion across the region, and unending provocations from North Korea, South Korea and Japan have a common interest in solidarity. Both President Yoon and PM Kishida deserve credit for their leadership. President Yoon’s remarkable speech on March 1, building on his remarks from last August, noted that Japan and the ROK share common values today. Prime Minister Kishida faced great skepticism from within his own party about the merits of another agreement with South Korea on history issues, but chose to move forward. The US was not directly involved in the talks, but played an important role in setting the political context by establishing a regular rhythm of trilateral meetings at senior levels.”

바이든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존스톤 석좌는 6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유럽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지역 전반에 중국의 강압이 이어지며 북한이 끊임없는 도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은 함께 연대할 공통의 이익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하며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발언(광복절 경축사)에 이어 주목할 만한 3.1절 기념사를 통해 일본과 한국이 오늘날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존스톤 석좌는 말했습니다.

아울러 “역사 문제에 대해 한국과 또 다른 합의를 맺는 것에 대해 일본 자민당 내에서 큰 회의감이 있음에도 기시다 총리는 이를 추진하는 선택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존스톤 석좌는 “미국은 관련 회담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지만 정기적인 3국 고위급 회담을 진행해 이번 합의의 정치적 맥락을 조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존스톤 석좌] “We can expect additional steps soon, including a visit by President Yoon to Tokyo, and an invitation to Yoon to join the G7 summit in Hiroshima. These events were highly choreographed and deliberately sequenced, and reflect months of work by some of the most capable diplomats in both governments. It’s important to note two additional things: the Japanese business federation, Keidanren, released a statement welcoming the announcements, a strong signal that Japanese companies will contribute to the foundation; the Japanese trade ministry announced that it would begin bilateral talks with Seoul to resolve the dispute over export controls on semiconductor-related goods, and Seoul announced that it was standing down on its case before the World Trade Organization.”

존스톤 석좌는 “윤 대통령의 도쿄 방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윤 대통령 초청 등 후속 조치들을 예상할 수 있다”며 “이러한 행사들은 고도로 연출되고 의도적으로 순서가 정해졌으며 두 나라의 가장 유능한 외교관들이 수 개월간 기울인 노력을 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은 6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2018년 한국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국내 재단이 대신 판결금을 지급한다고 밝혔습니다.

박진 장관은 국내적 의견 수렴과 일본과의 협의 결과 등을 바탕으로 이런 방안을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6일 "한국 정부의 조치는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1998년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 앨라배마주 셀마의 에드먼드 페터스 다리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 앨라배마주 셀마의 에드먼드 페터스 다리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미국, 한일 관계개선 촉구… 안보∙경제 협력 심화 원해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미국 정부가 즉각 환영 입장을 나타낸 점에 주목하며, 이는 미국이 한일 관계개선에 큰 관심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여 석좌] “The immediate release of the statement by the White House and State Department following the ROK-Japan announcement indicates that the US had been closely following this issue and had been given advanced notice of the breakthrough.”

여 석좌는 VOA에 “한일 발표에 이어 백악관과 국무부가 즉각 성명을 발표한 것은 미국이 이 문제를 면밀히 주시해왔고, 돌파구 마련을 사전에 통보 받았음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VOA에 “미국은 동맹인 한국과 일본이 모두 과거의 위협이 아닌 현재의 위협에 집중하도록 촉구해왔다”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정권 들어 삼각 안보공조를 일부 재개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9월 5년 만에 처음으로 미한일 연합 대잠수함 훈련이 실시되고 2월에는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미한일 미사일 방어훈련도 실시됐으며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에도 합의했다는 것입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하지만 미국은 보다 심화된 3국 안보협력을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We would like South Korea to go further and integrate or coordinate its missile defense system with that of Japan and the United States. So far Seoul has refused to do that even though that raises the risk to the citizens of all three countries. And Seoul refused to improve the security of its own population because of the historic issues. So we hopefully would see greater information exchange on and coordination on missile defense, also expanding on antisubmarine warfare because both the US and South Korea are limited in their anti-submarine assets and mine-clearing assets but Japan has extensive assets for both missions, so we would need the Japanese participation in any kind of Korean contingency.”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은 한국이 일본과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 더욱 통합하고 조율하길 바란다”며 “지금까지 한국은 세 나라 국민들에 대한 위험을 더 높이는 데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은 역사적인 문제 때문에 자국민의 안전을 개선하는 것을 거부했다”며 “앞으로 미사일 방어와 대잠전에 대한 정보 교환과 조율이 더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은 대잠 자산과 지뢰 제거 자산이 제한적이지만 일본이 광범위한 관련 자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도 현재 동아시아가 매우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며 이번 해법을 계기로 한일 양자간, 미한일 삼자간 협력에 남아있는 모든 장애물이 제거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또 역사 문제가 안보 협력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 think it would certainly not be in South Korea's interest to hold strategic partnerships and relationships and tactical cooperation hostage to some of these issues… this is a moment where it's important for all countries not just South Korea but for Japan as well because this is Japan's interest as well. You can't ignore the past, but you can manage it. You can deal with it. You can find a way to to move beyond that tragic and unfortunate past, which has been a burden to both countries Japan and Korea quite frankly.”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이러한 (역사) 문제들이 전략적, 전술적 협력 관계를 볼모로 잡는 것은 한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과거를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관리할 수는 있으며 비극적이고 불행한 과거를 뛰어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며 “과거사가 일본과 한국 모두에 부담이 돼 왔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과거사를 실용적이고 전향적인 방식으로 다루는 것은 모든 나라의 이익에 부합하고 특히 한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한국은 분명 안보의 일부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안보와 주권을 지키기 위해 일본과도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여 석좌는 미국이 동아시아 동맹들과 보다 심도있는 경제안보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 석좌] “The US has been seeking to strengthen coordination and cooperation among allies on export controls and supply chains. I expect the deal now enables Japan to remove its export controls levied against South Korea since July 2019 and reinstate South Korea on its white list for preferential trading allowing more space for allied and specifically trilateral cooperation on economic security.”

여 석좌는 “미국은 수출 통제와 공급망에 대한 동맹국들 간의 조율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이제 일본이 2019년 7월 이후 한국에 부과한 수출규제를 해제하고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에 복귀시키면 3국 경제안보 협력의 공간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 석좌는 일본은 과거 문제를 더욱 진실하게 평가하고 한국은 역내 안보협력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 석좌] “I don’t think this deal on the forced labor court ruling will be the last time historical issues come to the forefront, in part because Japan needs a more thorough reckoning of its colonial past in a way that will be seen as adequate, sincere, and appropriate to Korea and others who suffered under the colonial era. But this should not bar Korea from seeking ways to engage other US allies and regional partners, including Japan, on a bilateral and multilateral basis to address common threats and help shape the regional order. The previous Moon government may have lagged a bit in engaging the region’s quickly evolving security architecture, and the Yoon government doesn’t want to repeat this error.”

여 석좌는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이번 해법이 역사 문제가 대두되는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며 “일본이 식민지 시대에 고통받은 한국과 다른 나라들에게 적절하고 진실한 방식으로 과거를 철저히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일본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들과 양자적 다자적으로 관여해 공통의 위협에 대응하고 역내 질서 형성을 돕는 데 이 문제가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며 “문재인 정부는 빠르게 진화하는 이 지역의 안보 구조에 관여하는 데 약간 뒤처졌으며 윤 정부는 이러한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여 석좌는 말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동아시아 정상회의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동아시아 정상회의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일본도 수출규제 해제 등으로 화답해야”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를 지낸 제임스 줌월트 재팬-아메리카 소사이어티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어려운 행동을 취했다”며 “삼각 협력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일본이 관계 개선 조치를 취할 차례”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줌월트 전 부차관보] “One example would be adding Korea back to its white list for exports. That would be one concrete action Japan could take that would be very welcome to further improving relations.”

줌월트 전 부차관보는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에 복귀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관계를 더욱 개선하기 위해 일본이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은 앞서 한국 대법원이 2018년 일본 기업들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데 반발해 2019년 한국 수출 규제에 나섰고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국가’ 명단에서도 제외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도 VOA에 “윤 대통령이 과감한 지도력을 발휘했다”며 일본이 화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크로닌 석좌] “President Yoon is demonstrating bold leadership. Prime Minister Kishida needs to have the political courage to show appropriate remorse for the past while agreeing with President Yoon this is the time to cooperate to defend shared interests at a time of mounting threats. This is a crucial moment for trilateral cooperation.”

크로닌 석좌는 “기시다 총리는 과거사에 대해 적절하게 반성하는 정치적 용기를 내야 한다”며 “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공동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협력할 때라는 점에 대해 윤 대통령과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금이 3국 협력에 중요한 순간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국 대사대리도 VOA에 “윤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을 계속 분열시키고 있는 중요한 역사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대담하지만 정치적으로 위험한 접근법을 택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랩슨 전 대사대리] “President Yoon has taken a bold but politically risky approach to resolve the key historical issues that continue to divide Korea and Japan. If the Kishida government will not reciprocate in some meaningful fashion, in essence show some leadership, then this “breakthrough” gambit by Yoon will likely unravel in the face of strong domestic criticism, thus possibly setting back Korea-Japan relations for years or longer, and jeopardizing prospects for enhanced trilateral cooperation with the U.S. The U.S. should continue to show appropriate support for these bilateral discussions.

이어 “기시다 정부가 지도력을 보이고 의미있는 방식으로 화답하지 않는다면 윤 대통령의 ‘돌파 책략’은 국내의 거센 비판을 받고 무산돼 한일 관계를 수년 이상 퇴보시키고 3국 협력 강화 전망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는 미국이 한일 양자 회담에 대한 적절한 지지를 계속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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