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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핵무장론 논의 심화 “핵계획그룹 설립해야… 중국 타이완 침공 시 한일 핵무장”


지난해 10월 '비질런트 스톰' 미한 연합공중훈련에 참가한 한국 공군 F-35A 전투기들이 군산 공항에서 이륙 대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비질런트 스톰' 미한 연합공중훈련에 참가한 한국 공군 F-35A 전투기들이 군산 공항에서 이륙 대기하고 있다.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도를 높이고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을 진화하기 위해 나토형 핵계획그룹에 준하는 협의체를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중국이 타이완을 강제로 병합하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론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한국의 핵무장 논의가 미한 동맹을 훼손하고 한국이 큰 경제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지적도 여전합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26일 미국과 한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준하는 핵 협의체를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날 ‘신뢰의 위기: 아시아에서 미국 확장억제 강화 필요성’ 보고서에서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높아지는 것을 미한 양국 모두가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은 한국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신뢰 구축에 나서야 하고 한국도 대중의 기대를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한국에서 핵무장 논의가 최근 급증하고 주류 담론으로 형성됐다며, 지역 안보환경 악화, 미국의 안전보장에 대한 의구심, 미국에 고립주의 정부가 들어설 경우 주한미군 철수 혹은 감축 우려, 한국의 국가적 자부심 등이 그 배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확장억제 공약을 강화하는 방안 중 하나로 나토형 핵계획그룹 설립을 제안했습니다.

“나토형 핵계획그룹 설립… 일본∙호주도 참여시켜야”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은 핵 계획과 비상상황, 연합훈련, 전략자산 배치 등을 포함해 확장억제 정책을 조율하기 위한 양자 기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미국은 잠재적 핵 사용 가능성과 관련해 위기 의사 결정에 한국을 포함하는 절차를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국은 기존 양자 그룹을 핵 협의 그룹으로 지정하고 권한을 부여할 수 있지만, 한국은 기존 나토에 상응하는 핵계획그룹을 만드는 이상이 돼야 충분하다고 인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워싱턴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 (자료사진)
미국 워싱턴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 (자료사진)

클링너 연구원은 27일 VOA에 나토형 핵계획그룹을 제안한 데 대해 “미국이 나토 동맹과 한국을 다르게 대우한다는 지적을 한국이 했기 때문”이라며 “나토에는 핵계획그룹이 있고 5개 나토 국가들은 전투기로 미국의 핵무기를 투하하는데 한국은 왜 이런 능력이 없느냐고 질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South Koreans have pointed to what they see as a disparity in the treatment the US has with its NATO allies and with South Korea because in NATO there is a nuclear planning group and there are five nations in NATO which have dual capable aircraft which would deliver US nuclear weapons and South Korea has said why not us? Why are you treating us differently? US officials would point to the command structure we have with South Korea is actually stronger than we have with NATO but given South Korean requests or demands, I think it would be helpful to show that we have the same commitment to South Korea as we do with NATO that there is not a disparity.”

클링너 연구원은 “미한 간 지휘구조가 미국-나토 간 지휘구조보다 실제로는 더 강력하다는 것이 미국 관리들의 평가지만, 한국의 요구를 고려할 때 나토와 같은 방위공약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과 한국 양자간 핵계획그룹을 창설한 뒤 호주와 일본를 초대해 미국 동맹들이 인도태평양 역내 위협에 집단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4자 국방조정그룹 창설은 핵 억제 의사결정에 있어 미국과 안보 파트너들의 협력적 접근을 강조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러한 다자 조정그룹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I think the more that the militaries are coordinating with each other, the stronger deterrent and defense signal that it sends. Not only to our opponents but also to our friends and allies.”

클링너 연구원은 “더 많은 국가들의 군대가 함께 조율할수록 적국과 동맹국들에게 억지력과 방위 신호를 더욱 강력히 발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미국의 확장억제를 강화하기 위해 미한 연합훈련을 최소 2018년 이전 수준으로 확대하고 전략폭격기, 핵 탑재가 가능한 전투기, 항모 타격단을 포함한 전략 자산의 배치에 대해 미국이 한국과 협의해야 한다고 클링너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바이든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국장을 지낸 크리스토퍼 존스톤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일본 석좌도 VOA에 “확장억제의 신뢰성에 대한 동맹의 우려를 해소할 방법을 찾는게 미국의 임무”라며 역시 나토형 핵계획그룹 창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존스톤 석좌는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미한 양국간 확장억제 대화를 심화하고 핵전력을 공동기획하는 틀을 만들며 한국에 재배치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에 대비해 핵 기반시설 건설을 고려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녹취: 존스톤 석좌] “I think it would probably need to start bilaterally with South Korea. But yes, something similar to the structure that we have with NATO for nuclear planning. The idea here is to give greater confidence in the part of our allies into how the U.S. would employ nuclear weapons and how the decision making would work.”

존스톤 석좌는 핵 공동기획 협의체가 “미국과 한국 양자 차원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며 나토형 핵계획그룹과 구조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의 핵무기 사용 방안과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동맹국들에게 더 큰 신뢰를 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술핵 재배치 사전 결정적 논의해야”

미국의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과 준비 절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워싱턴에서 나옵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월 보고서를 발표하고 미래 어느 시점에 미국의 저위력 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할 가능성에 대비해 기초 작업과 관련한 모의 계획 훈련을 미한 동맹이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훈련에는 재배치에 필요한 핵무기 저장고의 후보지 파악과 저장 시설 준비, 핵무기 관련 보안 훈련, 주한미군 F-16이나 F-35 전투기의 핵 탑재 인증 절차 등에 대한 계획 연습이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미국이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한국의 자체 핵무기 보유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는 VOA에 “한반도 핵무기 재배치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계획을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차 석좌] “So our recommendation - we had many others and this was the last of the recommendations – was not so much advocating for the return of nuclear weapons to the Korean Peninsula but focusing on doing some of the requisite planning that would be necessary should the Secretary of Defense or the President want to make a decision on this. They would need a lot of information, so our point is to just start those wheels rolling right now.”

“미 국방장관이나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경우 많은 정보가 필요할 것이며, 우리의 의도는 단지 관련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지난해 9월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 보유국 지위' 발언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 보유국 지위' 발언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전술핵무기 재배치∙한국 핵무장도 고려 가능”

이에 더해 미국의 방어공약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대한 현실적 대응이 되기 어렵다며 전술핵 재배치와 한국의 자체 핵무장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제임스 제프리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보좌관은 VOA에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 역량을 완성할 경우 과거 소련이 그 수준에 도달했을 때와 비슷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의 확장억제에 더해 미국의 전술핵무기 한국 재배치, 나토식의 핵무기 공동통제, 한국 자체 핵개발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제프리 전 부보좌관] “ South Korea takes a decision as France under de Gaulle did, that it will develop its own nuclear capabilities. And of course, the current South Korean president has at least hinted at that. So those are the really big military muscle movements. But again they can’t be taken in isolation from a diplomatic strategy integrated between Seoul and Washington to deal with the underlying issue of North Korea as a threat to the whole region.”

제프리 전 부보좌관은 “한국이 드골 대통령 당시 프랑스처럼 자체 핵능력을 개발하겠다는 결정을 할 수 있으며, 한국 대통령이 이미 그 부분을 암시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러한 매우 중대한 군사적 조치들은 북한이 역내에 제기하는 위협에 대한 미한간 통합된 외교 전략과 따로 추진할 순 없다”고 말했습니다.

제프리 전 부보좌관은 아울러 한국의 여론에 미국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민주주의 체제에서 국민의 목소리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중국의 타이완 침공 시 아시아 핵무장론 커질 것”

한편 중국의 타이완 침공을 막지 못한다면 한국과 일본, 호주 등에서 독자 핵무장론이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하와이 소재 민간연구소인 ‘퍼시픽포럼’은 최근 ‘타이완 함락 이후의 세계’라는 보고서를 내고 중국이 타이완을 강제병합할 경우 미국과 동맹국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저자 중 한 명인 워싱턴의 ‘프로젝트 2049 연구소’의 이언 이스턴 선임국장은 타이완 함락은 미국의 세계적인 지도력을 약화시키고 미국의 동맹체제와 유엔을 압박하며 심지어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한국, 일본, 호주가 모두 자체 핵무기를 가지려 할 것이라며 “핵무기 군비경쟁이 시작되고 통제불능으로 치닫기 쉽다”며 “제3차 세계대전 발발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스턴 선임국장] “South Korea would almost certainly feel itself being pullied into China orbit, and policymakers in Seoul would face the unpalatable choice of losing of their freedom and sovereignty or resisting CCP influence alongside the U.S. and Japan. South Korea would likely go nuclear and attempt to save their nation from takeover by building and independent deterrent force.”

이스턴 국장은 중국의 타이완 침공 시 “한국은 중국의 궤도로 끌려가는 것을 느낄 것이며, 서울의 정책 입안자들은 자유와 주권을 중국에게 빼앗기거나 미국, 일본과 함께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에 저항하는 불쾌한 선택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은 핵무장을 통해 독자적인 억지력을 구축함으로써 중국의 점령을 피하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스턴 국장은 또 북한은 중국의 도움을 구해 한국 공격에 나설 수 있고, 중국은 주한미군을 몰아내기 위해 북한의 침략을 어느 정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7월 타이완 인근 해상에서 타이완 해군이 중국의 위협에 대응한 훈련을 했다.
지난해 7월 타이완 인근 해상에서 타이완 해군이 중국의 위협에 대응한 훈련을 했다.

“한국 핵무장론 미한간 긴장 유발 우려”

한국의 핵무장론 고조가 미한 관계에 새로운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여전합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현재 한국 정부 외부의 인사들 사이에서 핵무장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며 “한국 정부가 핵무장을 추진하면 국제사회와 미국의 대응을 유발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클링너 연구원] “The growing advocacy within South Korea by some, mostly outside the government, does raise concern that if the South Korean government were to advocate for that, it would lead to a number of responses by the international community in the United States. And even the advocacy of it could cause strains as during the Moon administration when there were strains in the relationship, when Seoul was pushing for an end of war declaration and a premature return of OPCON transition.”

클링너 연구원은 이어 “핵무장 담론 자체가 미한 관계에 긴장을 야기할 수 있다”며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전작권 조기 전환을 요구했던 문재인 정부 당시와 같은 긴장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외에도 한국이 핵개발에 나설 경우 원전 산업을 희생하게 될 것이라며 경제적 대가를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한국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라늄을 다른 국가들이 수출하지 않아 한국 발전량의 30% 내외를 차지하는 원자력 프로그램이 중단될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또한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하면 국제적 입지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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