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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 “한국 지원, ‘형제애’ 넘어…한국 기술력, 재건에 큰 도움”


지난 7일 한국에서 터키 지진 피해지역으로 파견될 구조대원들이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지난 7일 한국에서 터키 지진 피해지역으로 파견될 구조대원들이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규모 7.8의 강진으로 극심한 어려움에 처해있는 튀르키예를 돕기 위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긴급구호와 지역재건에 나섰는데요.특히 한국 정부와 국민의 전폭적인 지원은 진한 형제애를 넘어선다고 무랏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가 말했습니다. 타메르 대사는 21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영토보다 넓은 지역이 지진 피해를 입었다며 한국의 기술력이 재건 작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이번 튀르키예 강진은 유럽에서 100년 내 발생한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일단 현지 피해 상황을 어떻게 전해 듣고 계십니까?

무랏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
무랏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

타메르 대사) 20일에는 여진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3명이 숨지고 185명이 다쳤고요. 규모 7.8의 이전 지진에 대한 여진이라고는 하지만 역시 큰 규모입니다. 튀르키예는 이번 강진으로 11개 지역에 있는 1천 4백만 명 가까운 사람이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 중에는 어린이 7백 만 명이 포함돼 있습니다. 엄청난 피해 규모입니다. 이번 자연재해에 영향받은 지역은 한국 영토보다도 큽니다. 어떤 도시는 전체 건물의 절반 이상이 무너졌고요. 너무나 고통스럽고 참담한 상황입니다.

기자) 피해 지역의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일 텐데가장 시급한 물품은 무엇일까요?

타메르 대사)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이동식 화장실과 샤워장, 방한 텐트, 담요, 침낭, 발전기 이렇게 대여섯 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해 지역에는 물도 전기도 끊겼고 난방도 안 됩니다. 이재민들에 대한 지원이 절실합니다. 그들의 건강과 위생 문제가 너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기자) 멀리서 고국의 피해를 지켜보시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 차원에서는 어떤 지원을 하고 있는지, 또 한국 정부와는 어떻게 협력하고 계십니까?

타메르 대사) 이번 재앙 발생 직후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직접 대사관을 찾아 조문록을 작성하셨고 매우 진심이셨습니다. 이후 거의 모든 한국의 장관들이 대사관에서 조문했습니다. 한국 정부와는 매일 소통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우리에게 “이것을 지원하겠습니다”, “터키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우리가 터키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를 묻습니다. 한국 정부의 친절함과 관대함을 매일 느낍니다. 한국과 터키의 ‘우정’, ‘형제애’가 무엇인지 느끼고 있습니다.

기자) 지난 주말 1차 한국구조대를 현장에서 맞이하셨습니다. 어떤 마음이셨습니까?

타메르 대사) 지진 발생 다음 날인 7일 한국은 120명의 수색구조대를 현지에 파견했습니다. 그들은 열흘간 현장에서 활동했고 엄청난 일을 해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2차 구호팀이 나가 있습니다. 1차팀이 터키 지진 현장으로 출발할 때, 그리고 돌아올 때 현장에서 그들을 배웅하고 맞이했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새로운 영웅입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다른 생명을 구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행동입니다. 그들이 떠날 때는 차마 손을 잡아 주지 못했습니다. 그냥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왔을 때는 한 명 한 명과 손을 잡고 그들과 눈을 맞췄습니다. 그 순간 감정이 복받쳤습니다.

기자) 말씀하신 대로 한 도시는 전체 건물의 절반 이상이 무너졌습니다. 수색 구조 작업 못지 않게 재건 작업이 매우 중요할 텐데, 한국의 특성을 고려해특히 어떤 부분을 지원할 수 있을까요?

타메르 대사)저는 분명 관련 정부 기관들이 서로 연락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제 수색 구조 작업이 마무리돼 가고 있습니다. 이후 지진 피해 현장에 대한 정리 작업을 진행하고 재건, 복구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 단계에서 우리는 한국의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엔지니어들과 그들의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터키는 지난 수 천 년간 전쟁과 역병, 자연재해를 견뎌온 강한 나라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돌아올 겁니다. 다시 설 수 있습니다. 한국과 같은 나라가 지원한다면 그 시간은 단축될 겁니다.

기자) 대사님께서 생각하시는 구체적인 분야는 무엇이 있을까요?

타메르 대사) 한국은 터키에서 많은 훌륭한 업무들을 해냈습니다. (한국의 건설사와 설계사가 만든) 차나칼레 1915 대교,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유라시아 해저터널, ‘보스포러스 제3대교’ 등입니다. 한국은 터키에서 어떻게 일할지, 터키의 환경을, 국민을, 또 터키의 특징과 역학을 압니다. 한국이 가진 고도의 기술과 건설 능력 등이 터키의 재건 사업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기자) 많은 한국인이 터키 강진으로 폐허가 된 모습이 한국전쟁 당시의 모습과 흡사하다며 기부에 나서고 있는데요.

타메르 대사) 저희 창고에는 800파운드가 넘는 기부 물품이 터키로의 발송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매우 관대합니다. 이런 상황이 제게는 한국과 튀르키예의 형제애가 얼마나 깊은지 말해줍니다. 튀르키예 속담에 “형제간에는 서로 빚지는 게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가를 바라고 행동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튀르키예가 한국전쟁에서 한국을 도운 건 우리 한국의 형제, 자매의 자유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한국이 튀르키예 강진 이재민을 위해 옷, 텐트를 기부하거나 기부금을 전달하는 것은 우리 국민에게 정서적 도움을 줍니다. 이 세상 어딘가에 기댈 누군가, 믿을 누군가가 있다는 안정감을 줍니다. 형제애 이상의 고마움을 느낍니다.

기자) 한국 일러스트레이터 명민호 씨의 만화 두 장이 한국뿐 아니라 튀르키예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지난주 작가를 직접 대사관으로 초청하셨다고요?

타메르 대사) 굉장했습니다. 명 작가는 그 일러스트레이트를 저와 우리 대통령, 외교장관에게 각각 한 장씩 줬습니다. 아주 멋진 순간을 담았죠. 지금도 제 앞에 걸려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튀르키예 군인이 한국 어린이에게 물을 주는 모습과 강진의 피해 현장에서 한국의 수색구조대원이 튀르키예 어린이에게 물병을 건네는 모습이 나란히 담겼죠. 좋은 날이든 나쁜 날이든 변함없이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멋집니다.

기자) 앞으로 양국 관계 강화를 위해 어떤 협력을 기대하시는지, 또 튀르키예 국민에게 한국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십니까?

타메르 대사) 우리가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이미 우호관계에 있는 양국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서 대사로서 저는 최선을 다할 겁니다. 문화 분야를 거쳐 상업, 군사 부문 협력까지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겁니다. 튀르키예 국민에게 한국 국민은 이미 형제이자 혈맹 관계입니다. 그런데 이번 강진 이후 튀르키예를 돕는 한국의 모습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한국과 한국 대통령, 일반 시민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무랏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로부터 강진 피해 상황과 한국의 지원, 복구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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