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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한국 핵무장론 대안·대가 제시 “민간 핵 협력 확대…군사적∙경제적 비용 고려해야”


지난해 9월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의 핵 위협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의 핵 위협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 미국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 개발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 전문가들이 민간 핵 협력 확대 같은 구체적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한국 원자력 발전 중단 등 핵무장에 따른 군사적 경제적 대가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최근 ‘새로운 미한 합의로 북핵 위협을 억지하는 법’이라는 글을 발표하고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하는 것보다 미국과 민간 핵 협력을 확대하고 확장 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미한, 원전 공동 수출 추진해야”

스나이더 국장은 미한원자력협력협정을 확대해 원전 공동 수출에 나서면 양국의 원자력 에너지기업 모두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고, 한국 국민들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할 경우 지불해야 할 경제적 대가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체코, 이집트, 폴란드, 터키에 원전 수출을 추진하고 있는데 미한 원자력 에너지기업들이 현지 원전 건설에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이같이 양국이 핵에너지 협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억지하고 무력화하는 공동 대응책을 강화할 경우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974년 체결되고 2015년 개정된 미한 원자력협력협정은 한국이 미국산 물자와 핵연료를 공급받고 미국은 비확산을 유지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특히 개정 이후에는 원자력 연구개발과 원전 수출의 공동이익을 위해 상호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6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 국민들이 북핵 위협에 직면해 한국도 핵무기 역량 획득이 필요하다고 반응하는 것은 여러 측면 중 한 가지만 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t's pretty easy for the South Korean public to respond in the face of the North Korean nuclear threat with the idea that it needs to attain a nuclear capability because it's only looking at a single slice of the pie, and that is the North Korean nuclear threat. But there are additional components to the original nuclear bargain that has driven cooperation in this area and that is commercial cooperation. So if we put those two together, then I think that it provides a natural incentive that can also provide restraint for South Korean demand”

“그러나 당초 미한 간 민간 원자력 협력을 추동한 요소 중에는 상업적인 부분도 있다”며 “이를 고려하면 한국의 핵무장 요구를 억제하는 자연적인 동기가 생긴다”라고 스나이더 국장은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자신의 글이 “한국 일각의 견해처럼 한국이 독자적인 길을 가는 것과 비교해 미국과 협력하는 것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생각을 바꾸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일 한국 서해 상공에서 실시된 2023년 첫 미한 연합공중훈련에 미군 B-1B 전략폭격기와 F-22 전투기, 한국군 F-35 전투기가 동원됐다.
지난 1일 한국 서해 상공에서 실시된 2023년 첫 미한 연합공중훈련에 미군 B-1B 전략폭격기와 F-22 전투기, 한국군 F-35 전투기가 동원됐다.

“미국 핵 역량과 사용계획 잘 알려야”

이처럼 창의적인 대안 외에도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해 한국에 더 잘 설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 핵전략과 기존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운용중인 ‘핵계획그룹(NPG)’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설명하는 것 외에도 전쟁 중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를 상정해 세운 작전계획을 한국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So that one would think Korea is already aware of what would happen if North Korea goes nuclear including potential U.S. nuclear options. I would just presume there must be plans for that action and hopefully, they would have been shared with our South Korean ally. And if not, it seems that they would need to be shared to some degree.“

클링너 연구원은 “전쟁 중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미국의 핵 옵션을 비롯한 작전계획을 한국이 벌써 알고 있으리라고 본다”며 “만일 아니라면 그 내용을 어느 정도는 공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존의 작계 2015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 등이 포함돼 있지 않으며, 미국과 한국이 준비 중인 작계 2022에는 북한의 소형 전술핵무기 위협과 합동요격지점 등이 추가될 전망이라고 한국 언론이 지난해 말 보도했습니다.

“전술핵 재배치 사전 결정적 논의해야”

이 밖에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달 워싱턴의 민간 연구소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과 준비 절차를 거론했습니다.

[녹취: 차 석좌] “So our recommendation and we had many others this was the last of the recommendations, was not so much advocating for the return of nuclear weapons to the Korean Peninsula but focusing on doing some of the requisite planning that would be necessary should the Secretary of Defense or the president want to make a decision on this they would need a lot of information. So our point is to just start those wheels rolling right now.”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는 VOA에 “한반도 핵무기 재배치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계획을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미 국방장관이나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경우 많은 정보가 필요할 것이며, 우리의 의도는 단지 관련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CSIS 보고서는 미래 어느 시점에 미국의 저위력 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할 가능성에 대비해 기초 작업과 관련한 모의 계획 훈련을 미한 동맹이 검토해야 한다며, 여기에는 재배치에 필요한 핵무기 저장고의 후보지 파악과 저장 시설 준비, 핵무기 관련 보안 훈련, 주한미군 F-16이나 F-35 전투기의 핵 탑재 인증 절차 등에 대한 계획 연습이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미국이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한국의 자체 핵무기 보유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전술핵 배치 장소 선제타격 할 것”

이런 가운데 한국의 핵무장에 따른 대가도 더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은 최근 ‘한국의 핵 유혹과 미한 동맹’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전술핵이 한국에 재배치될 경우 북한의 타격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기술했습니다.

판다 연구원은 미국이 한반도에 B61 전술핵폭탄을 전진 배치할 경우 F-15E나 F-16C/D 전투기가 투하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위기 상황에서 북한은 이 전투기들이 소재한 비행장과 B61 관련 기반시설에 선제공격을 할 강력한 동기를 갖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 전술핵을 실제로 배치하지 않고 트라이던트 Ⅱ D5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에 탑재한 저위력 핵무기로 보복 공격을 하는 것이 매력적인 대안이지만 러시아 때문에 미국이 대북 보복용으로 사용하길 주저할 것이라고 판다 연구원은 밝혔습니다.

판다 연구원은 6일 VOA에 트라이던트가 발사돼 북한을 타격하기까지 20분 정도밖에 안 걸리는 유용한 역량이지만 미국 쪽에서 이 내용을 한국에 강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판다 연구원] “So depending on where the submarine is located, a missile fired from an American submarine might have to overfly Russian territory which Russia could interpret as an American nuclear attack on Russia which would obviously then potentially lead to escalation by Russia in retaliation. Alternatively, even if the missile is not overflying Russian territory, Russian early warning systems could interpret an American submarine launched missile heading towards the Korean peninsula as again an attack on Russian territory. So American officials I think may be reluctant to discuss this option with Seoul for some of those reasons.”

판다 연구원은 “잠수함의 위치에 따라 미국 잠수함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러시아 영토를 날아가야 할 수도 있는데 이 때 러시아는 자국에 대한 미국의 핵 공격으로 해석해 확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사일이 러시아 영토 상공을 비행하지 않더라도 러시아의 조기경보시스템은 한반도를 향해 발사된 미국 잠수함의 미사일을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따라서 미국 관리들은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한국과 이 옵션을 논의하는 것을 꺼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원전 산업 희생”…”북한 전략 유의해야”

비확산 전문가들은 한국이 핵개발에 나설 경우 원전 산업을 희생하게 될 것이라며 경제적 대가를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한국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라늄을 다른 국가들이 수출하지 않아 한국 발전량의 30% 내외를 차지하는 원자력 프로그램이 중단될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한국 핵무장에 대한 논란은 북한이 미한 동맹에 틈을 벌릴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녹취: 맥스웰 연구원] “These discussions and the friction about nuclear weapons in Korea plays into Kim Jong un's political warfare strategy. He is seeking to undermine President Yoon as well as the ROK US alliance.”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한국 내 핵무기에 대한 논의와 마찰은 김정은의 정치전 전략에 이익이 되는 것”이라며 “김정은은 윤석열 대통령과 미한 동맹을 약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 국가인 두 동맹이 이런 논의를 하는 것은 중요하고 옳은 일이지만 김정은의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고 맥스웰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박진 한국 외교장관이 지난 3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에 이어 열린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박진 한국 외교장관이 지난 3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에 이어 열린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 한국의 핵무장 논의 심각하게 받아들여”

한편 스나이더 국장은 미국 전문가들이 한국 대중의 우려에 대응하려 연구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비확산 전문가들이 단순히 한국 핵무장에 반대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기에 추가적 요소들에 대한 탐색을 진행 중이라는 것입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 think that the American thesis, you know, has kind of kindled a debate in South Korea that has really advanced in ways that are now influencing how the Yoon administration describes its options and efforts in this area.”

스나이더 국장은 “미국의 논문이 한국에서 일종의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이 논쟁은 윤석열 정부가 관련 옵션과 노력을 표현할 때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진전됐다”고 말했습니다.

판다 연구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핵무장 발언이 워싱턴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판다 연구원] “It's a fairly rare day in the post-Cold War era when an American ally publicly contemplates the possibility of acquiring nuclear weapons. So I think it's something that Washington is taking fairly seriously. That said I think there will be parts of this debate that will play out in public among experts and among opinion leaders. And then the private conversations that are happening in governmental consultations will be rather different. So I can probably speculate that, you know, the Biden administration probably was not too surprised when President Yoon's comments went public.”

판다 연구원은 “냉전 이후 미국의 동맹국이 공개적으로 핵무기 획득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워싱턴이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의 공개적 논의와 양국 정부 간 비공개 협의 내용은 다를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가 윤 대통령의 발언에 크게 놀라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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