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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한국, 중국 정찰풍선 관련해 미일 등과 한목소리 내야…북핵 해법 더 복잡해져”


4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에서 미군 전투기가 중국의 정찰용 고공풍선으로 의심되는 비행체를 격추했다.
4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에서 미군 전투기가 중국의 정찰용 고공풍선으로 의심되는 비행체를 격추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중국 정찰풍선 사건과 관련해 한국이 미국과 일본 등 민주주의 국가들과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중 갈등 격화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 문제가 더욱 복잡해졌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미중 관계를 경색시킨 중국의 정찰풍선 사건과 관련해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보다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 “The most important thing the ROK can do today is to stand up for its rights and sovereignty, and add its voice to that of the United States and others as they push back against Chinese aggression and assertiveness.”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6일 ‘중국 정찰풍선 사건으로 더 악화된 미중 관계와 관련해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느냐’는 VOA 질문에 “한국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의 침략과 주장에 맞서 미국과 다른 나라들과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중국이 한국의 영공과 영토 보전 등 한국의 주권에도 계속 도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미국 영공을 침범한 중국의 정찰 풍선 사건으로 미중 갈등이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4일 미국 본토 상공을 가로지른 중국의 정찰풍선을 격추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정찰풍선을 용납할 수 없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난하고 지난 5일로 예정됐던방중 일정을 당일 전격 취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미국이 무력을 사용해 민간 무인 비행선을 공격한 데 대해 강한 불만과 항의를 표한다며 맞섰습니다.

중국 당국은 해당 풍선이 민간 기상 관측용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명확한 기업의 이름 등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한국은미중 관계가 냉각될수록 미국 및 그 동맹국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균형 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며, 하지만 지금은 민주주의 국가들의 공통된 원칙을 옹호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야 하는 때라며 특히 일본, 호주와 동일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Unlike Tokyo and Australia, South Korea still unwilling to identify Beijing as the perpetrator of these Chinese transgressions, human rights violations, sovereignty, incursions, etc. And in South Korea’s Indo Pacific Strategy under President Yoon, there was only on reference to China and it was positive”

한국은 여전히 일본, 호주와 달리 중국을 국제법 위반과 인권침해, 주권, 침략 등에 가해자로 지목하기를 꺼린다는 겁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인도태평양전략’에도 같은 달 발표된 일본의 국가안보전략과 달리 중국 관련 언급은 단 한 차례 있었으며, 이마저도 긍정적인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11월 발표된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은 “보편 가치에 기초한 규칙 기반 국제 질서 강화”라는 문구가 첨부돼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 일본 등과는 달리 인태전략에서 중국을 기존 규범에 대한 도전 세력이자 현상 변경 세력으로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주권 침략 등으로 한국 내 반중 여론이 높아진 점을 지적하며, 한국 국민들도 중국에 대한 보다 강경한 정책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I think there would be very strong South Korean public support for a tougher policy on China. Of course, there’s the concern about economic retaliation, but that fear shows the true nature of South Korea’s relationship with China. And the need to not only push away from China but also to stand up to China. And there has been actions by the South Korean government South Korean business to move away from an over dependence on China.”

클링너 연구원은 “물론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그런 걱정은 오히려 한중 관계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는 중국에 맞서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최근 한국 기업들도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며, 중국이 아닌 미국에 대한 추가 투자를 늘리는 한국 기업들의 추세는 고무적인 움직임이라고 말했습니다.

4일 미국 사우스캘리포니아주 해안에서 해안경비대 헬기가 격추된 중국 '정찰 풍선' 잔해 위로 비행하고 있다.
4일 미국 사우스캘리포니아주 해안에서 해안경비대 헬기가 격추된 중국 '정찰 풍선' 잔해 위로 비행하고 있다.

앤드류 스코벨 미국평화재단(USIP) 수석연구원도 한국이 이번 사건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코벨 수석연구원] “I don’t think this incident will affect ROK and China relations, but the most impact would be if a Chinese surveillance balloon appeared in ROK airspace. In the aftermath of this episode, it would be harder for Seoul to ignore it or downplay it.”

스콜벨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정찰풍선이 당장 한국과 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향후 중국의 정찰 풍선이 한국 영공을 침범하면 한국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여파로 한국이 이를 무시하거나 경시하기 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미중관계가 더욱 경색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 문제가 더욱 복잡해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과거 중국의 대북 역할론을 상기시키며 무기한 연기된 블링컨 장관의 방중 일정으로 중국에 대북 협력을 기대하기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 “I have no doubt that they can put pressure on the North Koreans. My experience was when I was in the Bush administration, that China played a key role in helping us create a dialogue and the six party talks.”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은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하지만 지금은 블링컨 장관의 방중 일정을 다시 잡는 것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2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국무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년 초 중국을 방문해 중국이 북한을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설득하는 데 있어 미국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놓고 계속 대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북한과 강력하고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며 중국은 북한 문제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강조해, 5년여 만에 이뤄질 예정이었던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에 관심이 쏠렸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미중 관계 경색은 대북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지지를 얻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It certainly is not going to help getting China’s assistance on North Korea. China already has not been helpful. They have rejected US last year to get either a resolution or statement at the UNSC. China blocked all of them.””

클링너 연구원은 중국은 지난해 북한의 무력 도발 규탄을 위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나 성명을 내려는 미국의 시도를 거부하고 모든 것을 차단했다며, 그런데 이제는 그 때보다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중국은 역내 위상을 높이고 미국 중심의 역내 및 국제질서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 미국과 한국, 일본을 겨냥한 북한의 위협이 증대되는 것을 자국의 이익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Beijing today sees a rising North Korean threat aimed at the United States, the ROK, and Japan as being in its interest, particularly as it tries to raise the PRC's regional profile and strengthen its ability to challenge the U.S.-centric regional and international order. When U.S.-PRC high-level dialogue resumes, the United States can and will resume pressing Beijing to increase pressure on North Korea to denuclearize.”

그러면서 미국은 미중 간 고위급 대화가 재개될 때 북한에 대한 비핵화 압박을 강화하도록 중국에 다시 압력을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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