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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한국 기업인 대북 송금 사건 인지”…미 수사당국 기소∙신병인도 추진 여부 주목


미국 워싱턴의 국무부 건물.
미국 워싱턴의 국무부 건물.

한국 기업인이 수백만 달러를 북한 고위 인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 정부도 이 사안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달러를 이용한 대북제재 위반 행위에 형사 기소와 범죄인 신병인도를 추진했던 미국이 이번 사안에도 별도의 조치를 취할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무부는 대북 송금 등의 혐의로 최근 한국에서 구속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사건과 관련해 “한국 당국의 수사를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We are aware of the investigation by South Korean authorities. We have no additional information to share at this time.”

국무부 대변인실은 19일 이번 사건의 대북제재 위반 측면에 대한 VOA의 질의에 이같이 답하면서 “현시점에서 추가로 공유할 정보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언론에 따르면 김성태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1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중국의 한 식당에서 송명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실장에게 미화 500만 달러를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 검찰은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대북송금을 위한 외국환관리법위반’ 등의 구체적인 혐의를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측 인사에게 현금을 전달하는 행위는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입니다. 또 북한 정권 혹은 북한 정권 대리인 등과의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독자 대북제재 규정도 다수 어긴 것입니다.

현재 미국은 대통령 행정명령과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 규정, 미국 의회가 제정한 법 등을 통해 북한과의 거래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의회는 지난 2019년 제정한 대북 제재 강화법 이른바 ‘웜비어법’을 통해 북한 정권에 자금을 제공하는 제3국의 개인이나 단체, 기관에 제재를 부과하도록 했습니다.

아울러 미국 법무부는 연방수사국(FBI)과 연방 검찰을 동원해 미국의 대북제재 법을 위반한 개인 등을 수사하는 것은 물론 연방 대배심이 이들을 기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에서 미국 측 대표를 지냈던 윌리엄 뉴콤 전 재무부 분석관은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한국이 앞장서서 자국민에게 이 사건의 심각성에 대한 교훈을 알려주는 게 현명한 방법이지만 “미국 법무부가 (김성태 전 회장의) 제재 위반 행위에 대해 범죄인 인도를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미국의 대북제재 규정 대부분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 그리고 미국과 직간접적으로 사업을 벌이는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런 거래가 미국 금융기관 등을 직간접적으로 거쳤다는 이유로 제3국에서 대북제재를 위반한 제3국 국적자에 대해서도 미국 법을 적용한 전례가 있습니다.

실제로 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유류를 건네는 등 미국과 유엔의 제재를 위반한 싱가포르 국적자 궉기성은 지난 2021년 미국 뉴욕남부 연방법원에 기소돼 현재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추적을 받고 있습니다.

그가 범죄를 저지른 곳이 싱가포르와 북한, 국제해상 등 미국 관할권이 미치지 않는 곳이지만 연방검찰은 궉기성이 미국 금융망에 연결된 은행에서 미국 달러를 주고받은 사실을 주요 혐의로 지적했습니다.

또다른 싱가포르 국적자 탄위벵도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대북제재 위반 행위를 벌여 싱가포르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현재 미국의 수배자 명단에 올라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최근 미국 법원에서 45개월 형을 선고받은 북한 국적자 문철명도 최초 대북제재를 위반한 곳은 말레이시아였지만 미국에 기소돼 결국 미국 워싱턴 DC로 신병이 인도되기까지 했습니다.

미국의 동맹국 국적을 가진 개인도 미국 수사망을 빠져나가지 못했습니다.

지난 2019년 4월 평양에서 열린 암호화폐 콘퍼런스를 주관한 스페인 국적자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와 영국인 크리스토퍼 엠스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지난해 미국 뉴욕남부 연방검찰에 기소돼 현재 FBI의 수배자 명단에 사진과 이름이 등재돼 있습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지난해 5월 공개한 스페인 국적자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의 지명수배 전단.
미 연방수사국(FBI)이 지난해 5월 공개한 스페인 국적자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의 지명수배 전단.

이론상으로는 한국 출신인 김성태 전 회장도 미국 정부에 제재되고 기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의미입니다.

대북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21일 VOA에 “중국에서 북한 측에 대량의 달러를 전달한 (김 전 회장의) 혐의 자체만으로는 미국 당국에 사법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면서 “자금이 미국 관할권을 통과하지도, (해당 거래에) 미국인이 관여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 “Carrying bulk dollars to North Koreans in China, by itself, does not give U.S. authorities criminal jurisdiction to prosecute, because no funds were transferred through U.S. jurisdiction and no U.S. persons were involved in the transfer. However, if U.S. authorities develop an interest in the case, they may look for other side transactions that transited through U.S. jurisdiction and facilitated the same broader criminal course of conduct. That's how the Justice Department seized the North Korean smuggling ship M/V Wise Honest, for example.”

다만 “미국 수사 당국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갖는다면 미국 관할권을 통과해 광범위한 범죄 행위를 촉진한 다른 부차적인 거래를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지난 2019년 미 검찰의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호 몰수를 실례로 제시했습니다.

당시 미국 검찰은 와이즈 어네스트호가 수리를 위해 미국 달러를 거래한 점 등을 근거로 몰수 소송에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 규정을 적용한 바 있습니다.

김 전 회장이 미국 관할권, 즉 미 금융기관 등을 통한 거래를 하진 않았지만 추후 수사를 통해 미국 관할권이 적용될 만한 다른 거래가 드러난다면 이 때 미국 정부가 추가적인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북한에 500만 달러를 제공한 것 자체는 유엔 제재 위반이지만 김 전 회장이 어떤 이유에서 그 돈을 지불했는지도 알아야 한다”며 “김 전 회장이 속옷 회사의 전직 회장이었던 만큼 중국의 노동력 착취 업체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를 이용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추측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 “The $5 million payment to the North Koreans by itself would violate UN sanctions, but then, we'd need to know what Kim was paying for. Given that he was former chair, and the reported shadow-chair, of an underwear company, was Kim's company using North Korean labor in Chinese sweatshops? That practice would also violate UN sanctions, and 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has already seized multiple shipments of textiles from China made with North Korean labor.”

그러면서 “그런 활동 역시 유엔 제재 위반”이라며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이미 북한 노동자들이 생산한 중국 섬유 제품 화물을 여러 개 압류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회장의 행위에 추가로 적용될 수 있는 미국의 법 규정과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입니다.

미 국방정보국(DIA) 출신으로 북한의 제재 회피 활동을 추적해온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2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사법체계가 김 전 회장에 대한 처벌을 확실히 한다면 미국 사법체계가 이중으로 작동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South Korea obviously is not Singapore, Malaysia, I mean we know that South Korea is going to throw this guy to prison right? if he gets found guilty. So, the laws in South Korea are different, they're stricter than in places like Singapore for example, where these guys can get away with some stuff because the laws are designed to have loopholes. So, I would say it's more likely the US is going to be perfectly happy with watching the ROK government prosecute him for violation of U.N. sanctions because they can do that too.”

벡톨 교수는 “한국은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와는 다르다”라며 “우리는 김 전 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한국이 그를 감옥에 넣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한국의 법은 법에 허점이 있는 싱가포르와 같은 나라보다는 더 엄격하다”면서 “미국은 유엔 제재 위반으로 한국이 김 전 회장을 기소하는 데 대해 만족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각국의 유엔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이번 사안과 관련한 VOA의 논평 요청에 “김 전 회장의 체포와 관련해 전혀 언급할 내용이 없다”면서 “(곧 공개를 앞둔) 다음 전문가패널 보고서에도 이 사안은 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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