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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유튜브 가짜정보·왜곡 가득…주민은 없어, 심리전 대응 제재 필요”


지난해 1월 개설된 유튜브 'Sally Parks [송아 SongA 채널]' 영상 캡쳐.
지난해 1월 개설된 유튜브 'Sally Parks [송아 SongA 채널]' 영상 캡쳐.

미국 정부가 경제뿐 아니라 유튜브 등을 통한 북한의 가짜정보와 심리전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다양한 나라에 사는 탈북민들이 말했습니다. 미국의 한 전문가는 북한 당국이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긍정적 이미지를 선전하려고 시도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세계 최대의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인 유튜브에는 일부 평양 유튜버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작년 1월과 6월에 각각 개설된 Sally Parks [송아 SongA 채널]와 ‘Olivia Natasha- YuMi Space DPRK daily’(유미의 공간)이 대표적인데, 주인공인 두 소녀가 모두 멋진 옷을 입고 요가와 실내 암벽등반, 수영 등을 하며 자신의 일상을 영어로 소개합니다.

개인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체제 선전도 빠지지 않습니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송아 양은 조부모가 평양 송화거리에 새로 건설된 1만 가구 살림집에 무상으로 입주했다고 소개하며 환한 불빛으로 둘러싸인 고층 아파트 단지를 영상을 통해 보여줍니다.

[녹취: Sally Parks 채널] “This year, ten thousands new houses were built in Song Hwa street and my grandparents on my dad’s side moved there into a new house which is for free.”

또 ‘트위터’에는 북한 소녀의 얼굴을 내건 ‘paramasivam’이란 이름의 계정이 활발히 활동 중인데, 올해 평양의 새해 경축공연 등을 촬영한 동영상 등 평양의 최신 모습을 보여주는 게 특징입니다.

평양 출신 탈북민들은 17일 VOA에 북한 당국의 허가 없이는 이런 채널 자체가 개설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겉은 개인으로 보이지만 모두 북한 당국이 국내 혹은 해외 IT 파견 일군들을 통해 운영하는 것이 확실하다는 설명입니다.

북한 통일전선부 101 대남문화연락소에서 활동하다 탈북해 한국에서 작가로 활동 중인 장진성 씨는 이런 배경을 지적하며 북한이 기존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한 대외 선전에 한계를 느끼고 플랫폼을 다양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진성 작가] “북한은 국가 자체가 이념 시스템, 선전선동국가이니까 이것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에 대해 굉장히 유연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기네 조선중앙통신이란 틀거리를 과감하게 벗어나서 유튜브나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대외적인 인지도 있는 것들을 역이용해서 자기네 체제를 선전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죠.”

장 씨는 그러나 북한의 대외 선전에 정작 “북한 주민은 없고 기만으로 가득 차 있다”면서 외국인들이 이를 자주 접하게 되면 북한을 정상국가로 여길 위험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장진성 작가] “우려하는 부분이 많죠. 왜냐하면 북한이 보여주는 것은 가공된 북한이잖아요.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왜곡된 모습. 괴벨스도 얘기하지 않았어요 100번 거짓말하면 믿게 된다고. 진짜 수령 시스템에 대한 이해 없이 북한의 단순한 선전 모습만 보게 되면 그 수령 시스템에서 사는 북한 주민들은 보지 못한다는 거죠.”

평양외대 출신으로 해외 북한식당 지배인으로 활동했던 허강일 씨는 북한의 유튜브 활용은 “코로나와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건재하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역설적으로 유튜브 등 소셜 네트워크가 북한 정권의 선전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경제뿐 아니라 이런 심리전에도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허강일 씨] “일반 주민은 이런 삶을 꿈도 못 꿔요. 북한에서 저렇게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진짜 1% 특권 상류층만 살 수 있지 일반은 엄두도 못 내거든요. 저게 다 북한 국민을 기만하고 해외에는 북한이 변한 것처럼 쇼하고 눈막이하는 전술인데, 이것이 다 북한 정권의 심리전입니다. 가짜를 진짜처럼 만드는. 그것을 다 봉쇄해야 합니다. 인터넷은 북한 정보기관밖에 못 만든다. 그러면 유튜브가 북한 정보기관의 선전도구로 활용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유튜브가 대응 안 하면 국무부가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평양 유튜브가 보여주는 일상은 유엔 기구들이 지난해 다양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 주민의 40% 이상이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주민 통제 등 인권 상황은 더 악화됐다고 우려한 평가와는 상반되는 것입니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 측은 앞서 VOA에 구체적 설명 없이 “서비스 약관 위반”을 이유로 여러 북한 계정을 폐쇄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유튜브는 적용 가능한 모든 제재와 무역 관련 법 규정을 따른다”면서 법적으로 “규제된 기관들이 제작하거나 게시한 콘텐츠”에 관한 조치는 제재와 무역 관련 법 규정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었습니다.

VOA는 17일 구글 측에 탈북민들의 이런 지적에 대한 입장과 계정 폐쇄 여부에 대해 질의했지만 이날 저녁까지 답장을 받지 못했습니다.

영국에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박지현 씨는 평양 유튜버 동영상 조회수가 많고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도 적지 않다며 국제사회의 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박 씨는 특히 “장애인을 우대하고 인간을 중시하는 듯한 사진과 영상으로 북한 주민과 세상을 모두 기만하는 모습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영어로 말하고 장애인이 결혼하고 이것은 휴머니티잖아요. 그런 식으로 북한에 사랑이 넘치고 휴머니티가 넘치는 나라라는 것을 다르게 묘사하는 것이죠. 또 트위터에 좋아요 누르고 많이 홍보되고 있잖아요. 그래서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아쉬운 것은 우리 탈북민들이 많이 영어가 안 되니까 우리 약점을 이용한 것 같기도 하고.”

실제로 송아가 주인공인 유튜브 채널은 17일 현재 구독자가 거의 2만 명, 첫 동영상은 조회수가 38만 명, 10만이 넘는 동영상도 여러 건에 달합니다.

박지현 씨는 북한의 이런 유튜브와 트위터 선전을 계기로 오히려 주민들의 눈과 귀를 막아 정권을 유지하는 북한 정권의 위선을 주민들에게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IT에 정통한 미국 내 한 탈북민 K씨는 “시대 변화에 북한도 순응하는 것”이라며 “이런 선전선동을 하지 않으면 그것으로 유지하는 정부의 존재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탈북민은 또 과거에는 방송과 잡지를 통해 대외 선전을 했지만 최근에는 자금이 부족해 인터넷을 적극 활용한다며, 평양 시민 입장에서 보면 이런 상황이 새삼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K씨] “그냥 그러려니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저희는 어릴 때 공부할 때부터 책과 현실이 항상 달랐습니다. 같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유튜브의 영상과 주민들의 현실이 너무 다르지 않냐고 따지면 우린 항상 그래왔는데 무슨 소리냐 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여기 미국은 대학에서 배운 것을 갖고 졸업해서 회사 취직해서 먹고 사는데, 북한은 대학에서 배운 것을 써먹으려고 하는 순간 바보 취급받습니다. 선전선동과 현실이 같다는 바보, 현실과 이상을 구분 못 하면 바보 취급받는 거죠. 선전선동과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스팀슨센터의 마틴 윌리엄스 연구원은 북한이 유튜브 등을 계속 활용하는 이유를 서방과 아시아 등 외부 사람들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의도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윌리엄스 연구원] “the reason they're doing this is that they're trying to put a positive image of the country in front of people outside of North Korea, both in the west and also across Asia and China. So I think that's what they're doing is they're trying to improve the foreign image. Having said that, I don't think they do it very successfully… I think they just trying to put a positive image on North Korea.”

윌리엄스 연구원은 그러나 북한의 이런 노력이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스타일이 경직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일상을 촬영해 올리는 브이로그(v-log) 방식으로 젊은 여성을 통해 좀 더 진정성 있게 보이려고 시도하지만 자연스럽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윌리엄스 연구원은 또 일부를 제외하면 조회수도 그다지 높지 않다며 대외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장진성 작가는 “북한 정부가 보여주려는 평양의 화려한 모습도 주민들이 고난의 행군 이후 스스로 생존하며 북한을 시장화로 만든 덕분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독재 속에서 안간힘을 다해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 그리고 주민들을 우민화하고 감성으로 지배하는 잔혹한 시스템을 바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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