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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위성, 김정은 집무실도 고화질 포착…정찰위성 없어도 ‘민감 시설’ 한 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무실로 알려진 노동당 1호 청사를 촬영한 위성사진. 지하시설로 연결되는 터널 입구(화살표)가 보인다. 사진=Maxar Technologies (via Google Earth)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무실로 알려진 노동당 1호 청사를 촬영한 위성사진. 지하시설로 연결되는 터널 입구(화살표)가 보인다. 사진=Maxar Technologies (via Google Earth)

북한이 최근 ‘정찰위성 시험품’으로 촬영한 서울과 인천 일대 사진을 공개했지만, 민간 위성사진에는 평양 곳곳의 주요 시설은 물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무실과 관저까지 선명히 포착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굳이 정찰위성을 띄우지 않아도 북한 지도자가 오가는 민감한 동선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는 건데, 얼마나 자세히 내려다볼 수 있는지 함지하 기자가 소개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무실로 알려진 ‘노동당 1호’ 청사.

‘구글 어스’ 위성 사진엔 사각형 모양의 건물 3개가 연결된 청사 형태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경비가 삼엄해 약 600m 떨어진 곳에서부터 최소 3개의 경비 초소를 지나야 1호 청사에 다다르게 되는 ‘접근 경로’도 쉽게 그려볼 수 있습니다.

또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촬영한 이 일대 사진 수십 장까지 공개돼 지난 23년간 이곳의 변화도 세세히 관측할 수 있습니다.

사진의 선명도는 부지 내 가로등까지 식별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말 ‘정찰위성 시험품’에서 촬영했다며 한국 대통령 집무실 주변을 비롯해 서울 도심과 인천항의 사진을 공개했지만 정작 북한 지도자의 집무실은 굳이 정찰위성을 따로 띄우지 않아도 이처럼 상업용 위성을 통해 상세히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북한과의 무력 충돌 시 성능이 훨씬 우수한 정찰 자산을 지닌 미국과 한국은 그동안 정밀하게 확인되고 분석된 북한 지도부의 동선을 즉시 겨냥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국내에서는 접근이 엄격히 통제되지만 공중에서는 누구나 손쉽게 관찰할 수 있는 노동당 1호 청사는 지난 5년간 크고 작은 공사를 거치며 현재의 모습을 갖췄습니다.

2017년까지만 해도 청사 주건물은 가운데가 비어 있는 형태였지만, 이듬해 중심 부위에 지붕이 덮이면서 하나의 온전한 건물이 됐습니다.

주 건물과 서쪽에 붙어있는 건물도 기존엔 양옆 통로만이 연결돼 있었지만 지금은 통로 부분에 지붕이 씌워진 모습입니다.

특히 주 건물 남쪽에 붙어 있는 정사각형 건물 바로 옆 도로에선 2020년 9월과 2021년 3월 포장 공사가 진행됐는데, 멀쩡한 도로에서 두 차례나 공사가 이뤄져 주목됩니다.

노동당 청사의 남쪽 건물 바로 앞에는 터널 입구가 보입니다. 외형만으론 어떤 용도인지 파악할 수 없지만 긴급 상황을 대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터널 입구 바로 윗부분엔 정원이 조성돼 있는데, 정원을 따라 남쪽으로 약 100m 떨어진 곳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거주지로 알려진 ‘15호 관저’까지 선명히 포착됩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주거시설로 알려진 15호 관저. 1. 관저와 지하시설을 연결하는 건물 2. 관저 3. 관저 입구 4. 또 다른 지하시설 연결 통로. 사진=Maxar Technologies (via Google Earth)
김정은 위원장의 주거시설로 알려진 15호 관저. 1. 관저와 지하시설을 연결하는 건물 2. 관저 3. 관저 입구 4. 또 다른 지하시설 연결 통로. 사진=Maxar Technologies (via Google Earth)

김 위원장의 실제 거주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높게 둘러쳐진 담을 볼 때 평범한 주택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관저의 북쪽 끝부분은 직사각형 모양의 건물로 연결되고 이 건물은 바로 앞 정원의 아랫부분과 맞닿아 있습니다. 정원 아래 또 다른 지하 시설이 있다는 의미로, 이 건물이 관저와 지하 시설의 연결 통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관저의 남서쪽 지대에는 두께가 1.8m에 이르는 외벽 두 개가 가운데 빈 곳을 두고 서 있습니다. 외벽 속에 문이 감춰져 있다면 이곳은 관저 입구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입구에서 바깥쪽으로 약 50m 떨어진 곳엔 또 다른 터널 입구가 뚫려 있습니다. 차량이 왕복 통행하기에 충분한 폭 6m가량의 터널입니다.

현재 평양에선 대형 주택과 그 옆으로 난 터널 입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모두 김정은 위원장이나 다른 고위 관리의 관저로 추정되는 곳들입니다.

이처럼 상업용 위성 사진의 화질이 최근 몇 년간 크게 개선되고 일반인들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북한의 주요 시설은 더 이상 ‘접근 금지’ 구역으로 보호되지 못하게 됐습니다.

마찬가지로 서울 용산의 한국 대통령 집무실이나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도 위성사진을 통해 어렵지 않게 관측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정찰 위성을 개발한다면 민간 인공위성 기술을 훨씬 능가해야 비용 효과 면에서 ‘실용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위성사진 분석가인 닉 한센 미 스탠포드대 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1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개발 중인 ‘정찰위성’은 미국의 민간 위성 기술 수준을 뛰어넘기도 쉽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한센 연구원] “The first step they have is to get something in orbit that'll take a picture because they launched two satellites that got into orbit, they launched they tried to launch quite a few more that failed. The booster failed. But the satellite themselves, once they achieved orbit, the best of my knowledge failed.”

한센 연구원은 “우주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먼저 무언가 궤도에 올려야 한다”면서 “북한은 (과거) 2개의 위성을 궤도에 올렸고 이후 몇 개를 더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미 궤도에 오른 2개의 위성도 결국 실패한 것으로 안다”며 정찰위성 개발이 북한에 길고 어려운 여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센 연구원은 “위성을 궤도에 올린다 해도 장착된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찍는 건 별개의 문제”라며 다른 우주 강국들도 여러 차례 실패를 거쳐 확보한 기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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