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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무인기 도발은 한국 대비태세 시험·사회 불안 조장 의도”


지난 1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정찰위성으로 촬영된 서울 사진.
지난 1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정찰위성으로 촬영된 서울 사진.

북한이 5년만에 드론 즉 무인기로 한국 영공을 침범한 도발은 한국 군 대응태세를 시험하면서 한국사회 불안을 부추기기 위한 위협 행위라는 분석입니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도발에 그치지 않고 주체가 불분명한 도발 방식들을 섞어 쓰면서 한반도 긴장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26일 드론 즉 무인기 5대를 동원, 대낮에 한국의 김포와 강화도 외에 서울 영공까지 5시간 넘게 침범해 비행하는 초유의 도발을 벌였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도발이 한국 군 대응태세를 시험하는 동시에 북한 재래식 무기들에 대해 낮은 평가를 하고 있던 한국의 의표를 찌른 행동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남북한이 최근 군 정찰자산 수준을 놓고 기싸움을 벌여 온 연장선상에서 북한 측이 이번엔 무인기를 동원해 한국사회를 위협하면서 동시에 무인기 성능 실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18일 정찰위성을 발사한 후 서울 도심과 인천 일대를 찍은 위성사진을 공개했습니다.

한국 측에서 사진 화질이 ‘조악하다’는 평가가 나오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0일 “누가 일회성 시험에 값비싼 고분해능 촬영기를 설치하고 시험을 하겠나”라며 비난 담화를 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에 자체 위성으로 평양 김일성광장 사진을 찍은 고해상도 사진을 공개했고 북한은 이에 자극을 받은 듯 23일 신형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바 있습니다.

홍민 실장입니다.

[녹취: 홍민 실장] “굉장히 첨단화돼 있는 무기체계를 갖고 있다고 한국이 하지만 결국 이렇게 저고도로 날아오는 무인 정찰기조차도 막지 못하는구나라는 일종의 공간적 허점을 노리고 자신의 정찰 능력이 또 다종화돼 있다라는 공세적 능력 과시를 한 게 아닌가 보여지고요.”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차두현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의도는 과거 목함지뢰처럼 전통적인 도발로도 그리고 낙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현재의 기술수준으로도 한국을 위협할 수 있음을 과시하려는 데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이와 함께 북한의 이번 도발이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쌍방이 무인기 효과를 보고 있는 데서 자극을 받았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무인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한 것은 2017년 이후 5년 만의 일입니다.

한국 군에 따르면 북한은 300대에서 많게는 1천 대까지 무인기를 개발해 운용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의 무인기 전력은 주로 대남 정보 파악과 감시, 정찰을 목적으로 하지만 군사적 도발이나 테러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무인기에 화학 또는 생물학 무기를 실어 테러를 감행하거나 국지도발에 악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 군 당국이 지난 2014년 한국 내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 3대를 복원해 비행시험을 했을 땐 3∼4㎏ 무게의 폭탄도 장착할 수 없고 400∼900g 정도의 수류탄 1개를 겨우 달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북한은 그로부터 3년 뒤인 2017년 6월엔 경북 성주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기지까지 무인기를 날려 보내 기지 시설을 촬영하면서 향상된 비행 성능을 보여줬습니다.

북한은 시리아로 추정되는 중동 국가에서 미국산 고속표적기인 ‘MQM-107D’(스트리커) 여러 대를 도입해 이를 토대로 무인공격기를 개발했고 목표물을 직접 타격하는 자폭형 무인기도 개발해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의 이번 무인기는 과거 한국에 추락했던, 중국산 상용 무인기 수준의 저열한 북한 무인기들과 비슷한 기종으로 보인다면서도 북한이 고성능의 무인기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이 작년 국방과학발전전람회에서 수직이착륙 무인기라든지 한국 군이 갖고 있는 송골매 무인기와 유사하게 광학카메라를 장착한 무인기까지 공개했거든요. 북한도 나름대로 무인기에 대한 기술을 갖춰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북한이 이번 무인기 도발을 계기로 도발 양상을 한층 다양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한은 올해 수십 차례의 전례없는 빈도와 규모의 도발을 단행했지만 주로 탄도미사일 발사와 같은, 신형 무기체계를 공개적으로 과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는 북한은 윤석열 한국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 동력을 떨어뜨리고 미한일 공조를 약화시키기 위해 한반도의 긴장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런 긴장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은 나름대로 내세울 명분이 있을 땐 탄도미사일 발사 같은 노골적인 도발을 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땐 과거 천안함 폭침 사건 같은 주체가 불분명하면서도 한국사회에 불안을 퍼뜨릴 수 있는 방식의 도발을 섞어 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군사적 긴장을 높여야 되는데 나름대로의 어떤 국제사회가 인정할만한 정당성을 가지는 도발 명분이 없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누가 도발했는지 불분명한, 실체가 불분명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군사적 긴장은 쫙 높아지는 거잖아요.”

김 교수는 그런 차원에서 북한이 무인기 도발에 이어 한국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의 심각성을 고려했을 때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입니다.

[녹취: 김태우 원장] “이번에 드론 사건은 9.19 군사합의를 어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정전협정도 어긴 거에요. 나를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건드리면 반드시 응징한다는 것, 그런데 대한민국은 그것을 안 해서 북한이 얕잡아 보는 측면이 굉장히 많아요.”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북한 무인기 도발과 관련해 27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을 감시 정찰할 드론부대 창설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드론부대 설치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며 “최첨단으로 드론을 스텔스화 해서 감시 정찰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 강신철 작전본부장은 이날 ‘입장’을 내고 영공을 침범한 무인기를 격추시키지 못한 데 대해 국민들에게 송구하다고 밝혔습니다.

강 본부장은 “군은 적 무인기의 도발에 대비해 각급 부대별 탐지와 타격자산 운용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탐지자산은 초기부터 무인기를 탐지할 수 있도록 적극 운용하며 타격자산을 공세적으로 투입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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