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전직 북한주재 영국 대사 “북한 막말, 인권존중 결여 보여줘”


지난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 강원도 진부역에 도착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지난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 강원도 진부역에 도착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등 북한 고위 관리들의 막말은 부족한 인권 존중 의식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전직 북한 주재 영국 대사가 말했습니다. 공개적으로 폭언을 퍼붓는 북한의 메시지 전달 방식은 급진적인 일부 아랍 국가들과 닮았다고도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2015년부터 4년 동안 북한 주재 영국 대사를 지낸 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조정관으로 활동한 앨러스테어 모건 전 대사는 21일 VOA에 김여정 부부장의 최근 막말 담화는 “북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모건 전 대사는 “북한은 종종 외국 정치 지도자들과 다른 사람들을 언급할 때 관습적인 규범에서 벗어난다”며 이같이 지적했습니다.

[모건 전 대사] “The DPRK often depart from conventional norms in referring to foreign political leaders and others. You are correct that this can reflect negatively on the DPRK. In my view, it does so most emphatically when in their defence of the DPRK from criticism of the appalling human rights record, they refer to defectors or escapees as ‘human scum’. In using such terms, they in fact confirm their lack of respect for human rights.”

대표적인 사례로는 “끔찍한 인권 기록에 대한 (외부의) 비판으로부터 북한을 방어하면서 탈북민을 '인간쓰레기'라고 지칭할 때”를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막말)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사실상 인권 존중 의식의 결여를 확인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앨리스테어 모건 전 북한주재 영국 대사.
앨리스테어 모건 전 북한주재 영국 대사.

김여정 부부장은 앞서 20일 담화를 통해 북한의 정찰위성 개발을 혹평한 한국에 대해 ‘개 짖는 소리’, ‘개나발’, 지난달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천치바보’, “인간 자체가 싦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미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VOA에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이런 막말과 욕설은 북한의 국격만 실추시키고 남북 관계 등 누구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모건 전 대사는 북한의 이런 막말이 국제 외교적 관행과 거리가 있다면서도 반드시 북한만 그러는 것은 아니며, 또 과거 사례를 보면 대화에 항상 걸림돌이라고도 단정하기 힘들다는 견해를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2017년 김정은 위원장이 개인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을 “늙다리미치광이”라고 비난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리틀로켓맨”이라고 부르면서 양측이 ‘불바다’와 ‘화염과 분노’ 위협을 가했던 예를 들었습니다.

당시 이런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만 북한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막말 설전이 이후 미북 정상회담을 막지는 못했다는 것입니다.

[모건 전 대사] “It is, as you say, more conventional to use restrained language in diplomatic exchanges, including at the leadership level, and there is an assumption that diplomatic niceties facilitate communication for productive ends. The exchanges between the DPRK and President Trump did not, however, prevent the subsequent summit diplomacy”

모건 전 대사는 “지도부급을 포함해 외교 교류에서는 절제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관례적이며, 외교적 수사가 생산적 결과를 위한 소통을 더 용이하게 한다는 가정이 있다”고 전제하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아울러 “세계 지도자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 구속력 있는 국제 관습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북한만이 다른 지도자들을 욕하고 모욕하는 것도 아니란 점을 지적했습니다.

[모건 전 대사] “I don’t believe there is a binding global convention on the language to be used by world leaders…The DPRK is not alone in its use of abuse and insult of other leaders. It is also a practice in certain radical Islamic states.”

모건 전 대사는 이런 욕설과 모욕은 일부 급진적인 이슬람 국가들에서도 관행이라며 북한만 예외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