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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한 잇단 포격, 윤석열 정부 시험 의도… 맞대응보다 대비태세 유지가 중요”


지난 10월 북한이 전선장거리포병부대 사격 훈련을 했다며 공개한 사진.
지난 10월 북한이 전선장거리포병부대 사격 훈련을 했다며 공개한 사진.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해상완충구역을 향한 북한의 잇단 포 사격을 미한 연합훈련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윤석열 정부를 시험해보려는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맞대응보다는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미한정책국장은 6일 VOA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5일과 6일 이틀 연속으로 동해상과 서해상의 해상완충구역에 포 사격을 가한 것에는 한국의 윤석열 정부를 시험해보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스콧 스나이더 CFR 미한정책국장] “I do believe that these actions as they escalate or to the extent that they escalate, are in part a test for the Yoon administration to determine how and when and under what circumstances the administration is willing to respond in the event of a possible conflicts.”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이런 행동들은 만약 충돌이 발생할 경우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언제,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대응할 의지를 보일 것인지 시험해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이 자국의 군사훈련 중단 계획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미국과 한국에만 군사훈련을 중단하라고 요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합참에 따르면 앞서 북한은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설정된 동·서해상의 완충구역에 방사포탄 등을 5일 130여발, 6일 90여발 각각 쏘았습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5일 “적측 남강원도 철원군 이평리 방향에서 방사포탄으로 추정되는 발사체 수십 발이 동남 방향으로 발사되는 적정이 제기되었다”면서 방사포 포격의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적측은 전선 근접지대에서 도발적인 군사행동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는 북한의 이 같은 행동을 미한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 “They're trying to demonstrate that they're not going to be pushed around by the US and South Korea. Because remember, the exercises were cancelled by Trump, as an attempt to get the North Koreans to give up their nuclear program, but they didn't do it. And then Biden came in, he rescheduled the exercises.”

북한이 미국과 한국으로부터 밀리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는 겁니다.

코브 전 차관보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미한 연합훈련들을 취소했다며, 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훈련들을 재개했다고 말했습니다.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잇단 도발을 미한 동맹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려는 행동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They're trying to ratchet up tensions, conduct provocations, use increased threats and rhetoric to drive the Alliance into making concessions on the sanctions.”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도발을 감행하며 증강된 위협과 수사를 이용해 미한 동맹으로부터 제재에 대한 양보를 얻어내려 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울러 북한은 미한 연합훈련을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핑계거리로 삼고 있다고 맥스웰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We conduct training year round at Cheolwon valley at the firing ranges. We conduct live fire drills there we always have, we always will. It's important to maintain readiness, but they choose to highlight that and to provide the excuse for their actions.”

맥스웰 연구원은 “우리는 철원의 포격 훈련장에서 1년 내내 훈련하고 항상 실탄을 쏘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이클 매든 스팀슨센터 연구원도 북한이 북한이 연말 7차 핵실험을 염두에 두고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녹취: 마이클 매든 스팀슨센터 연구원] “So maybe we're looking at the seventh nuclear test. We might look to the anniversary of the death of Kim Jong Il, which is coming up in about two weeks.”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약 2주 후 다가올 김정일의 기일(17일)로 보고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 총참모부 대변인은 6일 포격 후 “계속되는 적들의 도발적 행동에 분명코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오늘과 내일이 또 다르게 더욱 공세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며 향후 긴장 고조를 위협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이 공세를 언급하면서도 의도적으로 불분명하게 여지를 남겨둔 점을 지적하며, 이는 위기가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콧 스나이더 CFR 미한정책국장] “If they actually lay out a concrete bar in terms of particular behavior, and things don't work out, then they look powerless. And so I think a lot of this is about in trying to create a crisis, but also to control the narrative and also actually to maintain control over escalation. So things don't work out unfavorably for the North Koreans.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이 실제로 특정 행동에 관해 구체적 기준을 제시했다가 일이 안 풀리면 무력해 보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위기를 창조하는 동시에 자국에 불리하게 상황이 돌아가지 않도록 서사를 통제해 사실상 긴장 고조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려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는 잇따른 도발 와중에 실수나 오판이 일어날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 “It could mean firing more missiles, getting closer to Japan, getting closer to South Korea. The real problem here is that if they keep doing this conducting these exercises, you're liable to make a mistake, and this missile could end up in the wrong place.”

코브 전 차관보는 북한의 경고가 곧 일본이나 한국에 더 가까이, 더 많은 미사일을 쏠 것이란 의미일 수 있다며, 진짜 문제는 북한이 계속 이런 시험 발사 등을 하다가 실수를 저질러 미사일이 정말 잘못된 곳에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 포격 도발에 맞서 미한 동맹이 맞대응을 하기보다는 예정대로 훈련을 진행하고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스콧 스나이더 CFR 미한정책국장] “US and South Korea needs to continue to be prepared to respond in the event of a North Korean escalation. But I think that's a low level irritation and it's not worthy of any kind of significant response.”

스나이더 국장은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긴장 고조에 대응할 준비를 지속해야 하지만 의미있는 대응을 할 수준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매든 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즉각 북한이 9.19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한 점을 지적한 것은 북한 측 의도에 말려들지 않은 올바른 대응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마이클 매든 스팀슨센터 연구원] “South Korea, by calling out the violations of that agreement, is sort of showing its restraint and showing that they're not going to get into sort of an escalation process. I would also highlight that the North Koreans had kind of pulled away from the military agreement.”

한국은 북한의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을 지적함으로써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겠다는 자제력을 보여줬다는 것입니다.

매든 연구원은 다만 북한이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인 동계 군사훈련 기간에 돌입했다며 향후 군사분계선 근처에서 국지적인 도발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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