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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우크라이나 동부전선 대패" 젤렌스키 연설...미국 중간선거 겨냥 러 연계 '여론 조작' 활개


우크라이나군 포병이 지난달 28일 헤르손 전선에서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사격하고 있다. (자료사진)
우크라이나군 포병이 지난달 28일 헤르손 전선에서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사격하고 있다. (자료사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인 도네츠크 전선에서 대패했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6일 주장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영상 연설을 통해 "도네츠크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격렬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며 "적은 그곳에서의 심각한 패배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가) 우리 기반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반복해야 할 가능성에 대비해 병력과 수단을 집중하고 있다"며 "첫 번째 목표물은 에너지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서 드니프로강에 정박한 민간 선박들에 대규모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러시아군이 수세에 몰리면서 드니프로강 서안 헤르손 시 등에서 철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바 있습니다. 이 지역을 병합한 러시아 당국은 지역 주민들에 대피령을 내린 상태입니다.

현지 친러 행정당국인 헤르손 주 군-민합동행정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시민들을 러시아 본토 등으로 이동시키기 시작했고, 같은 달 31일 대피령 적용 범위를 드니프로강에서 약 15km 이내에 위치한 지역으로 확대했습니다.

지난 2일에는 주민 최대 7만명이 오는 6일부터 러시아 본토나 헤르손 남부 지역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러시아 연계 봇·트롤 '여론 조작'

이런 가운데, 오는 8일 실시되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러시아 비밀정보 기관이 여론조작을 시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레코디드퓨처', '그래피카', '맨디언트' 등 미국 사이버보안 업체들은 러시아 조직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와 연계된 봇(bot·자동으로 게시물을 올리는 계정)과 트롤(troll·사이버 여론조작 계정)을 다수 확인했습니다.

팔로워 8천명이 넘는 노라 베르카(Nora Berka)라는 아이디 계정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소셜미디어 '갭(gab.com)'에 1년 만에 재등장한 이 계정에는 미국 서민들이 생활필수품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와중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미국민들의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내용 등이 줄줄이 올라왔습니다.

이같은 메시지들은 대부분 가짜뉴스를 근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저명한 민주당 인사들을 폄하하면서, 외설적인 내용도 담았습니다.

이 계정은 흑인인 조지아주 출신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을 겨냥해 인종차별적 공격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오하이주에서 팀 라이언 연방 상원의원 후보가 당선되면 마약 밀매업자들을 석방할 것이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렸습니다.

■ 우크라이나 지원 부당성 주장

아울러 우크라이나 지원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보수 유권자의 분노를 자극하는 게시물도 올렸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비키니 차림으로 폴댄스를 추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뿌린 달러 세례를 받는 모습의 합성사진을 올리며 "미국 노동자 계급은 식료품, 가스, 분유값 때문에 고통받는데 바이든(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137억달러를 더 지원하고 싶어한다"고 적었습니다.

이같은 행위는 미국 선거제도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정부의 광범위한 무기 지원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는 해설했습니다.

전 미 국방부 정보 운영 관리자이자 보안업체 '프로비던스 컨설팅' 소속인 알렉스 플라티스 분석가는 "그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끊으려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활동하고 있다"고 이 신문에 밝혔습니다.

■ 미, 개량 T-72 전차·호크 미사일 공급

지난 4일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4억 달러 규모의 추가 군수 지원을 진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추가 지원에는 개량 T-72 전차와 '호크(HAWK)'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이 처음으로 포함됐습니다.

사브리나 싱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 전차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발전된 전차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이전과 군사 훈련을 감독할 안보 지원 본부를 독일에 설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T-72 전차 지원은 네덜란드·체코와 3국 협력을 통해 진행됩니다. 체코 방산업계가 보유하고 있는 90대를 대상으로, 미국과 네덜란드가 절반씩 자금을 대서 개량한 뒤 우크라이나에 보낸다는 계획입니다.

물량 일부는 이르면 다음 달 우크라이나에 도착합니다. 나머지는 내년까지 인도를 완료할 예정입니다.

호크 방공 미사일은 요격 거리가 30~50km에 이릅니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아 사용 중인 휴대용 미사일 체계인 '스팅어'의 요격 거리 5km보다 훨씬 깁니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전력·수자원 등 주요 기반시설을 드론과 미사일로 집중 폭격하면서 우크라이나는 대공 무기 지원을 긴급 요청해왔습니다.

이번 지원안 발표 직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영토 해방을 도울 수 있는 전차와 4억 달러 규모 추가 지원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미국인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규모는 총액 189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 러시아, 과거 대선에도 개입

러시아는 지난 2016년과 2020년 미국 대선에도 여론조작 등 방식으로 개입한 것으로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결과 드러난 바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사업가가 자금을 댄 IRA는 2016년과 2020년 미국 대선 당시에도 가짜뉴스 등을 퍼나르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도우려 했다가 미 당국에 적발됐습니다.

이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이 가짜뉴스와 부정확한 정보 등에 단속을 강화하자, 친러 계정들은 갭, 팔러, 게터 등 보수층이 주로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활동무대를 옮기고 있습니다.

레코디드퓨처의 브라이언 리스턴 수석 정보 분석가는 "갭과 팔러, 게터 등을 활용하는 보수적 성향의 유권자들은 음모론적 주장에 대한 수용도가 훨씬 더 강하다"며 "적극적인 투표층인 이들 유권자들이 친러 주장을 재생산하면서 전체 표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뉴욕타임스에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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