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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9.19 합의 위반 포 사격 등 무차별 도발...한국 "합의 유지 북한에 달렸다" 경고


북한군이 지난 6일 모처에서 포병 사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0일 공개한 장면. (자료사진)
북한군이 지난 6일 모처에서 포병 사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0일 공개한 장면. (자료사진)

북한이 한국과의 9.19 군사 합의를 위반한 포 사격을 포함해 군용기 위협비행, 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차별 심야 도발을 벌였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에 엄중 경고하는 성명을 내고 9.19 군사 합의 유지 여부는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14일(한반도 시각) 오전 1시 20분께부터 1시 25분께까지 북한 황해도 마장동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발사한 130여 발의 포병 사격과 2시 57분께부터 3시 7분께까지 강원도 구읍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40여 발의 포병 사격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영해에 관측된 낙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탄착 지점이 9.19 합의에 따른 북방한계선, NLL 북방의 동해와 서해 해상완충구역 안쪽이었습니다.이 구역 내 해상 사격을 금지한 9.19 군사 합의를 북한이 위반한 겁니다.

한국 군이 북한의 9.19 합의 위반으로 규정한 사례는 이번이 3번째로, 2019년 11월 창린도 방어부대의 해안포 사격과 2020년 5월 중부전선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에 대한 총격 이후 2년 5개월 만입니다.

북한은 이에 앞서 전날인 13일 밤 10시 30분께부터 14일 새벽 0시 20분께까지 군용기 10여 대를 동원해 한국 군이 유사시를 대비해 북한 상공에 설정한 전술조치선(TAL) 이남까지 내려와 위협비행을 했습니다.

군용기들은 특히 전술조치선 이남 서부 내륙지역에서 9.19 합의에 따라 설정한 비행금지구역 북방 5㎞ 인근까지, 동부 내륙지역에서는 비행금지구역 북방 7㎞까지 접근했습니다. 서해 지역에서도 NLL 북방 12㎞까지 접근해 위협비행을 하다가 북상했습니다.

이에 한국 공군은 F-35A를 포함한 우세한 공중전력을 긴급 출격시켜 대응했습니다.

북한 군용기가 서부와 동부 지역 비행금지구역 북방 5~7㎞까지 근접비행한 것은 2018년 9.19 군사 합의 채택 이후 처음입니다.

북한은 이어 14일 오전 1시 49분께는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1발을 발사하기도 했습니다.

미사일은 비행거리는 700여㎞, 고도는 50여㎞, 속도는 약 마하 6으로 탐지됐고 세부 제원은 미한 정보당국이 분석 중입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미사일 도발 직후인 오전 2시 17분께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도발의 책임을 한국 측에 돌렸습니다.

총참모부는 대변인 명의 '발표'에서 “전선 적정에 의하면 13일 북한 군 제5군단 전방지역에서 한국 군이 무려 10여 시간에 걸쳐 포사격을 감행했다”며 “한국 군부가 전선지역에서 감행한 도발적 행동에 강력한 대응군사행동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합참은 북한의 동시다발적 도발에 대해 엄중 경고하고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합참은 “북한이 한국 측이 지상 완충구역 밖에서 실시한 정당한 사격훈련을 근거 없이 비난하며 도발을 감행했다”고 반박했습니다.

강호필 합참 작전부장입니다.

[녹취: 강호필 작전부장] “이번 북한의 동·서해 해상완충구역 내에서의 포병 사격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각각 9·19 군사 합의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심각한 도발 행위이다."

한국 국방부는 또 북한의 이번 도발에 항의하는 취지의 전통문을 북한에 발송했습니다.

국방부는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북한 군의 이번 방사포 사격이 9.19 군사 합의 위반임을 지적하고 합의 준수와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내용으로 장성급 군사회담 수석대표 명의의 대북 전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방사포 발사가 “남북 9.19 합의 위반이 맞다”며 “하나 하나 다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물리적인 이런 도발에는 반드시 정치공세와 대남 적화통일을 위한 사회적 공세가 따른다”며 “국민들이 확고한 대적관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헌법 수호 정신을 확실하게 갖는 것이 안보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노골적인 도발에 9.19 군사 합의 유지 여부가 기로에 섰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 대통령실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9.19 군사 합의 존치 여부를 검토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군사 합의를 위반한 것은 북한이고, 따라서 합의가 계속 유지될 것이냐, 파기될 것이냐는 북한 태도에 결국 달려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지금껏 남북 간 맺어진 합의와 협약에 대해 한국 정부는 존중한다는 입장”이라며 “당연히 북한도 합의와 협약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9.19 군사 합의는 문재인 전임 정부 시절인 2018년 9월 19일 발표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접적지역에서의 군사적 우발 충돌 방지를 목적으로 체결됐습니다.

합의는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비행금지구역, 포병사격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금지구역, 완충수역 등을 설정했습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는 미사일 도발을 이어 가던 북한이 이번엔 도발의 표적을 한국으로 삼았다며 한반도 위기 고조를 통해 한국 내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에 비판적인 여론을 확산시키고 남남갈등을 유도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윤석열 정부의 정치적 동력은 약화되고 그 정치적 동력이 약화되면 결국 한미 동맹 문제, 한미일 합동군사훈련 등 협력관계 이런 것들이 다 약화되는 상황으로 가는 거죠.”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의 전술핵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면서 한국 내부에서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과 9.19 합의 파기 여부를 놓고 갈등 조짐이 나타나는 상황을 북한이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지금의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윤석열 정부에게 뒤집어 씌워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을 좌초시키려는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는 도발이라는 겁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이번 도발이 당장 9.19 합의를 파기하려는 행동이라기 보다는 한국 내부 반응을 떠 보려는 속셈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군사 합의를 깨겠다고 완전히 결정한 상황이라면 굉장히 과감하게 깨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어요. 그런데 일단 지금은 한국의 포격 훈련에 대한 대응 형식으로 동.서해에서 완충지역 일부로 쏜 거거든요. 그러니까 약간은 과격하기 보다는 일단 한 번 한국의 반응을 보겠다는 의도도 읽혀집니다.”

한편 김건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4일 오전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북 핵 수석대표 유선 협의를 갖고 북한의 동시다발적 도발을 규탄했다고 한국 외교부가 밝혔습니다.

김 본부장은 포병사격이 9.19 군사 합의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했고, 3국 북 핵 수석대표들은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이 미한일을 포함한 역내외 안보협력 강화로 이어질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한이 즉각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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