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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의 세상 보기] 작가 선무가 말하는 '나의 길' 전시


[탈북민의 세상 보기] 작가 선무가 말하는 '나의 길'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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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얼굴 없는 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탈북작가 선무의 ‘나의 길’ 전시 현장으로 안내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이 결국 가고 싶은 길의 끝은 어디일까요? 아마 북녘에 있는 자신들의 고향이지 않을까요.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얼굴 없는 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탈북작가 선무의 ‘나의 길’ 전시 현장으로 안내해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최태만 평론가] “이 전시의 제목이 ‘나의 길’이에요. 도대체 선무의 길은 뭡니까?”

[녹취: 선무 작가] “아 간단해요. 아주 단순하고, 내 고향 가는 길인데 그게 뭐 누구나 다 고향 갈 수 있는 사람들이고 또 아닐 테고… 근데 누구나 갈 수 있는 길이 되게 어려운 길이 되었고 나한테는 내 고향 가는 길, 내 고향 가기 위해서는 이 세상이 뭐가 변해야 하고 또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해봤던 거죠.”

탈북 작가 선무의 ‘나의 길’ 전시 현장에서 최태만 미술평론가와 관람객들이 한데 모여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최근 경기도 부천 아트포럼리에서 선무 작가의 개인전이 열렸는데요.

먼저 선무라는 작가명은 가명으로 예술에는 경계가 없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얼굴 없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모자와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고 있는데요. 저는 전시 현장에 찾아가 먼저 선무 작가에게 전시를 열게 된 취지와 소개에 대한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선무 작가입니다.

[녹취: 선무 작가] “이번 전시는 남북 통합문화 창작지원 콘텐츠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거기서 내가 선정돼서 그 지원을 받아서 전시한 거죠. 간단해요. 그냥 내 고향 가는 길이 어떤 것일까 생각해봤죠. 대부분이 다 새로 했고, ‘고향의 려명’이라든지 ‘바이든’이라든지 ‘손에 손잡고’ 대부분 80%는 새로 한 거예요.”

선무 작가는 1972년 북한 황해도 출신입니다. 북한에서부터 미술을 공부했고요. 1998년에 탈북해 중국에서 지내다 2000년대 초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정착한 후 선무 작가는 다시 그림의 길을 선택했는데요. 홍익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선무 작가는 북한에서 주로 그렸던 프로파간다 그림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발전시킨 작가이고요. 민족의 화해와 평화 통일을 바라는 작품만을 꾸준히 그려왔습니다. 현장에는 선무의 작품 16점이 전시되고 있었는데요. 그중에서 ‘고향의 려명’이라는 첫 작품을 소개했습니다. 선무의 이야기 들어봅니다.

[녹취: 선무 작가] “이 작품은 여명이라는 게 다 알잖아요. 새날, 새로운 날이 시작되는 그 시점, 해가 뜨는 시점, 내 고향에 그런 날이 오길 바라고 남북에 그런 날이 오길 바라는 생각이죠. 그러니까 이제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내가 워낙 산골에 살아서 그런 걸 많이 봤죠. 아 오늘은 새로운 날 어제보다 다른 날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고 그런 것들이 마음속에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작품 할 거면 고향에 새봄이라는 고향의 새날이라는 그런 거 한번 해보고 싶었고 그렇게 시작된 거예요.”

이어 선무 작가는 현재 고향의 새날을 그릴 수 없는 이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면서 남과 북의 교류가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선무 작가] “남과 북의 교류가 활발히 되면 고향으로 가는 길이 빨라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는 거죠. 답답한 게 미국도 가고 유럽도 가고 일본까지 가는데 윗동네를 못 가네… 이게 답답하죠.”

또한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준비했다는 작품 중 선무 작가는 또 하나의 작품을 소개했는데요. ‘우리의 미래’라는 작품이었습니다. 작품 속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걷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는데요. 이 작품을 소개하며 선무 작가는 2018년에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다시 한번 떠올렸습니다.

[녹취: 선무 작가] “고향의 여명이 있고 그러려면 남과 북이 교류되어야 하는데 작품 중에 ‘우리의 미래’ 물론 김대중 대통령부터 해서 남북정상이 만나긴 했지만, 남한의 정상이 평양 시민 앞에서 연설한 건 처음이거든요. 그런 일은 상상도 못 했던 일이고 그런 것들이 쭉 이어지지 않고 또다시 단절되고 그런 것들은 참 가슴 아프죠. 나는 그것이 난 외국에서 봤는데 얼마나 갈까 길게 갔으면 좋겠는데 도루묵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교류가 됐으면 좋겠어요.”

전시 현장의 분위기는 아주 자유로웠습니다. 전시를 보기 위해 찾아온 관람객들은 대부분 선무 작가의 작품을 눈여겨보았던 분들이었는데요. 현장에서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작품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습니다.

저는 관람객 중 일본인 이나바 마이 씨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이분은 한국에서 민중미술을 공부하고 있는 분이고요. 선무 작가와는 친분이 있어 이날 함께 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나바 마이 씨가 얘기하는 선무의 작품, ‘손에 손잡고’에 대해 들어봅니다.

[녹취: 이나바 마이 씨] “지난번에 작업실 갔을 때 이것은 못 봤던 거 같은데 아이를 많이 그리시잖아요. 아이야말로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이렇게 선무 작가가 생각하고 있는데 이 그림 같은 경우에는 뒤에 각 나라 국기가 그려져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 그림을 보면 선무 작가가 포기하지 않고 우리들한테 이 그림을 통해서 희망을 계속해서 가지라. 그런 그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것 같아서 아주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미술평론가인 최태만 씨는 선무 작가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했는데요.

[녹취: 최태만 평론가] “현대미술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생소할 겁니다. 왜냐하면 선무 작가의 작품은 북한식으로 말하면 선전화 방식을 차용하기 때문이죠. 근데 이 방법은 사실 선무작가에게 가장 익숙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북한에서 성장할 때 늘 봐왔고 북한에서 미술 공부하면서 그렸던 방식이기 때문에 그래서 굉장히 직접적이죠.”

선무 작가의 작품은 단순하면서도 명료합니다. 그리고 북한의 프로파간다를 패러디한 팝아트적인 작품이 많기 때문에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작가인데요. 최태만 평론가도 선무의 작품 ‘손에 손잡고’를 가리켰습니다.

[녹취: 최태만 평론가] “보시는 것처럼 우리는 평화를 원해요. 다른 말이 필요 없습니다. 근데 이 작품 속에 담겨있는 의미는 탈북작가로서 남한에서 활동하면서 지금 우리가 분단된 이후에 계속 대립과 갈등을 겪고 있는데 이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은 역시 통일, 평화통일이 중요하다. 그래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통일에 대한 염원을 호소하는 작품들이 바로 이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관람객 이선주 씨는 지난 2008년 선무 작가의 첫 개인전에서 그의 작품을 보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분단의 현실, 그 아픔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려낸 선무 작가 작품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고 하고요. 많은 작품을 수집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선주 씨의 소감 들어봅니다.

[녹취: 이선주 씨] “다른 분들은 눈여겨보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요. 이 빨간색 현판처럼 그린 작품을 이전에도 한 적 있었어요. 그래서 사실 제 눈에는 이 작품과 ‘우리는 평화를 원해요’ 시리즈가 제일 먼저 들어왔고요. 이 시리즈가 계속되어오고 있는 시리즈고 초창기부터 저와 주변 컬렉터들한테 작품이 소장되어 있는지라 반갑기도 했었고... 모자를 아직도 쓰지만 이렇게 대중과도 소통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냈다는 게 작가한테도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날 선무 작가를 만날 수 있다는 소식을 알고 찾아온 관람객 최지목 씨의 이야기도 들어봤는데요. 최지목 씨 또한 작가로 활동하고 있고요. 2015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던 선무의 전시장에서 만났던 것이 인연의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지목 씨는 새롭게 선보이는 선무의 작품을 바라보며 작품 ‘양귀비’와 ‘고향의 려명’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녹취: 최지목 씨]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살고’라고 뒤에 잘 안 보이는데 글씨가 쓰여있고 그 앞에 병이 하나 그려져 있어요. 거기에는 빨간색 액체가 담겨 있고 꽃이 몇 개 꽂혀 있는데 죽어있는 꽃은 보면 물을 받지 못해서 밖에 나와 있거든요. 지금의 상황 남북 간의 상황을 표현한 것 같고, 풍경인데 태양이 폭발되는 듯한 그런 해로 느껴졌는데 저 구름에 보면 달팽이가 하나 있어요. 달팽이는 느린 거에 상징이잖아요. 느리지만 뭔가 이렇게 색깔도 붉은색과 파란색이 대비되면서 하나로 만나는 그런 뜻으로 보였어요. 작업이.”

더불어 최지목 씨는 예술 활동을 하는 작가로서 또한 동료로서 예술의 자유를 만끽하며 더 폭넓은 그림을 그려 나가길 그 바람이 담긴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녹취: 최지목 작가] “그동안 용기 있게 열심히 하셨듯이 앞으로도 계속하실 거로 생각하고 이 예술이라는 게 자유가 절대적이거든요. 표현의 자유가, 그거를 믿고 쭉 하셨으면 좋겠고 시대가 점점 변하고 있고 앞으로도 열심히 용기 있게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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