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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연구원, 올해 국제학술지에 공동 논문 10여편 게재...제재 위반 가능성


북한 평양 시내 김일성대학교 캠퍼스 전경 (자료사진)
북한 평양 시내 김일성대학교 캠퍼스 전경 (자료사진)

유엔 안보리가 금지한 북한과 중국 대학의 과학 분야 협력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올해에만 10편이 넘는 논문을 공동으로 발표했는데, 일부 북한 연구원은 중국 대학에 소속돼 있어 안보리의 해외 노동자 관련 규정에 위배될 소지가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 세계 논문 관련 웹사이트 ‘사이언스 다이렉트’에 올해 북한 연구진이 참여한 논문 약 50개가 추가됐습니다.

'사이언스 다이렉트' 홈페이지 (sciencedirect.com 화면 캡쳐)
'사이언스 다이렉트' 홈페이지 (sciencedirect.com 화면 캡쳐)

VOA가 이 웹사이트를 살펴본 결과 지난 1월 이후 북한 김일성대와 김책공업대를 비롯해 평양 소재 연구기관 소속 연구진이 제출한 논문이 심사를 마치고 국제학술지 등에 게재됐습니다.

그런데 전체 50여 편의 논문 중 약 10편은 북한과 중국 연구진이 공동 연구를 통해 작성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구체적으로 지난 4월 화학공학저널에 실린 논문엔 8명의 연구진이 참여했는데, 이 중 7명이 중국 대학 출신이고 나머지 1명은 북한 평양건축종합대학과 베이징 과학기술대학에 공동으로 소속된 북한 연구원으로 표기돼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최초 제출된 이 논문은 질소산화물(Nox)의 저감 방식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또 ‘양이온 아스팔트 유화제 제조에 관한 연구’ 논문은 평양 출신 북한 연구원 3명과 중국 상하이 퉁지대학 소속 연구원 1명이 공동으로 집필했으며, ‘국제 교통과학과 기술 저널’에 실렸습니다.

아울러 올해 5월엔 ‘산업과 공학화학 저널’에 김일성 대학 소속 북한인과 중국 샤먼대학 등에 적을 둔 중국인 등의 논문이 실렸습니다.

올해 공개된 북중 연구진의 공동 논문이 핵이나 미사일 기술을 직접 다루진 않지만, 과거 유엔 안보리가 다양한 공학 분야에서 북한과 제3국 간 협력을 금지한 만큼, 제재 위반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광명성 4호 발사에 따른 결의 2270호에서 유엔 회원국이 자국민을 통해 북한의 핵 활동이나 핵무기 전달체계 개발에 관한 전문 교육이나 훈련을 실시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이어 같은 해 채택한 2321호에선 교육이나 훈련이 금지된 분야를 첨단 재료과학과 첨단 화학공학, 기계공학, 전기공학, 산업공학 등으로 지칭하며 2270호의 다소 모호한 내용을 구체화했습니다.

아울러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위반을 감시하는 전문가패널은 지난해와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2321호 결의 내용을 근거로 북한과 중국 연구진들의 공동 연구 행태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연구진이 중국 대학에 소속돼 있는 사실 자체도 또 다른 제재 위반 의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논문에 이름을 올린 일부 북한 연구진은 중국 대학에 몸담고 있거나 북한과 중국 대학 모두에 소속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만약 이들 북한 연구진이 중국 대학으로부터 월급을 수령하거나 생활비나 학비 보조, 장학금 등을 받는다면 역시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앞서 VOA는 지난해 게시된 한 논문에 이름을 올린 북한 연구진 김학봉이 김책공업대를 거쳐 현재 중국 저장대에 수학 중이라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익명을 요구한 유엔 관계자는 VOA에 “해외 노동자 관련 규정에 대한 위반일 수 있다”며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안보리는 지난 2017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채택한 결의 2397호를 통해 해외에서 외화벌이를 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당시를 기점으로 2년 뒤인 2019년 12월까지 모두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외화벌이를 하는 북한 노동자는 건설업이나 벌목업, 식당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인력으로 인식되지만, 과거 안보리는 북한 국경 밖에서 외화 수입을 거두는 모든 북한인을 ‘해외 노동자’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중국을 제외한 많은 나라들이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을 피하고자 선제적으로 북한의 고등교육 기관이나 북한 출신 학생 등과 거리를 둬왔습니다.

지난 2017년 이탈리아는 안보리에 제출한 대북제재 결의 이행보고서에서 북한 국적자 4명이 국제과학대학원과 국제이론물리연구소의 통합 박사과정에 소속돼 있었지만, 결의 2321호 채택 이후 학교의 결정에 따라 수학과 신경과학 등 덜 민감한 분야로 전공을 바꿔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프랑스 역시 과학기술 분야에는 더 이상 학생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고고학 분야에만 학생이 남아있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또 프랑스 동방언어문화대학과 슬로바키아의 코멘스키종합대,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대 등은 북한 김일성대가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자매결연 관계로 소개했지만, 이들은 최근 VOA에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습니다.

또 김일성대가 공동연구를 한다고 지목한 영국 런던제국대와 이탈리아 국제이론물리센터 등도 현재 김일성대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에릭 펜튼 보크 조정관은 VOA에 “서구 대학들과 자매결연을 맺었다는 김일성대학 웹사이트의 주장은 거짓이거나 지금은 완전히 지난 일”이라면서 이들 대학이 김일성대의 일방적 주장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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