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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일성대 강연 버스틴 교수] “북한 과학장비 20년 뒤쳐져…코로나 백신 거절은 ‘실수’”


지난달 10일 북한 평양 국제공항에서 방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10일 북한 평양 국제공항에서 방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8년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진행된 국제학술토론회에 참석했던 스티븐 버스틴 영국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 교수는 북한의 과학장비 수준이 외부 세계보다 20년은 뒤쳐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버스틴 교수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최고의 학자들이 이론에는 정통하지만 시약과 장비 부족을 겪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외부 학계와의 교류, 장비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감염병 진단 전문가인 버스틴 교수는 또 북한이 코로나 백신 제안을 거절한 것은 실수라며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버스틴 교수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버스틴 교수님, 2018년 김일성 대학에서 특별 강연을 하셨는데요, 세계적으로 드문 일인데 어떤 계기였습니까?

버스틴 교수) 저는 2015년, 2016년 경 유튜브에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난 2008년 평양 공연 영상을 보게 됐습니다. 음악인들과 관객들의 교감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와 같은 과학자들은 매우 국제적인데요. 음악인이 가능하다면 과학자라고 안 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런던 주재 북한 대사관에 이메일을 써서 필하모닉의 방북을 언급하며, 저도 북한 과학자들과 만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시간이 꽤 오래 지난 후에 대사관에서 연락이 와서 김일성 종합대학 (평양의학대학)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국제 학술대회를 열 예정인데 참가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참가한다고 했죠. 당시 북한과 국제사회가 대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회의 창이 열린 것입니다. 제가 그 빈 공간을 찾은 것은 행운이었죠. 저 외에도 중국, 몽골, 호주, 독일 등에서 학자들이 참여했습니다.

2018년 김일성 대학에서 강연한 영국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의 스티븐 버스틴 교수를 VOA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다.
2018년 김일성 대학에서 강연한 영국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의 스티븐 버스틴 교수를 VOA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다.

기자) 버스틴 교수님께서는 분자의학(Molecular Medicine) 학자이시고 유전자증폭(PCR) 연구로 널리 알려지셨는데요. 김일성 대학에서는 어떤 강연을 하셨습니까?

버스틴 교수) 이틀 동안 두 무리의 청중들을 대상으로 여러 강연을 했습니다. 저는 분자의학 전공이지만 20년 전에는 MMR 즉 홍역, 볼거리, 풍진 백신의 자폐증 유발 여부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습니다. 워싱턴에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MMR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학설은 틀렸다고 증언했죠. 저는 북한에서 보건 당국자들과 선임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MMR과 자폐증 관련성에 대해 제가 연구한 내용을 강연했습니다. 별도로 김일성 대학 학생들을 상대로 정확하게 유전자를 증폭해 검출하는 방법(PCR)과 특히 어떻게 설계해야 할 지에 대해 강의했습니다.

기자) 김일성대 학생들, 북한 과학자들의 전문 지식의 수준은 어느 정도였습니까?

버스틴 교수) 그들은 이론적 지식은 훌륭했지만 실험 장비를 입수하고 실험을 실시하는 데는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북한으로 수입이 어렵기 때문이죠. 그들은 많은 실험을 할 수 있는 장비도 자금도 없어 보였습니다. 저는 1988년 소련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소련 과학자들은 앉아서 실험에 대한 생각은 하지만 실제로 실험을 실시하지는 못했습니다. 장비가 없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북한에 갔을 때 매우 비슷한 상황으로 보였습니다. 그들은 굉장한 사고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실습으로 풀어낼 방법이 없었습니다.

기자) 북한에서 강연 뿐 아니라 실습도 함께 진행하셨나 보군요?

버스틴 교수) 아닙니다. 실습을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저는 방북 전 한국의 한 기업을 접촉했는데요. 한국 기업은 북한으로 시약을 들여가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실습 계획은 불발됐죠. 북한에서는 실습을 어떻게 하는 지 제가 구두로 설명했고, 그들은 제 말을 잘 이해했습니다.

기자) 북한 분자 의학의 수준은 국제사회에서 어느 정도 위치라고 볼 수 있을까요?

버스틴 교수) 우리는 최신의 유전자증폭(PCR) 자료와 최신의 장비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북한은 그런 것들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들의 장비 수준은 20년은 뒤떨어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만난 사람들은 북한 최고의 분자 생물학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약과 장비가 없어 시대에 뒤떨어져 있었죠. 예를 들어 이제는 PCR 실험을 한 번 할 때 시험관에 실험을 5개 6개를 동시에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한 시험관에 실험 1개, 많아도 2개 밖에 할 수 없죠. 북한 과학자들은 좋은 생각을 구현할 시약과 장비가 없습니다. 따라서 외부와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방북 당시 중국인들이 많았고 몽골인들도 있었습니다. 북한의 최고의 과학자들과 중국의 최고의 과학자들이 협력하면 좋은 과학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자) 북한 과학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조언을 하시겠습니까? 유엔이 지금까지 북한 내부에서 활동해 왔는데, 유엔의 역할도 있을까요?

버스틴 교수) 장비와 저렴한 시약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 과학 교류가 중요합니다. 외국 학자들이 안식년에 북한에서 교습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요. 북한인들도 중국 이외의 나라에서 유학해야 합니다. 과학의 발전은 국제 교류에 달려있습니다. 자신의 분야의 모든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고 과학을 잘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북한 뿐 아니라 모든 국가들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개방성이 매우 중요하고, 힘든 일이지만 정치가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됩니다. 유엔은 북한으로 장비가 반입되도록 허용하고 실험 할 수 있는 능력을 지원하며, 북한인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자) 방북 후 북한 학생들이나 과학자들을 영국으로 초대할 계획도 있으셨습니까?

버스틴 교수) 아니요. 처음부터 그런 구상은 없었습니다. 저는 방북 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으로부터 딱 한 번 더 연락을 받았는데요. 저와 교신한 북한 외교관이 평양으로 복귀한다고 알려온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 이후로 접촉도 없었고, 국제외교 상황도 후퇴했죠.

기자) 북한에서 또 다시 강연하시고 싶으십니까?

버스틴 교수) 저는 당시 북한에서 아주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당시 묵고 있던 고려호텔 근처를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었습니다. 반 마일 떨어진 지하철까지 걸어갔죠. 역 근처에는 신문 게시대가 있었습니다. 제가 가까이 가니 50대에서 6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저를 보더니 ‘우리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영어로 말하고 지나갔습니다. 저는 그가 매우 친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버스를 타고 지나갈 때 여성 교통경찰이 저를 보고 환하게 웃었죠. 저는 이런 매우 즐거운 경험들이 있습니다. 또 제가 채식주의자인데 대해 북한인들과 열띤 토론을 하기도 했죠.

기자) 교수님은 유전자증폭(PCR) 분야 전문가이신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단 관련 글도 지난해 발표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버스틴 교수) 저는 코로나와 다른 감염병 진단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되는, 혹은 동물 사이에서 퍼지는 질병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를 밝힐 방법은 실험 뿐이죠. 따라서 유전자증폭이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관련 연구에 유전자증폭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기자) 북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의심되는 신규 발열 환자 수가 900명대로 떨어졌습니다. 지난 5월 15일 하루 39만 2천920여 명으로 최고치를 찍은 이래 꾸준히 감소한 것이죠. 다만 여기서는 확진자가 아닌 발열 환자입니다. 북한은 코로나 진단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코로나 통제에 성공한 것일까요?

버스틴 교수) 기자가 언급했듯이 북한은 코로나 진단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대다수의 코로나 환자들은 무증상이기 때문입니다. 진단을 하지 않는다면 무증상 환자들은 놓치게 됩니다. 또한 외딴 마을의 코로나 발병 정보가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복합적인 이유들이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엄격한 위생 절차를 제도화 한 것과 검사를 실시하지 못해 환자 수가 덜 보고된 복합적인 이유일 것입니다. 게다가 오미크론의 경우 가벼운 증상만 보이곤 합니다. 여러 복합적인 상황 속에서 북한이 운이 좋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는 그들이 코로나 진단을 더 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기자) 북한에서 코로나가 이 상태로 잠잠해지고 완전히 잡힐까요? 앞으로 전망은 어떻습니까?

버스틴 교수) 매우 어려운 질문입니다. 이곳 영국에서도 사람들은 코로나를 완전히 잊은 것으로 보입니다. 매우 확실한 것은 코로나는 돌아올 것입니다. 코로나 최신변이들이 백신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오미크론은 상기도 감염이었기에 증세가 가벼웠습니다. 하지만 최신 변이들은 다시 폐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증세가 훨씬 심해졌습니다. 우리는 사망자 수만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롱 코비드’ 즉 코로나 증상이 오래 가는 것입니다. 북한도 한국도 ‘롱 코비드’ 문제를 직면할 것입니다.

기자) 전 세계에서 북한과 에리트레아만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 상황이 앞으로 북한의 공중 보건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버스틴 교수) 끔찍한 영향을 줄 것입니다. 그들이 효과적인 백신을 국민들에게 접종하지 않는다면 팬데믹 초기에 우리가 봤듯이 많은 사람들이 병에 걸릴 것이고, 보건 서비스와 사회 질서가 붕괴되거나 심각한 압박을 받을 것입니다. 북한이 백신 공급을 제안 받았지만 거절한 것은 실수입니다. 백신이 감염을 막지는 못해도 증세를 완화시켜 줍니다. 코로나는 분명히 돌아옵니다. 북한의 봉쇄도 코로나를 막지 못했습니다.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백신 접종을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영국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의 스티븐 버스틴 분자의학 교수로부터 2018년 북한 김일성 대학에서 강연한 경험과 북한 코로나 상황에 대한 의견을 들었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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