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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서울] 고민에 진심으로 답장해주는 '온기 우편함'


[헬로 서울] 고민에 진심으로 답장해주는 '온기 우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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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한국의 모습을 살펴보는 '헬로 서울', 오늘은 익명 편지로 고민을 적어 보내면 손 편지로 답장이 도착하는 온기우편함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사무치게 외로운 밤을 보낼 때가 있고 울적해지는 순간이 있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온기우편함 홈페이지에서 온기우편함을 소개하는 첫 소개글인데요. 변화하는 한국의 모습을 살펴보는 ‘헬로 서울’, 오늘은 익명 편지로 고민을 적어 보내면 손 편지로 답장이 도착하는 온기우편함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조현식 대표] “그러면 한 주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하고 시작해볼까요?”

[녹취: 류병욱 씨] “조금 개인적인 얘기이긴 하지만 갑자기 떠오른 게 어머니가 수술하셨는데 건강하게 잘 마치셨고 아무 문제가 없어서 계속 좀 마음이 그랬는데 마음이 이제 괜찮아졌습니다. 감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녹취: 온기우체부] “너무 다행이네요.”

이곳은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사단법인 온기우편함 사무실입니다. 익명의 고민 편지에 답장을 쓰기 전 온기우체부들은 먼저 인사를 나누며 한 주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녹취: 조현식 대표] “저희 오늘 편지를 써보도록 할까요? 오늘도 최근에 온 편지는 저기 통에 있고 2주 이상 된 편지는 여기 있고 제일 오래된 편지도 있어요. 그래서 편지 보시면서 각자 고르신 다음에 쓰기 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온기우편함은 손 편지로 일상의 위로를 전하는 비영리단체입니다. ‘한 사람을 돕는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지는 않지만, 그 사람이 사는 세상은 바뀔 수 있다고 믿습니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운영하는 단체인데요. 먼저 온기우편함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조현식 대표에게 들어봅니다.

[녹취: 조현식 대표] “저희는 2017년 2월에 삼청동에 있는 돌담길에 온기우편함을 처음 만들면서 시작한 단체고요.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책을 읽다가 그 책의 내용이 과거의 인물이 미래의 인물에게 고민을 보내는데 미래의 인물이 답장을 전하는 그런 책의 내용이 나오는데 책의 판타지적인 요소도 우리 사회에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우리도 마음속에 있는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없고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없는 사회이지 않나 생각했었고 그런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진심으로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듣고 손 편지로 위로를 전할 수 있는 우편함이 있으면 저도 사용하겠다 생각해서 만들게 됐습니다.”

조현식 대표는 오늘을 살아가는 데 바쁘고 지친 사람들에게 손 편지가 작은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 첫 온기우편함을 설치한 뒤 지금까지 꽤 많은 곳에 이 우편함을 설치했다고 말했는데요.

[녹취: 조현식 대표] “저희 온기우편함은 오프라인으로는 16곳에 배치되어 있고요. 온라인 통해서도 편지를 받고 있고 자원봉사자들을 온기우체부라고 하고 있어요. 손 편지 답장해주시는 온기우체부들이 200명 단체 소속으로 활동을 하고 있어서 매주 우편함에서 고민 편지를 찾아오고 온기우체부들이 손 편지로 답장을 전하는 그런 식으로 운영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온기우편함은 현재 200명의 온기우체부와 함께 매주 100통의 손편지 답장을 전하고 있습니다. 편지를 보내는 이들을 ‘온기님’이라고 부르는데요. 온기님은 어린아이부터 4, 5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했고요. 조현식 대표는 편지의 유형도 연령층에 따라 또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현식 대표] “달라지는 것도 있고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는데, 달라지는 건 정말 특수한 상황들 있잖아요. 예를 들면 코로나 같은 특수한 상황에는 코로나 블루 편지가 정말 많이 왔었어요. 나가지 못하다 보니까 혼자 있게 되는 시간에서 오는 우울감들 그리고 가족 간의 불화 이런 것들 정말 많이 편지가 왔었고, 변하지 않는 것은 2, 30대 청년들의 고민인 것 같아요. 취업 고민들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좋아하는 게 뭔지, 정말 청년이기에 할 수 있는 고민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끊임없이 계속 오는 것 같아요.”

이러한 고민 편지가 도착하면 온기우체부들은 각자 자신이 답장해 줄 편지를 정하고 진심을 담아 손 편지를 씁니다. 보통 3주 이내에 답장받을 수 있는데요. 조현식 대표는 ‘누군가에게 위로를 전하는 일이 자신에게도 가치가 있구나’라고 느끼는 사람을 주로 온기우체부로 선정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온기우체부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이 활동에 모두 진심이었는데요. 5년째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는 류병욱 씨는 경험이 쌓일수록 답장을 쓰는 것이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류병욱 씨] “이렇게 편지 쓰고 답장하는 게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사실은 제가 첫날 왔던 때가 아직도 기억나는데, 첫날은 오자마자 두 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 속에서 3통 답장했어요. 막 썼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되게 열심히 썼는데 요새는 한 주에 한 통도 참 쓰기 힘든 것 같아요. 이분의 입장에 어떻게 더 가까이 있을 수 있을까 더 그 감정에 머무를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되기도 하고 어떨 때는 또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고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다는 이런 게 제가 5년 동안 지금 한 것에 대해서 소회 정도일 것 같아요.”

류병욱 씨는 답장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온기님의 입장과 감정을 잘 헤아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더 고민하게 되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고요. 지금까지 수많은 답장을 써오며 가장 기억나는 편지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녹취: 류병욱 씨] “여성분이었고 오랫동안 아기를 가지기 위해서 노력하고 계신 상황이었고 그 편지를 쓰는 순간도 병원이라고 얘길 하셨어요. 그때 그래서 제가 답장을 그분에게 썼던 이유는 저도 그때 아기를 많이 원하고 하다가 아기가 마침 생기고 막 기쁨과 감동에 젖어있을 때, 자기 상황에 따라서 그런 편지가 더 보이거든요. 그 분한테 되게 응원해 드리고 싶었고 그때 당시는 굉장히 확신이 있었어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긴 하지만 결국엔 아기천사를 만나는 결과에 이를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고 그런 응원을 담아서 보냈는데 글이 올라왔는데 그분이 너무 응원이 됐고 아기천사가 찾아왔다고 그날 진짜 온종일 행복했던 것 같아요.”

온기우편함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화요일과 수요일, 목요일에는 오프라인 우편함에서 편지를 걷어오고요. 온기우체부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2시간 동안 손 편지를 씁니다.

또 다른 온기우체부 이혜빈 씨는 어렸을 때부터 상담사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막상 온기우체부 활동을 해보니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혜빈 씨] “처음에는 나 완전히 잘하겠다, 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왔지만, 막상 오고 나니까 되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한 분 한 분의 어쨌든 짧지만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이거든요. 아무래도 저는 나이가 어리다 보니 그런 부분이 되게 한없이 무거울 때도 너무 많았고 제 경험 밖의 일들이 많다 보니까 아, 나는 온기를 전하러 왔는데 내가 가진 온기도 많이 없다는 것도 느꼈고 내가 전한 만큼 그들에게 닿을 수 있겠느냐는 부분이 좀 많이 고민이 되는 시기였고 그게 되게 너울을 뛰는 중인 것 같아요.”

이혜빈 씨는 온기우편함에 고민을 담은 편지도 물론 많지만 밝은 내용의 편지나 온기우체부들을 응원하는 편지도 많이 들어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편지를 볼 때면 웃음 짓게 된다면서 활동에 대한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는데요. 앞으로는 어떤 편지를 받길 원할까요?

[녹취: 이혜빈 씨] “정말 솔직히 말하면 정말 단 한 통의 고민 편지도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걸 바라지만 이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까… 어린이 친구들이 주는 고민에 유독 깨달음을 얻는 부분들이 있다 보니까, 순수한 질문에서 오는 그런 것들이 되게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간이어서 어린이 친구들의 고민에 좀 더 다양하게 답장을 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한 친구들의 고민을 잘 들어준다는 온기우체부 전유진 씨는 이 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위로를 받는다고 합니다.

[녹취: 전유진 씨] “그때 당시에 저도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정하고 정신 건강이 안 좋을 때였는데 저랑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계신 분의 편지었어요. 굉장히 무기력하고 우울하다, 이 우울감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고 적어주신 편지였는데 그 마음이 뭔지 안다면서 그때가 또 새벽이었거든요. 그래서 새벽에 그 감정에 젖어서 답장을 썼어요. 나중에 그분께서 많은 치유가 됐다, 그리고 오히려 저한테도 온기우체부 같은 존재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장을 남겨주셨는데 저한테도 굉장히 치유였던 기억이 있어요.”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온기를 나누니 오히려 더 큰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고 하는데요. 실제 많은 온기우체부들이 느끼는 점이라고 합니다.

[녹취: 전유진 씨] “매우 많은 우체부가 말씀하시는 게 그 점인 것 같아요. 사실 고민 편지를 고르는 기준 자체가 잘 공감할 수 있는 편지를 고르다 보니까 사실 어떻게 보면 온기님한테 해주시는 말씀 자체가 본인을 향한 말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 점에서 좀 온기우체부님들도 치유를 많이 느끼지 않을까 생각해요.”

누구나 언제든지 일상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심리적 안전망이 되기를 꿈꾸는 온기우편함, 어떤 사람들이 이 우편함을 이용하면 좋을지 조현식 대표에게 들어봅니다.

[녹취: 조현식 대표] “왜 그런 때가 있잖아요.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에게도 털어놓기 어려운 고민과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그 고민은 나만 알고 있는데 해결되지 않고 내 마음속 깊이 있는 이런 고민 그리고 어느 날 또 위로받고 싶은 날이 있고 충분히 잘하고 있어 라는 말을 듣고 싶은 날이 있는데 그럴 때 이용해주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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