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개성공단 내 재산 침해 정황에 한국 기업들 속 타 들어가..."북한, 공장 무단 가동하는 듯"


지난 10일 북한 개성공단 한 공장 건물 앞에 현대 에어로시티 버스 8대가 정차해 있다. (자료=플래닛 랩스 위성사진)
지난 10일 북한 개성공단 한 공장 건물 앞에 현대 에어로시티 버스 8대가 정차해 있다. (자료=플래닛 랩스 위성사진)

북한이 개성공단 내 한국 기업들의 재산을 침해하는 정황들이 포착되면서 공단 폐쇄 이후 경영 위기에 몰린 해당 기업들의 속이 더 타 들어가고 있습니다. 공단 폐쇄 당시 업체들이 미처 가져오지 못한 원부자재들을 북한 측이 활용해 일부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최근 북한이 개성공단 내 한국 기업들의 공장 일부를 무단으로 가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12일 기자들을 만나 “최근 여러 경로를 통해 개성공단 내 북한 측 차량의 움직임과 공단 내 물자 등이 쌓여 있는 동향 등을 포착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또 북한 근로자가 한국 공장에 출근해 생산활동이 이뤄지는지 여부를 묻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개성공단에서는 지난 4월 화재가 발생하고 공단 내 차량 움직임 등이 포착되면서 북한 측이 공단 내 한국 기업의 설비를 무단 가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됐었습니다.

또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지난 3일 개성의 폭염 상태를 보도하면서 한국의 현대자동차에서 생산돼 과거 개성공단 통근용 버스로 사용됐던 버스가 시내에서 운영 중인 장면을 방영해 무단 사용 논란을 빚었습니다.

‘VOA'는 개성공단 내 한 공장 건물을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 지난달 14일 자 위성사진을 통해 대형버스로 추정되는 파란색 물체가 포착된 사실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재철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15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건물이 자신이 운영하는 제씨콤사의 개성공단 내 공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회장은 해당 공장에서 광통신 부품과 함께 인공치아도 생산했다며 북한 측이 전력 공급 부담이 크고 기술자가 필요한 광통신 부품 생산을 자체적으로 할 순 없겠지만 그런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인공치아를 현지에 두고 온 재료를 이용해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재철 회장] “저희들이 치아 관계는 북쪽 인력 한 200명을 우리 남쪽의 치기공사가 올라가서 한 1년 정도 교육을 다 시켰어요. 투자를 많이 한 편이죠. 그렇게 해서 우리가 북쪽 인력을 대량 활용해서 계속 생산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아마 그것을 그쪽에서 생산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이 회장은 북한 주민들은 부실한 영양 공급 등으로 치아 상태가 대체로 나쁘기 때문에 인공치아에 대한 수요가 크다고 전했습니다.

개성공단 가동 당시 필요한 전력은 한국 측 한국전력에서 공급했습니다. 만성적인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사정을 고려한 결과였습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박용만 이사는 북한 측의 무단 사용 정황이 지속적으로 포착되는 데 대해 공단 폐쇄 이후 현지를 갈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북한 측이 잘 관리 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전했습니다.

박 이사는 다만 북한이 자체적으로 개성공단에 전기를 끌어 쓴다면 비용이 상당할 것이라며 대규모 인원이 조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수지를 맞추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도 북한 측이 개성공단 내 한국 측 재산과 생산설비를 광범위하게 무단 사용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일부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개성공단은 남측에서 전력과 상수도원을 모두 관리하게 돼 있기 때문에 북한이 이걸 관리할 능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개성공단의 전면 무단 가동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고요. 또 하나는 전면 무단 가동하면 이건 포착이 되고 국제법적으로 당연히 문제가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면가동은 어렵고요. 다만 이미 상당한 원료들을 놓고 왔기 때문에 특정 분야에서 일부 잠정적으로 가동할 가능성은 있는 거죠.”

개성공단은 남북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5년 가동을 시작했으며, 이후 120여 개 한국 기업체가 입주해 최대 5만 명에 이르는 북한 측 근로자를 고용해 운영됐었습니다.

그러나 2016년 2월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등을 이유로 공단 가동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개성에서 철수할 당시 남겨두고 왔다고 정부에 신고한 자산은 약 9천억원, 미화로 6억8천만 달러 수준입니다.

이는 기계설비를 비롯한 고정자산과 완제품 등 유동자산만 고려한 것으로 그 외 투자 손실까지 따지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박용만 이사는 공단이 폐쇄된 후 베트남 등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등 업체들이 자구책을 강구했지만 정부의 긴급 대출로는 대부분 업체들이 자금난을 버틸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용만 이사] “절반 이상은 사업을 존속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고요, 그 다음에 3분의 1은 파산, 휴업, 폐업 상황이에요. 개성공단에서 나와서 해외 공장을 많이 냈지 않습니까, 수십 군데가. 그런데 지금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데가 두세 군데이고 나머지는 다 망했어요.”

조한범 박사는 개성공단은 초기엔 유엔 대북 제재 대상에 들어가있지 않았지만 공단 폐쇄 이후 북한의 핵 실험으로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공단 재개가 현실적으로 힘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철 회장은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의 면담을 신청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이 회장은 공단 재가동을 원하지만 이미 공단이 폐쇄된 지 6년이 넘었고 북한과의 대치국면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실을 감안해 권 장관과의 면담 전에 협회 임원회의 등을 통해 정부에 대한 보상 요구 방안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한국의 금강산 투자 기업인들도 금강산관광 중단 14년째를 맞아 정부가 청산절차에 나서 줄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최요식 금강산투자기업협회 회장은 “금강산관광이 더 이상 재개가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렸다”며 “희망고문을 그만하고 청산이 필요하다는 게 기업인들 대다수의 의견”이라고 밝혔습니다.

금강산기업협회와 금강산투자기업협회는 앞서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북한에 투자한 투자금 100% 보상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올해 3월 이후 해금강호텔 등 금강산에 있는 한국 측 시설을 일방 철거하고 있습니다.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금강산은 국제 상거래입니다, 일반적인. 그런데 그 계약을 위반했고 그러니까 자본의 불확실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게 금강산 관광지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 측 나름대로 설명논리는 있지만 그러나 그걸 본 국제자본이 북한에 투자할 가능성은 없죠.”

금강산관광은 2008년 7월 11일 한국인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 군 초병이 쏜 총탄에 맞아 사망한 다음날부터 중단됐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