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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제형사재판소 판사들 “김정은, 10가지 반인도범죄 자행…기소 근거 충분”


북한인권위원회(HRNK)와 국제변호사협회(IBA)가 27일 워싱턴에서 ‘북한 구금 시설 내 반인도범죄에 대한 조사보고서’ 발표회를 개최했다.
북한인권위원회(HRNK)와 국제변호사협회(IBA)가 27일 워싱턴에서 ‘북한 구금 시설 내 반인도범죄에 대한 조사보고서’ 발표회를 개최했다.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과 정부 관리들을 반인도범죄 혐의로 기소할 합리적인 근거가 충분하다고 전 국제형사재판소 판사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구금 시설 내 반인도범죄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긴급히 행동을 취할 것도 촉구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구류장, 집결소, 노동단련대 등 구금 시설에서 반인도범죄가 대규모로 자행됐으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세계 각국의 반인도 범죄를 다뤘던 국제 법조계의 저명 인사들이 결론 내렸습니다.

이들은 국제변호사협회가 27일 발표한 ‘북한 구금 시설 내 반인도범죄에 대한 조사보고서’에서 지난 3월 워싱턴에서 열렸던 모의재판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같이 밝혔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을 지낸 나비 필레이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 볼프강 숌버그 전 유고슬라비아와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 판사, 실비아 페르난데스 데 구르멘디 국제형사재판소(ICC) 당사국 총회 의장, 크메르 루즈 특별재판소 판사를 지낸 실비아 카트라이트 전 뉴질랜드 총독이 구금 시설 출신 탈북민 25명의 증언을 듣고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또한 위성 자료와 전문가 의견도 반영했습니다.

모의재판 당시 재판장을 맡았던 나비 필레이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보고서를 발표하며 최고지도자 김정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필레이 전 최고대표] “My fellow judges and I unanimously conclude that there is reasonable basis to conclude that Kim Jong-Un has committed 10 out of the 11 crimes against humanity under the Rome Statute, and it’s precisely because we are confident that he and those who report to him are aware of the crimes, they have knowledge of the crimes being committed in North Korean detention centers.”

필레이 전 최고대표는 “김정은이 로마규정에 따른 반인도범죄 11가지 가운데 10 가지 반인도범죄를 자행했다고 결론 내릴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며 “김정은과 그에게 보고하는 자들이 북한 구금시설에서 자행되는 범죄를 알고 있다고 우리는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설립 근거인 로마규정이 반인도범죄로 정의한 11가지 중 인종 분리를 제외한 나머지 10가지인 살인, 몰살, 노예화, 강제 추방, 강제 구금, 고문, 성폭행, 정치 종교 인종적 이유로 인한 박해, 강제 실종, 그리고 기타 비인도적 행위가 북한 구금 시설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김정은 외에 조직지도부, 국무위원회, 사회안전성, 국가보위성 관리들도 반인도범죄 혐의로 기소할 근거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볼프강 숌버그 전 국제형사재판소 판사는 이날 보고서 발표회에서 북한의 반인도범죄 기록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일은 아무리 빨리 시작해도 지나침이 없다며, 특히 가해자 조사를 강조했습니다.

[녹취: 숌버그 전 판사] “Crimes are committed not by states, but by human beings by perpetrators. You have to identify the victims but also the perpetrators, but then you have to bring justice to this concrete situation.”

숌버그 전 판사는 “범죄는 국가가 저지르는 것이 아닌 인간들, 가해자들이 저지르는 것”이라며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도 파악해야 하며, 이런 구체적인 상황에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진실이 없으면 정의가 없고,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숌버그 전 판사는 서베를린의 검사와 판사를 지내고 독일 통일 뒤에는 베를린 법무부 국무 부장관을 지냈습니다.

북한인권위원회(HRNK)와 국제변호사협회(IBA)가 27일 워싱턴에서 ‘북한 구금 시설 내 반인도범죄에 대한 조사보고서’ 발표회를 개최했다.
북한인권위원회(HRNK)와 국제변호사협회(IBA)가 27일 워싱턴에서 ‘북한 구금 시설 내 반인도범죄에 대한 조사보고서’ 발표회를 개최했다.

“유엔, 국제법정에 김정은 등 가해자 회부해야”

전 국제형사재판소 판사들은 북한 구금 시설 내 반인도범죄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긴급히 모든 필요한 행동을 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유엔이 북한의 반인도범죄를 국제형사재판소(ICC)나 다른 국제특별법정에 회부하고, 개별 국가들이 ‘보편적 사법권’(Universal Jurisdiction)을 행사해 북한 반인도범죄를 다뤄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구금 시설에서 반인도범죄를 자행한 책임자들을 겨냥한 맞춤형 제재를 부과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아울러 국제사회가 희생자들의 피해를 구제할 계획을 세우고 잔학 행위들을 기록할 것도 제안했습니다.

이번 보고서 작성에 고문역할을 한 데이비드 톨버트 전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 차석 검사는 VOA에 보고서를 통해 “우리가 놀라울 정도로 많은 양의 반인도범죄 증거를 수집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톨버트 전 차석검사] “So the attempt here is to both to give some hope to people who live in North Korea, but also to create the elements of action by the international community, whether it’s the UN, whether it’s in Asia or whether it’s across the world, that we can’t let this continue to go, this kind of massive violations.”

톨버트 전 차석검사는 “북한 주민들에게는 희망을 주고, 국제사회에는 행동의 요소를 만들어 내고자 했다”며 “이러한 대규모의 인권 침해가 계속 되도록 놔둘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제변호사 협회의 마이클 마야 북미주 국장이 VOA와 인터뷰했다.
국제변호사 협회의 마이클 마야 북미주 국장이 VOA와 인터뷰했다.

“북한 구금시설 내 반인도범죄 다큐 ‘생지옥’ 제작”

국제변호사협회는 지난 3월에 있었던 모의재판과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취합한 탈북자 증언을 모아 북한 구금시설 내 반인도범죄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생지옥’(A living Hell)을 한국어와 영어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날 보고서 발표회에서 일부 공개된 이 다큐멘터리는 탈북자들이 구금시설에서 고문과 강제낙태, 구타를 당한 내용을 직접 전하고 있습니다.

[녹취:탈북민] “견딜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나는 나를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앞에 있는 것은 인간이고 나는 짐승이라고 생각하자. 그러지 않고선 분노, 수치, 모멸감을 견디기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나는 태어날 때 짐승으로 태어나 개나 돼지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면 분노도 없고 의식도 없고. 맞으면서 계속 그 생각을 계속했습니다. 짐승이라고 생각하자.”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와 공동으로 이번 행사를 추죄한 국제변호사협회의 마이클 마야 북미주 국장은 VOA에 지난 2017년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조사에 이어 올해 북한 구금시설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것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최종보고서에 대한 후속 작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이번 다큐멘터리 배포에 집중해 북한 인권 실태를 알리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마야 국장] “We’re going to spend a lot of energy trying to disseminate that and it’ll be in Korean as well. And one of our goals is to make sure that people in South Korea and perhaps even in the North, see what the documentary says. I find it very compelling. Every time I’ve seen it I find it extremely gripping and distressing and I think maybe it’ll help mobilize people to be more active in seeking a solution to the human rights violations in North Korea.”

마야 국장은 “우리의 목표는 한국 사람들 그리고 어쩌면 북한 사람들도 이 다큐멘터리를 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 내용을 볼 때마다 마음이 고통스럽다”며 “북한 인권 문제 해법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하도록 사람들을 움직이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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