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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72주년] ‘아물지 않은 상처’ 미군 실종자…“희망 버리지 않아”


미국 수도 워싱턴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넘었지만 7천여 명이 넘는 미군 참전자들이 여전히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사랑하는 이의 흔적을 찾아 줄 미 국방 당국의 작업이 진전을 이루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들의 사연을 박형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전쟁 발발 72주년을 사흘 앞둔 지난 22일, 미국 중서부 오아이오주의 알비아에서는 70여 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참전용사를 맞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미 육군 32 보병연대 소속 케네스 F. 포드 상병,1950년 한국전쟁에 참전한 그는 그해 12월 2일 북한 조신 저수지 인근 전투에서 실종됐습니다.

그때 나이 18세였습니다.

이후 미국 땅을 다시 밟은 것은 68년이 지난 2018년 8월이었습니다.

당시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북한이 보낸 한국전 전사자 유해 55개 상자에 전우들과 함께 담겨 돌아왔습니다.

이듬해인 2019년 9월 18일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 (DPAA)의 유전자 감식 등을 통해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3년 만에 고향에서 마침내 영면에 들어갔습니다.

이날 아이오와주 정부 청사에는 그의 '귀환'을 기리는 조기가 걸렸습니다.

또 운구 차량이 지나가는 곳곳에선 마을 주민들이 나와 7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참전용사에게 애도를 표했습니다.

포드 상병의 유일한 혈육인 여동생 캐럴린 포드 씨도 건장한 청년에서 주검이 돼 돌아온 오빠를 마중 나갔습니다.

캐럴린 포드 씨는 이날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72년간의 오랜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은 것 같다"며 "이제 안심되고 행복하면서도 슬프다"고 소회를 전했습니다.

포드 상병처럼 한국전에서 실종 사망했다가 신원이 확인된 참전용사는 현재 최소 617명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7천 500여 명의 미군 전사자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중 일부는 미국 하와이 펀치볼 국립묘지에는 묻혀 있습니다.

미국 국방부 산하 DPAA는 전 세계를 돌며 가져온 신원 미상의 유해를 이곳에 안장합니다.

DPAA ‘한국전 참전 용사 발굴 프로젝트’ 팀은 이곳에 안장된 한국전 전사자 800여 유해 중 500여 구를 발굴해 현재 161명의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미국 하와이 펄하버-히캄 합동기지 내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 연구실에 한국전쟁 유물이 전시돼있다. 하와이 공군기지에서는 미군 유해 공식 송환식이 열린 후 북한에서 송환된 6·25전쟁 참전 미군 유해에 대한 신원 확인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미국 하와이 펄하버-히캄 합동기지 내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 연구실에 한국전쟁 유물이 전시돼있다. 하와이 공군기지에서는 미군 유해 공식 송환식이 열린 후 북한에서 송환된 6·25전쟁 참전 미군 유해에 대한 신원 확인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신원 확인을 위해선 먼저 유해에서 유전자(DNA) 샘플을 추출해 미토콘드리아 DNA 테스트, 염기서열 테스트 등을 진행합니다.

이런 복수의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DPAA에 등록된 실종자 가족, 친척들의 DNA 샘플과 비교해 신원을 확인하게 됩니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신원 확인을 통보 받기 전까지는 사랑하는 가족이 미국으로 송환됐는지, 아니면 북한에 있는지 모른 채 무작정 기다려야 합니다.

‘한국전쟁 미군포로.실종자가족연대’를 이끄는 리처드 다운스 씨도 그중 한 명입니다.

그의 아버지인 홀 다운스 중령은 26세 때 미 공군 조종사로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1952년 1월 작전 중 실종됐습니다.

다운스 씨는 23일 VOA와 전화 통화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행방조차 확인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은 치유되지 않는 상처”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다운스 씨] “The uncertainty that surrounds the loss of a loved one creates a wound that won't heal… M sister and I picked up the search as most family members did in the 1990s. The Vietnam War family members started saying what happened to our missing loved ones? The U.S. and North Korea agreed in 2018 to discuss peace and bring Americans like him home.”

다운스 씨는 여동생과 함께 미국 내에서 베트남전 실종자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던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아버지의 행방 확인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다 1998년 ‘가족연대’를 만들게 됐습니다.

다운스 씨는 일부 가족들은 ‘가족의 상실’을 받아들이고 체념한 채 자신들의 삶을 살고 있다며 ‘가족연대’가 이들의 몫까지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2018년 미국과 북한이 미군 송환에 합의한 점을 거론하며 “모든 가족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가능하게 만들고 70년 된 이 전쟁을 끝내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018년 북한은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합의에 따라 유해 55상자를 송환했고 DPAA는 지금까지 여기에서 82명의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미 당국의 논의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8월 하와이 펄하버-히컴 합동기지에서 열린 미군 전사자 유해 봉환식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왼쪽)과 필 데이비슨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 존 크레이츠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 부국장이 유해가 담긴 관을 향해 예우를 표했다.
지난 2018년 8월 하와이 펄하버-히컴 합동기지에서 열린 미군 전사자 유해 봉환식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왼쪽)과 필 데이비슨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 존 크레이츠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 부국장이 유해가 담긴 관을 향해 예우를 표했다.

미국 한국전쟁참전용사협회(KWVA)의 브루스 하더 국장은 현재 약 5천여 구 이상의 미군 유해가 북한에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하더 국장] “There are over 5000 remains us remains from the Korean War, still in North Korea. Okay. So, the difficulty is now we have no way of going back into North Korea to conduct remains recovery operations to get those remains out of North Korea, bring them back to the United States where we can work to identify the remains.”

미북 공동유해 발굴을 위해 2005년 북한을 방문한 바 있는 하더 국장은 북한에 들어가 미군 유해를 발굴해 미국으로 송환해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그럴 방도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하더 국장은 2005년 공동작업 당시 미군이 묻혀 있는 지점을 포착하는 것이 가장 난제였다며, 하지만 북한은 지금도 자체 발굴을 진행해 일부 유해를 보관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실제로 1990년~1994년 사이 자체 발굴을 통해 확보했다며 유해 208상자를 일방적으로 송환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작은 ‘위로의 공간’이 생깁니다.

워싱턴DC 한국전참전기념공원 내에 세워진 ‘추모의 벽’이 다음 달 27일 공식 제막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벽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모든 미군과 카투사 이름 4만여 명이 새겨집니다.

이 벽에는 미국 DPAA의 한국전 실종 용사 확인 프로젝트에 ‘사건 번호 1번’으로 등록된 존 R 러벨 공군 대령 이름도 있습니다.

러벨 대령은 1950년 12월 미 공군 정찰 폭격기를 타고 북중 국경 지역에서 임무 수행 중 비행기가 피격된 뒤 러시아 측에 붙잡혔습니다.

러벨 대령의 가족들은 이후 옛 소련 KGB 기록을 통해 러벨 대령이 북한에서 ‘내가 당신의 도시를 폭격했다’는 푯말을 강제로 목에 걸고 다니다가 돌팔매를 맞고 숨졌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의 외손자이자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KWVMF)의 부이사장을 맡고 있는 리처드 딘 (2세) 전 미 육군 대령은 VOA에, 외할아버지의 유해가 북한 어딘 가에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딘 전 육군대령] “I still have hope. And it was my mother’s hope. I’m trying to carry on her wishes to find the remains of her father. we're hoping the US government will have the opportunity to go to North Korea, to do research and to possibly find the locations of the remains as well as the remains of all the other missing that are just under about 7900 families are still don't have a place to mourn for their losses of their loved family members.”

딘 전 대령은 “여전히 희망이 있다”며 할아버지의 유해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북한에서 실종자 유해 발굴 작업을 재개할 기회를 얻기 바란다며, 7천 900여 명의 가족들은 여전히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애도할 곳이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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