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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관리들 “미한일 ‘협력 기회’ 확대…한일 ‘정치적 변수’ 여전”


미국과 한국, 일본의 북핵 수석대표들이 지난 3일 서울에서 만났다. 오른쪽부터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김건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 대양주국장.
미국과 한국, 일본의 북핵 수석대표들이 지난 3일 서울에서 만났다. 오른쪽부터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김건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 대양주국장.

미국과 한국, 일본이 3자 협력을 도모할 기회가 커진 만큼 미국은 이에 대한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전직 관리들이 지적했습니다. 다만 한일관계는 국내 정치적 요소 등 여전히 변수가 남아 있다는 진단입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16일 백악관에서 동북아 지역을 담당했던 전직 관리들과 함께 ‘한일관계와 3자 협력’을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전직 관리들은 미한일 3자 협력을 강화할 ‘기회’가 높아졌다고 공통적으로 진단했습니다.

다만 한일관계에 대해선 여전히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까지 백악관에서 근무하며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의 역내 순방에 관여한 크리스토퍼 존스턴 전 백악관 NSC 동아시아 국장은 순방 기간 미국 대통령의 핵심 메시지도 ‘미한일 3자 협력의 중요성’이었다고 상기했습니다.

[녹취: 존스턴 전 국장] “That was sort of the thrust of the President's message, I think, in both capitals, which was that this is important to him, and that he hopes that we all are able to seize this opportunity and make progress…I think we're all optimistic that there's an opportunity. I was heartened by the defense ministers meeting in Singapore in the announcement that they're going to resume some trilateral military exercises…”

바이든 대통령은 미한일 3자 협력이 자신에게 중요하며 모두 기회를 잡아 진전을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입니다.

존스턴 전 국장은 “3자 협력을 위한 기회가 있다는 데 모두 낙관적”이라면서, 특히 지난주 ‘샹그릴라 대화’가 열린 싱가포르에서 미한일 3국 국방장관이 3자 군사훈련 재개를 발표한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한일 관계의 진전 속도에 대해선 “기대가 다르다”며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 입장에선 이에 대한 ‘정치적 위험’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례로 기시다 총리의 윤석열 한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 여부를 놓고 일본 정치권 내에서 열띤 논쟁이 벌어졌고 결국 참석하지 않은 사례를 거론했습니다.

존스턴 국장은 “적어도 도쿄에선 (한일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위험’과 속도에 대한 이견이 있다”면서 “미국이 진전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알릴 필요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달 말 예정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미한일 3자 정상회담 개최 전망과 관련해 “회담이 열릴지 알 수 없지만 열린다면 좋을 것”이라며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좌담회를 진행한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는 이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 관계에서 미국의 리더십은 필수적이고 중요하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대통령이 이를 강제할 필요는 없지만 동북아시아에서 우리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이 함께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부시 행정부 시절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 CSIS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정상 차원에서는 미한일 3국 모두에서 매우 고무적인 발언이 있었다”며 “이것이 정책으로 스며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빅터 차 부소장은 한일관계 개선과 관련해 한국 새 정부에 비해 일본 측이 다소 ‘미온적’이라며, 지난 5년간 관계가 악화된 데 따른 여파로 진단했습니다.

[녹취: 빅터 차 부소장] “I think at the leadership level, we've had very forward leaning statements by all three. And so it has to seep down into policy. So there's, you know, I think we all know there's a little bit of reticence on the Japan side, because emotions are still raw from you know, from five very difficult years in relationships. Coming off the very high expectations that we saw with the comfort women deal and GSOMIA to then really sort of go crash to the bottom and it takes a long time to get out.”

과거 한일 위안부협정, 한일군사정보 보호협정(GSOMIA) 체결 등으로 기대감이 높았지만 이런 협정이 파행을 경험하면서 일본 측에선 여전히 ‘열망’이 낮으며, 이것이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차 부소장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면 일본과 관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일본 여당인 자민당 내 일부 ‘극우파’는 한국과 관계 회복에 관심이 없는 만큼 이런 차원의 관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차 소장은 또 북한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일정 역할을 하길 원한다면 그럴 역량이 있는 만큼 일본을 완전히 배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과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핵 6자 회담 참여를 결정한 배경에는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던 고이즈미 총리가 ‘북한이 협상 의지가 있다’며 권유했기 때문이라고 차 부소장은 설명했습니다.

NSC 한국 담당 보좌관 등을 지낸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은 미국의 역내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악화될 경우 북한과 중국만이 덕을 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테리 국장은 그러면서 그동안 한일관계에서 각국의 리더십과 외부 환경이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며, 북한의 7차 핵실험이 한일 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테리 국장] “I mean, what does it benefit if Korea and Japan, our two closest allies in the region don’t get along? the only benefits North Korea it only benefits China…And I think in that case, it might actually help this relationship because when you look back in history. So in some strange way, maybe North Korea will help Korea Japan bilateral relations… It's going to happen it's a matter…this is what the path that they are. And this is why they've been modernizing expanding their nuclear missile capabilities They've been diversifying their capability. It's going to happen.”

과거 북한의 미사일 시험, 금융위기 등 외부 위기로 인해 한일 협력이 이뤄진 사례들이 있는 만큼 “북한의 핵실험도 기이한 방식으로 한일 관계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테리 국장은 북한의 핵실험 전망에 대해선 “단지 시간 문제”라면서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북한이 계속해서 핵 미사일 역량에 대한 확장과 현대화,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만큼 결국 추가 핵실험도 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한편 빅터 차 부소장은 이날 좌담회에서 “한국 정부가 쿼드에 대해 말하는 방식에서 약간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차 부소장] “I noticed a slight change in the way the Koreans were talking about the QUAD. I mean, initially they were very focused on membership being a part of it You know, they've run into some obstacles They're not all the members of the QUAD enthusiastic about that including Japan. And so now they've kind of step back and little and talked about how they want to work with the QUAD, whether it's part of the working groups”

윤석열 정부가 초반에는 쿼드 회원국 지위를 얻는 데 매우 집중했지만 일본 등이 이에 적극적이지 않으면서 한발 물러섰다는 것입니다.

차 부소장은 한국은 이제 ‘워킹그룹’ 참여 등 쿼드와 협력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그런 측면에서 한국은 제안할 수 있는 것이 많다며 진전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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