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탈북민의 세상보기] 북한인권증진센터 이한별 소장


[탈북민의 세상보기] 북한인권증진센터 이한별 소장
please wait

No media source currently available

0:00 0:10:10 0:00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정신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와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가 있습니다. 2013년에 설립된 북한인권증진센터인데요.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북한인권증진센터’를 운영하는 탈북민 이한별 소장의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이한별 소장] “오늘은 제가 1997년도 12월부터 1998년 3월 이 기간에 탈북했던 이야기를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북한인권증진센터의 이한별 소장이 자신의 탈북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소장은 ‘탈북 여성 TV 이한별’이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 채널을 통해 세계 각국의 구독자들과 소통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한별 소장] “제가 탈북했던 1997년도에는 수많은 사람이 고난의 행군시기여서 기아로 굶어 죽어서...”

이한별 소장은 함경남도 함흥시가 고향이고요. 고난의 행군 시기 시장 활동을 경험한 장마당 세대이기도 합니다. 방금 들으셨던 것처럼 1997년도에 탈북을 시도했는데요. 그 당시 탈북에 실패해 최종 탈북은 1999년에 했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이한별 씨는 이후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2013년 ‘북한인권증진센터’를 설립했는데요. 먼저 어떤 단체인지, 이한별 소장의 설명 들어봅니다.

[녹취: 이한별 소장] “사실 우리 가족도 강제 북송 두 차례 어머니도 됐었고 오빠도 2009년에 강제 북송당해서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서 생사를 모르고 그러다 보니까 북한 인권이 얼마나 열악하고 처참한지 알게 되면서 우리 가족처럼 강제 북송의 아픔을 겪은 탈북민들을 만나서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2016년도에 UN 인권사무소에 탈북민들의 북한 인권 침해 실태보고서를 32권 정도 제출했고요. 그 이후부터는 중국에서 임신부 탈북 여성이 구출해달라고 요청이 온 거예요. 그래서 그때부터 구출사업을 시작해서 올해까지 28명 정도 구출했고 3명의 영유아를 구출했습니다.”

이한별 소장은 2002년도 한국에 입국한 뒤에 한국외국어대학교와 연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고요. 또 3년 동안 탈북민 정착 지원에 관한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북한 인권을 위해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는 2013년도라고 하는데요.

[녹취: 이한별 소장] “2013년도 12월에 시작하기 전에 라오스에서 탈북청소년들이 강제 북송되는 사건이 있었잖아요. 그때 아, 내가 이렇게 우리 가족의 일로만 겪고 있는 게 아니라 북한 인권 문제가 정말 심각하니까 더 전문성 있게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12월에 설립하게 됐어요. 그래서 사실 탈북 여성으로서 지역사회나 회원을 모집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도 많이 있었죠. 그런데 많은 분이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가지시고 북한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 회원으로 약정해 주셔서 저희는 발길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벌써 ‘북한인권증진센터’를 운영한 지 9년째가 다 되어갑니다. 현재는 북한 관련한 일을 20년 이상 해 온 이사진이 7명 정도 있고요. 또 100여 명의 회원이 단체 활동에 힘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한별 소장은 탈북민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 시민들의 지지와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 일을 해올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이한별 소장] “처음에는 이제 탈북 여성으로서 너무 대표로 운영한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눈물을 흘린 적도 많았고 되게 힘들었었는데 그래도 요즘은 9년 차가 되니까 그동안 쌓아 왔던 것들이 보람 있고 가치 있다는 걸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그때 당시에 너무도 어려웠던 탈북 여성들이 정착하면서 잘 있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마음이 기쁘고 내가 이 일을 하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현재 이한별 소장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 일 가운데 가장 어렵고 신경 쓰는 부분은 탈북 여성을 구출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이동이 어렵고 공안의 단속도 더욱 심해지고 있고요. 아무래도 생명의 안전이 중요한 일이다 보니까 탈북 여성을 무사히 구출하는 일에 더욱 신경 쓰게 된다고 하는데요. 2017년, 자신이 처음 구출한 탈북 여성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녹취: 이한별 소장] “그 여성이 한국에 와서 아이를 낳았는데 한 70일 됐을 때 그 여성이 한국 사회에 빨리 정착해야 하니까, 정착훈련도 하고 삶을 새롭게 살아가야 하는 20대 꽃다운 여성인데, 인신매매 당했던 거니까 아이를 키우는 게 너무 어려움이 있어서 입양시설로 보내려고 했었어요.”

당장은 힘들어서 아이를 보내고 싶어 하지만, 언젠가는 이 여성이 아이를 찾아 잘 키울 거라고 생각했다는 이한별 소장. 선뜻 아이를 맡기로 했습니다.

[녹취: 이한별 소장] “저에게 혹시 키워줄 수 있냐고 얘기하는데 착하고 너무도 예쁜 여성인데 지금은 자기의 개인적인 주변 상황이 어려우니까 못 그러지만 내가 조금만 도와주면 앞으로 더 잘 정착할 수 있는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를 한 9개월 동안 케어(care)했었어요. 그런데 그때가 제일 어렵고 제일 힘들었지만, 그 일이 가장 보람되고 가치 있는 일이었지 않나…”

다행히 아기는 그 이후 원래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요. 그때 당시 이한별 소장은 아기를 키워본 경험도 없었지만, 그저 탈북 여성이 한국 사회에 잘 정착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기를 돌봤다고 합니다. 더불어 이한별 소장은 최근에 또 뿌듯한 순간을 경험했는데요.

[녹취: 이한별 소장] “탈북 청소년들에게 대만(타이완)에 있는 국제고등학교 한국 청소년들인데 그 지역에 있는 대만 학생들하고 함께 조인(join)해서 동아리를 만들어서 저희한테 먼저 연락이 온 거예요. 탈북민에게 자기네가 영어를 가르치고 싶다고 2:1로 3회차가 되는데 작년부터 해서 어제도 수업이 있었는데 이렇게 봉사하는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나오고 지속해서 유지한다는 거 자체가 너무 대견하고 그래서 아 이런 친구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탈북청소년들이 한국 사회에서 정착하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기쁘고 앞으로도 이 일을 지속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북한인권증진센터 한소망학교는 작년 4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탈북청년을 위한 온라인 무료 영어 수업인데요. 타이완계 미국학교(Taipei American School)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하랑’이라는 동아리 이름으로 탈북청년을 돕고 있습니다. ‘하랑’은 순 한국어로 ‘함께 높이 날다’라는 뜻이 있는데요.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해야 남북 통합이 더 빨리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활동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이 프로그램 운영을 도와주고 있는 인턴 김아선 씨(가명)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녹취: 인턴 김아선(가명) 씨] “저는 북한인권증진센터에 ‘한소망학교’라고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이랑 원어민 청소년들이 선생님이 돼서 국내에 있는 탈북청소년이랑 청년에게 무료로 영어를 가르치는 곳이에요. 그래서 봉사자들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다 보니까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저는 이곳에서 온라인 강의를 개설하고 봉사자랑 학생 간의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관리 및 감독을 하고 있습니다. 또 봉사자랑 학생으로부터 수업 진행 방식에 대해 의견을 듣고 거기에 맞춰서
수업을 진행하도록 유도합니다.”

처음에는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도 있다 보니 탈북학생들이 잘 따라갈 수 있을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막상 진행해보니까 자신이 관여할 부분이 없을 정도로 봉사자들이 수업 준비를 철저하게 해온다고 하고요. 또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는지 연구하는 게 느껴져서 오히려 더 본받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가장 신경 쓰는 점은 무엇일까요?

[녹취: 김아선 씨] “언뜻 듣기로는 봉사자들이 지원할 때 탈북학생 하면 북한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무섭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몰랐는데 그래서 탈북학생으로 생각 안 하게끔 ‘사람 대 사람’으로 영어를 가르치게끔 소통을 자유롭고 즐겁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저는 너무 즐겁게 하고 있어서 기회만 된다면 계속하고 싶어요. 그냥 친구처럼 그래서 그 분위기도 너무 좋고 봉사자들이 어린데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좋아요.”

이렇게 이한별 소장은 센터를 통해 북한 인권증진 사업과 탈북민 구출 사업 또 탈북민 정착지원 사업까지 그 활동 영역을 더 넓혀가고 있는데요. 이 활동을 더 많은 분께 소개하기 위해 지난 2020년에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북한 실상에 대해 알리고 자신의 탈북 과정, 정착 과정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다른 탈북민 손님을 초대해 더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더라고요.

[녹취: 이한별 소장] “나민희 씨가 이야기를 듣고 너무 독특하더라고요. 나민희 씨 같은 경우에는 몰타라는 나라에서 대한민국으로 왔습니다. 우리 탈북민 중에 이런 분도 있다는 걸 소개해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모셨습니다.”

[녹취: 탈북민 나민희 씨] “여러분 안녕하세요. 평양에서 온 나민희라고 합니다. 저는 2014년까지 평양에 살았어요.”

끝으로 이한별 소장은 북한 인권 문제를 얘기하면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면서 아쉽다는 이야기를 전했는데요. 자신의 활동으로 그러한 편견을 깨고 싶다고 했고요. 지금까지 해 온 활동을 꾸준히 해 나가겠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이한별 소장] “우리 탈북 여성들을 꾸준히 무사히 구출하는 일, 이것을 하고 한국에 와있는 탈북 여성들의 민주주의 의식 확산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아직도 북한 내에서 어려움을 겪는 북한 여성들이 있다 보니까, 북한 여성들을 잊을 수 없잖아요. 그 일을 앞으로도 꾸준히 하고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서 더욱더 노력하고자 합니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