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탈북민의 세상 보기] 동료와 함께 창업 'SLOW' 김원준 대표


[탈북민의 세상 보기] 동료와 함께 창업 'SLOW' 김원준 대표
please wait

No media source currently available

0:00 0:10:10 0:00
다운로드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자신을 믿어주는 든든한 동료와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탈북민 김원준 씨를 만나봅니다.

한국에서는 많은 탈북민이 자기 아이디어와 장점을 살려 창업에 도전합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뭐든 해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하는데요.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자신을 믿어주는 든든한 동료와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탈북민 김원준 씨를 만나봅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이준수 실장] “어서 오세요. 몇 분이세요?"

[녹취: 손님] "저 두명이요."

[녹취: 이준수 실장] "저쪽 창가 쪽 자리 앉으시면 됩니다. 어떤 거 주문하시겠어요?"

[녹취: 손님] "저 감바스랑 콜럼버스랑 진토닉이랑 빅웨이브 하나씩 주세요.”

[녹취: 이준수 실장] "네 알겠습니다. 금방 준비해 드릴게요."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SLOW(슬로우)'. 탈북민 김원준 대표와 실장 이준수 씨가 작년 7월에 문을 연 가게입니다. 낮에는 브런치 손님들로, 밤에는 칵테일 한잔하러 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인데요. 가게로 찾아가 보니까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함께 김원준 대표가 키우는 반려견이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이준수 실장] “지금 파프리카 부족하니까 파프리카를 썰어야 할 것 같아요. 잠시만요.”

먼저 김원준 대표는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나 지난 2007년 한국에 입국했고요. 1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두만강을 건넜습니다. 김원준 씨는 하나원에서부터 창업의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고등학생 때부터 카페 문화, 커피에 관한 관심이 생겨 그 이후 바리스타 과정을 듣기도 하고, 워킹 홀리데이로 간 호주에서도 바리스타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커피 관련 회사에 다녔는데요. 이제는 나만의 가게를 차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마음이 맞는 동료의 제안으로 가게를 창업하게 됐다고 해요. 그런데 가게로 넘쳐나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자리를 잡은 이유가 있을까요? 김원준 대표에게 들어봅니다.

[녹취: 탈북민 김원준 대표] “우선은 사실 그런 말이 있잖아요. 어른들이 크게 되려면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 그게 어떻게 보면 더 치열할수록 내가 가야 할 방향성을 더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걸 해서 어떻게 잘못되면 두려움까지 나의 어떤 무기로 사용하는 거, 어디든 더 이상 갈 수 없는 그런 데까지 몰릴 때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서 뭔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사실 연남동이란 곳이 마케팅이나 너무 좋은 곳들이 너무 많은데도 굳이 여기를 왜 선택했냐고 하면 그만큼 치열하고, 치열한 곳일수록 사람들의 수요가 있으니까 그래서 여기를 선택한 것 같아요.”

김원준 대표는 음식을 한번 먹어보면 그 맛을 잘 찾아내고 잘 따라 하는 능력이 있어서 창업하면서도 뭐든 하면 된다. 좋은 상품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해요. 그리고 가게의 전체적인 컨셉을 정할 때도 해외에 다녔던 경험으로 SLOW만의 특색을 살릴 수 있었는데요.

[녹취: 김원준 대표] “인테리어 자체가 한국에서는 찾아보긴 어려운, 중동의 어떤 일반 가정집 같은 느낌의 부분을 가지고 있고 2층은 바닷가의 지렛대 같은 거 꽂아서 천 이렇게 캠핑장 같은 느낌으로 한 거와 루프탑을 같이 연동하는 그런 게 있고 인테리어적인 부분과 함께 장점으로 볼 수 있는 게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저녁에는 간단하게 칵테일을 즐길 수 있거나 외국에서 보면 그런 곳이 되게 많아요. 한국도 어차피 언젠가는 식당이라는 자체가 그런 쪽으로 방향성을 잡을 거로 생각하고 있어서 미리 만들어 보고 싶었던 거...”

하지만 생각처럼 가게 운영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필이면 운영 첫날,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더 높아진 때여서 손님을 맞이할 수 없었고요. 또 메뉴 개발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죠. 하지만 주위에서 도와준 고마운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어려운 시기를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원준 대표] “우선, 제가 부족한 게 너무 많다는 것을 많이 느꼈고 시행착오를 주위의 지인분들이 잘 보완해서 저에게 도움을 주셔서 진짜 어려웠던 시기를 계속 견디며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메뉴 같은 것도 먹어보면서 저도 요리사가 아니다 보니까 그 부분을 더 맛있게 더 예쁘게 만들려고 계속 스스로 피드(feed)를 주고받고 그걸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고...”

현재 SLOW에는 김원준 대표와 실장 이준수 씨, 그리고 직원 브릿까지 세 명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점점 더 많은 손님이 찾아와 김원준 대표는 최근 직원을 한 명 더 채용했다고 하는데요. 어떤 채용 기준이 있을까요?

[녹취: 김원준 대표] “저는 사실 다른 건 안 보고 경력 이런 거 생각보다 제가 많이 안 봐요. 일 센스 그리고 불만을 부리지 않는 사람 그러니까 일상이 나에게 모든 게 특별했던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기점으로 보고 ‘저랑 같이 일해요.’라고 말하고, 일 센스는 어쩔 수 없이 있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쉴 땐 쉬고 앉아서 손님이 없으면 쉬어도 되고 문제가 없거든요. 쉴 땐 쉬더라도 할 건 하고 쉬셔야 합니다. 그럴 정도로 저걸 청소해야겠어. 아니면 저걸 치워야겠어. 이러면 앉았는데 저게 보이잖아요. 그러면 조금 앉아있다가 치워야지 이 정도는 있어야 하는 거, 바로 가서 하는 게 아니라 그 정도 딱 두 가지만 봐요.”

김원준 대표는 경력보다는 그 사람의 긍정적인 성격을 더 보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함께 일하는 브릿 씨는 일하는 시간이 너무도 즐겁다고 하는데요. 에스토니아에서 온 브릿 씨의 이야기입니다.

[녹취: 직원 브릿 씨] “제가 한국에서 음식점이라든지 카페 그런 일을 하는 게 처음이거든요. 저희 사장님들이 되게 너무 재밌고요. 배울 것도 많고 친구 사이도 된 것 같아서 가끔은 일하는 것 같지 않은 느낌도 들더라고요. 너무 웃으면서 하거나 장난치면서 하니까 재밌더라고요.”

더불어 이곳이 더 마음에 드는 이유가 함께 일하다 보니 김원준 대표에게 배울 점 또한 많다는 것을 느끼게 돼서라고 하더라고요.

[녹취: 브릿 씨] “일로뿐만 아니라 살면서도 저도 이제 개인적인 문제 있거나 고민 있을 때 얘기하면 그것도 되게 조언해주시고 들어주시니까 너무 감사한 거고 일을 되게 잘하세요. 되게 디테일하세요. 앞으로도 계속 힘내면서 더 발전시키면서 다 같이 잘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함께 창업한 실장 이준수 씨에게도 어떤 이유에서 동업을 제안했냐고 물어봤는데요.

[녹취: 이준수 실장] “한 7년 정도 된 것 같아요. 강남의 모 커피숍에서 같이 일하다 알게 된 사이인데 이 사장님한테서 나오는 인상 자체가 사실 처음에 매료되긴 했었어요. 매료되고 이 사람이랑 계속 같이 일하면서 알아가다 보니까 매력적이고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거기 일을 그만두고 나서도 제가 지속해서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서 자주 친목으로만 만나고 있다가 뭔가를 해야겠다. 나만의 사업장을 가지고 싶다고 해서 제가 먼저 제안해서 같이 시작하게 됐어요.”

이렇게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마침 친한 단골손님이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왔더라고요. 사장님께 드리기 위해 지나가던 길에 들렀다고 합니다. 김지예 씨입니다.

[녹취: 손님 김지예 씨] “친한 오빠 동생 사이고 평소에 자주 찾아와서 단골이기도 해요. 가게에 와서 먹고 놀고 할 때 너무 편하게 대해주셔서 친해졌어요. 따뜻하신 분이고 되게 친절하고 섬세한 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힘들 때 많이 도와주시기도 했고 평소에 불쑥 찾아와도 항상 웃으면서 대해주셔서 그런 것 같아요. 지금까지 열심히 해오셨고 멋지게 해오신 만큼 앞으로도 더 잘 될 거라고 믿고 더 좋은 공간, 더 따뜻한 공간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김원준 대표는 가게가 더 잘될수록 이것만은 꼭 지켜나가고 싶다고 합니다. 바로 초심을 잃지 않는 겸손한 마음인데요.

[녹취: 김원준 대표] “앞으로도 아무리 많이 가져도 겸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거 더 크게 돼도 자체 모티브는 겸손한 걸 바탕으로 가고 싶어요. 저도 나이가 젊었으니까 북쪽에서 오신 분 중에서 기업 해서 많이 후원받아서 잘되신 분도 많고 겸손한 분도 많지만 돌아서서는 자신이 잘나서 그런 것처럼 그런 자세로 가다 보니까 회사도 잘 안되고 소중한 사람은 잃고 그런 걸 보면서 제가 이런 걸 만들기 전에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나는 꼭 내 소중한 사람과 내 모든 것들을 겸손함을 가지고 가고 싶다는 거 보여주고 싶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끝으로 김원준 대표에게 북녘에 가게 되면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우선 자신은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고요. 고향에 가게 된다면 도시 설계해 모두에게 행복한 삶을 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원준 대표] “북녘에 가면 그걸 해보고 싶어요. 북쪽으로는 산 밑에 골짜기 있으면 강이 흐르고 바람이 그 통로로 이뤄져요. 아예 없는 곳을 도시 설계만 잘해도 도시 하나로도 100년 200년 먹고 살 수 있으니까 진짜 도시로 먹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보고 싶은 거, 자연이 너무 예쁘고 너무 좋은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과거의 것은 잘 녹이고 앞으로 발전해야 하는 것들은 순차적으로 하나씩 넣어가면서 하고 싶은 거, 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