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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서울] 한국 상업사진 변천사 '언커머셜'


[헬로 서울] 한국 상업사진 변천사 '언커머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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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한국은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뤘습니다. 1984년을 기점으로 한국의 상업사진도 빠른 속도로 발전했는데요. 변화하는 한국의 모습을 살펴보는 ‘헬로 서울’, 오늘은 한국 상업사진의 발전상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장으로 안내해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전민영 씨] "이 밑의 설명을 보면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의 대상에 따라 외국인 모델이 좋은 효과를 얻기도 한다고 하면서 모피를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 '언커머셜: 한국 상업사진, 1984년 이후'라는 제목으로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먼저 '언커머셜'이라는 뜻을 풀이해보면, 비상업적인, 반상업적이라는 의미로, 전시 제목과 내용이 모순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요. 전시 관계자들은 1980년대부터 변곡점을 거쳐 온 한국 상업사진을 통해 오늘날 '커머셜', 즉 ‘광고’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는 거라고 설명합니다. 전시 취지에 관한 이야기, 기획팀의 최혜인 씨에게 들어봅니다.

[녹취: 기획팀 최혜인 씨] “일민미술관 같은 경우에는 대중문화와 관련한 전시들도 지속해서 관심을 두고 진행을 하는 편인데요. 그러다가 상업 사진이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굉장히 요즘에는 많은 사진가가 나오고 예술적인 면도 많긴한데 상업사진 특유의 가지고 있는 실용적인 부분 때문에 부각이 안 되는 것 같아서 그런 거를 좀 주목해서 보면 흥미로운 작업도 많고 그럴 것 같아서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모두 29명의 사진작가가 참여했고요. 전시는 3부로 이뤄졌습니다. 1 전시실에서는 한국 상업사진의 질적 성장이 시작된 1980년대를 소개했고요. 2 전시실은 '상업사진과 패션'이라는 주제로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상업사진을, 그리고 3전시실에서는 참여작가의 주요활동을 정리한 글과 한국 대중문화의 결정적 순간을 장식한 사진들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전시 관계자들은 우선 이 많은 작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해요. 전시 진행팀의 장서영 씨에게 들어봤습니다.

[녹취: 진행팀 장서영 씨] “1전시실 같은 경우에는 80년대에서 90년대 작가들을, 그때 그 시기에 활동했던 대표적인 작가들 4명을 만나게 되실 거고요. 2 전시장에서는 총 22명의 작가가 있는데요. 작가들을 보여주는 방식에서도 되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작품도 많고 작가들도 많아서 비슷한 스타일과 경향을 가진 분들을 최대한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1980년대 한국 상업사진은 외국 유학으로 최신 장비와 기술을 배운 사진가들이 이 업계를 한단계 도약시킨 시기입니다. 1 전시실에서는 대표적으로 4명의 작가가 소개되는데요. 김영수, 구본창, 김중만, 김용호 작가의 작품들이 선보여지고 있습니다.

[녹취: 장서영 씨] “전시장 입구에 들어오셔서 신전처럼 보일 수 있는 계단을 올라가면 아카이브 자료들이 모아져 있어요. 아카이브 자료들을 보면서 다양한 8,90년대 역사적 사료 그리고 작가들의 실제 작업물을 보면서 이번 전시를 시작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시장 내의 계단에 올라서자 여러 패션잡화 브랜드의 광고 사진들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장서영 씨는 1993년도에 촬영한 김용호 작가의 작품을 소개했습니다.

[녹취: 장서영 씨] “이쪽 편에 보시면 '베이식 진'이라는 브랜드 카탈로그예요. 여성 모델이 상의를 탈의하고 오른손에는 담배를 들고 있죠. 이게 촬영됐던 시기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지금 봐도 되게 신선한 광고잖아요. 파격적이기도 하고. 뒤에 보이는 사진들도 작가의 가족, 아니면 촬영 스텝, 친구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베이식 진'이라는 브랜드를 입고 있는 모습을 촬영했고요. 누구나 이 청바지를 입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촬영)하셨다고 해요. 그래서 이것 또한 소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계단을 내려오니 이번에는 구본창 작가의 사진 두 점을 볼 수 있었습니다. 1987년에 촬영한 알렉시오라는 브랜드 화보인데요. 작가가 독일에서 유학하고 온 뒤 처음으로 촬영했던 이미지라고 해요.

[녹취: 장서영 씨] “지금 아는 브랜드 카탈로그의 이미지랑은 좀 많이 다르잖아요. 마치 영화의 스틸 컷처럼 역동적이기도 하고 당시에는 작가들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던 시기라서 다양한 시도로써 한 작업물이고 이제 이 사진은 서울 청파동에 있는 창고 앞에서 촬영됐다고 해요. 지금은 그 창고가 없어지긴 했지만, 당시에는 야외 촬영이라는 게 굉장히 드물어서 수많은 인파가 모였고 촬영이 굉장히 힘들었다, 그래서 맞은편의 당구장으로 옮겨서 촬영했다는 일화가 있는 작품입니다."

1층을 둘러보고 있던 이승혁 씨는 80년대의 상업사진이 지금과 아주 다르면서도 시대적으로 앞서간 사진이지 않냐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녹취: 이승혁 씨] “지금 트렌디한 사진들이 어디서 왔구나! 이런 느낌이 느껴지는거 같아요. 색이 일단 되게 특이한 것 같고 일반 잡지에서는 안 쓰는 그래픽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약간 촌스러운 느낌 인거죠. 그런데 이제 요새는 이런 거를 차용하려고 하니까 그런 부분들, 저기 앞에 담장에서 찍은 거 있잖아요. 한국에서 배경으로 예쁘게 찍기 어렵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저걸 80년대에 찍으셨다는 게 좀... 요새 산산기어라는 브랜드가 있는데 그런 느낌 사진이어서 저걸 보고 영감을 받으셨느냐는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2층으로 올라가면 2전시실이 나옵니다.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로 인해 노동시장은 개편되고요. 이에 따라 많은 작가는 독립적으로 활동하게 되는데 자연스럽게 작가 본인의 스타일, 개성을 담은 상업 사진이 더욱 많아졌죠. 그리고 2전시실에서는 이번 전시의 대표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상업사진의 특징을 가장 잘 담은 작품이어서 선정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기획팀 최혜인 씨에게 들어봅니다.

[녹취: 최혜인 씨] “상업사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사진작가뿐만 아니라 그걸 구성하는 모든 협업자의 힘이 다 모여서 하나의 사진이 완성되는 거잖아요. 그런 점에서 사실 저희 메인 현수막이랑 포스터에도 나와 있는 작품이 안상미 작가의 작업인데 메이크업을 준비하고 모델이 있고 다 같이 준비하는 일종의 과정의 컷으로 담긴건데 그게 이번 '언커머셜 전시'에서 말하고 싶은 부분중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협업자가 함께 이루어낸 최고의 결과물 같은 느낌이라서..."

안상미 작가의 사진을 보면 상업사진이라는 것이 단순히 제품 광고만을 위한 사진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요. 관계자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상업사진의 예술성과 이 매체에서 주는 선입견을 깨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3전시실로 올라가보니까 영화 포스터들, 연예인들의 사진이 눈에 띕니다. 다시 장서영 씨에게 들어봅니다.

[녹취: 장서영 씨] “3전시실에서는 대중문화에서 펼쳐졌던 다양한 영화라든가 음악 같은 분야에서 상업사진이 미쳤던 영향력에 대해 볼 수 있는데요. 그에 수반되는 결과물로써 90년대 대중문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되면서 배우나 아이돌 같은 셀러브리티가 시대적 선망의 대상으로 부상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그러한 모습을 잘 드러내 준 조선희 작가의 셀러브리티 초상 시리즈를 3전시장 입구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또한 기획팀의 최혜인 씨는 관람객들이 시대적 변화에 따른 상업사진을 보며 그 흐름과 작가들 간의 차이를 엿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혜인 씨] “작가들이 상업이라는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또는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마다 굉장히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여러 작가의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보면 더 재밌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관람객 대부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시회 소식을 알게 됐다고 했고요. 핸드폰이라는 중간매체 없이 직접 눈으로 보니 그 감도를 제대로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성위주 씨] “1층이랑 2층이랑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확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봤을 때 흥미롭게 봤어요.”

[녹취: 오홍석 씨] “사실 이미지는 더 선명해지고 사진 기술은 더 좋아졌는데 세월이 묻어서 그런가, 빈티지한 게 멋있게 더 인식되는 것 같아요.”

[녹취: 한소정 씨] “한국 상업사진의 역사를 중심으로 전개가 되는 걸 쭉 보면서 되게 한국 상업사진이 그동안 쌓아왔던 아카이빙이 굉장히 대규모고, 지금 3층이기도 해서 레트로적인 무드를 아무래도 배치적인 부분이나 이런 게 현재 상업사진의 트렌드와도 맞아 떨어지는 게 많이 보여서 그런 부분들이 앞으로 좀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많이 나올 것 같아요.”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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